전체 글4919 영동 마니산 코로나 때문에 엘로힘연수원 정문에서 길을 막고 못 가게 하는 바람에 산행이 처음부터 의도했던 것과는 전혀 다르게 흘러갔다 (아래 지도처럼 연수원으로 올라가서 주차장으로 내려올 생각이었는데.. 주차장 좌측으로 올라가서 정상만 찍고 돌아 내려왔다) 살짝 지나갈 것으로 생각했던 비가 억수로 쏟아졌기도 했고.. 길이 험해서 비 와서 미끄러운 날 걷기엔 상당히 거북했던 산이었다 다시 갈 것 같진 않아서.. 아쉬움이 조금 남는 산 상태가 좋은 가지버섯이 정상 직전에 많이 보여서 먹을만큼 채취했다 갈 때 : 영동역~마니산 09:00~09:50 (영동 122번 버스) 올 때 : 마니산~영동역 14:40~15:30 영동역~대전역(새마을) 15:56~16:22 2022. 10. 9. 울산 고헌산 영남 알프스 9봉 중 마지막 남겨뒀던 울산 고헌산 끝내고 싶은 욕심에 궂은 날씨에 먼길 나섰지만.. 영남 알프스 9봉 중에서 가장 볼거리가 없는 심심한 산.. 게다가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하늘이라니.. 날씨까지 최악이었다 신불산.간월산의 악몽이 떠올랐던 하루.. 그나마 오늘은 그날처럼 비에 흠뻑 젖진 않았지만.. 2022. 10. 5. 계룡 향적산 국군의 날 에어쇼.. 향적산 상공을 오가는 비행기의 엄청난 굉음 때문에 고막이 멍해진다 조금만 일찍 올라갔으면 제대로 봤을 텐데... 끝날 무렵 올라가서 좋은 구경 놓쳤다 (에어쇼를 의식하고 간 건 아니었고) 휴대폰으로 음속을 벗어난 비행기 사진을 찍는게 어려웠지만 몇장 찰칵... 2022. 10. 1. 임실 성수산 서너 시간 걷다 오기에 좋은 부드러운 육산 상이암에서 보현봉까지 3~40분만 땀 흘리며 오르면 그 다음부턴 일사천리.. 군에서 관광지 조성사업 중인지 성수산 휴양림에 공사차량이 많았고 소음이 심했지만 휴양림 구역만 지나면 조용해서 산행과는 무관했다 암봉(연화봉)에서의 끝내주는 조망을 제외하면.. 시종 우거진 숲길이라 조망이 거의 없어서 답답했지만 워낙 바닥이 부드러운 흙길이라 걷기엔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순수 산행거리는 상이암을 중심축으로 시계바늘 방향으로 한 바퀴 도는데 대략 6km.. (절구경까지 6.5km) 임실역에서 콜한 택시(17천원)를 기다리기 지루해서 휴양림 아래 연향도예까지 3.5km 더 걸어내려왔으니.. 오늘 걸은 거리는 총 10km (4시간 30분)) 2022. 9. 30. 다시, 가을 구름이 지상에서 일어나는 일에 덜 관심을 보이며 높은 하늘로 조금씩 물러나면서 가을은 온다 차고 맑아진 첫 새벽을 미리 보내놓고 가을을 온다 코스모스 여린 얼굴 사이에 숨어 있다가 갸웃이 고개를 들면서 가을은 온다 오래 못 만난 이들이 문득 그리워지면서 스님들 독경 소리가 한결 청아해지면서 가을은 온다 흔들리는 억새풀의 몸짓을 따라 꼭 그만큼씩 흔들리면서 …… 너도 잘 견디고 있는 거지 혼자 그렇게 물으며 가을은 온다 도종환 Shubert Ständchen (serenade) - Fritz Wunderlich 2022. 9. 27. 울산 가지산 오랫동안 나는 산길을 그냥 걷는 것만으로도 산이 있음에 고마워하고 내 튼튼한 두 다리를 주신 어버이께 눈물겨워했다. 아무 생각 없이 걸어가는 일이야말로 나의 넉넉함 내가 나에게 보태는 큰 믿음이었다 자동차가 다녀야 하는 아스팔트 길에서는 사람이 다니는 일이 사람과 아스팔트에게 서로 다 마음 안 놓여 괴로울 따름이다 그러나 산길에서는 사람이 산을 따라가고 짐승도 그 처처에 안겨 가야 할 곳으로만 가므로 두루 다 고요하고 포근하다 가끔 눈 침침하여 돋보기를 구해 책을 읽고 깊은 밤에 한두 번씩 손 씻으며 글을 쓰고 먼 나라 먼 데 마을 말소리를 들으면서부터 나를 맞이하는 것 알아차린다 이 길에 옛 일들 서려 있는 것을 보고 이 길에 옛 사람들 발자국 남아 있는 것을 본다 내가 가는 이 발자국도 그 위에 포개.. 2022. 9. 24. 산장산 꽃무릇 꽃무릇을 보러 갔는데.. 너무 늦었는지 이미 지고 있는 중.. (산장산 꽃무릇은 매년 9/15 전후가 절정) 꽃무릇 개체수도 작년에 비해 오히려 줄어든 느낌.. 산장산 한바퀴 3km, 1 시간 2022. 9. 21. 무주 적상산(안국사) 서창~적상산~향로봉~안렴대~안국사~적상산 전망대~천일폭포~머루와인동굴 입구~내창마을~외창 버스 정류장20.1km, 6시간 30분 14호 태풍 난마돌의 영향인지.. 하루 종일 강풍에습기를 머금은 안개가 적상산 정상을 완전히 뒤덮고 있다하산할 때까지 맑은 하늘을 보기가 어려웠지만그나마 비가 안온 건 다행.. 늦더위도 이제 설설 물러가는 것 같다안국사에서 차도로 걸어내려오다가 힘이 들면 택시를 부르려고 했으나..어쩌다 보니 산 아래 내창교까지 무려 10.5km를 더 걸어버렸다오버 페이스가 됐는지 몹시 피곤해서 저녁은 생략하고 컴백홈.. 2022. 9. 19. 곡성 봉두산(태안사) 가을 앞에서 이젠 그만 푸르러야겠다 이젠 그만 서 있어야겠다 마른 풀들이 각각의 색깔로 눕고 사라지는 순간인데 나는 쓰러지는 법을 잊어버렸다 나는 사라지는 법을 잊어버렸다 높푸른 하늘 속으로 빨려가는 새 물가에 어른거리는 꿈 나는 모든 것을 잊어버렸다 조태일 봉두산 보다는 태안사를 보고 싶어서 갔는데.. 별 특징이 없는 전형적인 육산.. 오늘은 버섯은 쳐다보지도 않고 산행에만 전념했다 배낭이 이미 너무 무거워졌으니까 시종 키큰 대숲을 헤치고 걷는 산이라 조금은 지루하고 피곤했다 태안사는 천년사찰 답게 볼게 많았지만 2022. 9. 15. 곡성 곤방산&천덕산 전국의 산을 다니다 보면 묘하게 마음을 끄는 산들이 있다 작년에 이어 올해 다시 찾은 곡성의 곤방산이 그런 산들 중 하나.. 늦더위에 고전을 했으나 기대만큼 즐거운 산행을 하고 덤으로 제철 버섯도 먹을 만큼 수확을 했으니 일거양득의 산행.. 능이철을 맞아 산에는 버섯 따러온 사람이 많았는데.. 대풍을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능이 수확이 다들 시원찮아 보였다 온도가 안 맞았다는 얘기도 있고 너무 잦은 비 때문이라는 사람도 있는데.. 누구 말이 맞는건지 모르겠다 2022. 9. 15. 관암산&백운봉 세동 종점(42번 버스)~백운봉~관암산~시루봉~동문암~ 세동 종점 6km( 2시간 40분) 매미소리가 왠지 녹슬었다고 생각될 때 가을은 온다. 벚나무가 그 어떤 나무보다 먼저 이파리를 땅으로 내려 놓을 때 가을은 온다. 배롱나무가 더 이상 꽃을 밀어 올리지 않을 때 가을은 온다. 팽나무 열매가 갈색으로 익어가고 산딸나무 열매가 붉어질 때 가을은 온다. 도라지꽃의 보랏빛을 손으로 쓰다듬어 주고 싶을 때 가을은 온다. 여치의 젖은 무릎과 방아깨비의 팔꿈치와 귀뚜라미의 수염을 생각할 때 가을은 온다. 담배밭에서 담뱃잎을 더 이상 딸 일이 없을 때 가을은 온다. 수수밭이 우수 어린 표정으로 과묵해질 때 가을은 온다. 냇물 소리가 귓가에서 차가워질 때 가을은 온다. 무심코 바라보던 저수지 물빛이 문득 눈에 시리게.. 2022. 9. 9. 태고교~오대산~생애대~낙조대~수락계곡 풀이 더 이상 자라지 않는다는 처서가 지나고 내일은 찬 이슬이 맺힌다는 24 절기중 15번째인 백로.. 오늘 산위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제법 서늘했다 계곡물에 발 담그고 30초 버티기도 어려웠다 태풍 힌남노까지 지나가고 나니 완연한 가을 느낌.. 태고교~오대산~장군약수 갈림길~생애대~낙조대~낙조대 산장~수락계곡 주차장 7.1 km, 5시간 10분 09:35 가수원도서관 앞에서 21번 버스 15:35분 수락계곡 종점에서 21번 버스 당신이 슬플 때 나는 사랑한다 내가 꽃피는 일이 당신을 사랑해서가 아니라면 꽃은 피어 무엇하리 당신이 기쁨에 넘쳐 온누리 햇살에 둘리어 있을 때 나는 꽃피어 또 무엇하리 또한 내 그대를 사랑한다 함은 당신의 가슴 한복판에 찬란히 꽃피는 일이 아니라 눈두덩 찍어내며 그대 주저앉는 .. 2022. 9. 7. 영동 삼봉산(3번째 버섯산행) 싸리버섯을 부탁하는 분이 있어서 나선 길.. 송이싸리나 보라싸리는 거의 보이질 않고 거의 잡싸리만.. (이틀만 소금물에 울거서 먹으면 식감은 잡싸리가 더 좋다) 최소 5kg 이상 채취했으니 작은 량은 아닌데.. 오늘도 하산하다가 엄청 큰 살모사를 밟을 뻔.. 장화를 신고 다니던지 해야지 불안하다 갈 때마다 만나니... 다음에 간다면 산막리 천만산 쪽이 될 텐데.. 오늘 삼봉산 임도를 오르다 버섯 채취하는지 감시하러 다니는 차량을 봤다 (차창을 열고 버섯 따러 오신 거 아니죠? 하고 물어본다) 돈 되는 능이나 송이 채취가 목적이 아니니까 상관없지만 약간 신경이 쓰이는 것도 사실.. 영동군의 능이는 아직.. 새벽 기온이 15도 이하로 떨어져야 하는데.. 아직은 요원하다 잘 찾으면 동전만한 건 볼 수도 있겠지.. 2022. 9. 4. 9월도 저녁이면.. 9월도 저녁이면 바람은 이분쉼표로 분다 괄호 속의 숫자놀이처럼 노을도 생각이 많아 오래 머물고 하릴없이 도랑 막고 물장구 치던 아이들 집 찾아 돌아가길 기다려 등불은 켜진다 9월도 저녁이면 습자지에 물감 번지듯 푸른 산그늘 골똘히 머금는 마을 빈집의 돌담은 제풀에 귀가 빠지고 지난 여름은 어떠했나 살갗의 얼룩 지우며 저무는 일 하나로 남은 사람들은 묵묵히 밥상 물리고 이부자리를 편다 9월도 저녁이면 삶이란 죽음이란 애매한 그리움이란 손바닥에 하나 더 새겨지는 손금 같은 것 지난 여름은 어떠했나 9월도 저녁이면 죄다 글썽해진다 강연호 2022. 9. 3. 아름다운 기억의 서랍 왠지 아무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은 그런 저마다의 애잔하고 누추한 기억의 서랍 하나쯤은 누구나 가슴 속에 간직하고 살아가는 법이다. 막상 열어보면 으레 하찮고 대수롭잖은 잡동사니들만 잔뜩 들어있는 것이지만 그 서랍의 주인에겐 하나같이 소중하고 애틋한 세월의 흔적들이다. 이 세상에서 누군가를 진정으로 사랑한다는 것은 어쩌면 그 사람의 서랍 속 먼지 낀 시간의 흔적들과 꿈, 사랑, 추억의 잡동사니들까지를 함께 소중해하고 또 이해해주는 일이 아닐까. 추억이란 누구에게나 소중한 것이고 그러므로 그걸 지녔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모든 인간은 누구나 소중하고 아름다울 수 있으리라 나는 믿는다. -임철우의 중에서 2022. 9. 1. 이전 1 ··· 14 15 16 17 18 19 20 ··· 32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