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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323

유령같은 사랑 유령 같은 사랑. 당신은 그런 사랑을 해본 적이 있는가. 나는 그렇게 유령 같은 사랑에 시달리고 있었다. 형체도 없고 소리도 없고 시작도 없고 끝도 없는 죽음 같은 사랑. 나는 사랑을 하였지만 그것은 나의 사랑이 아니었다. 사랑은 희미하게 내 주위를 떠돌고 있었을 뿐, 나를 아는 척도 하지 않았다. 나는 그저 그것을 지켜볼 수만 있었다. 당신은 그런 경험을 해본 적이 있는가. 나는 그것을 향해 손을 내밀 수도 없었다. 누구에게 도움을 청할 수도 없었다. 나는 사랑 속에 빠진 것이 아니라 사랑으로부터 한 걸음 혹은 그 이상을 떨어져서 그저 바라보고만 있었던 것이다. 대부분의 시간 동안 그것은 마치 사랑이 아닌 것처럼 내 눈에 비쳐졌다. 나는 객관적이고 냉정한 마음으로 나의 사랑이 제멋대로 놀아나는 것을 보.. 2006. 2. 8.
동행하는 기쁨 모든 사람은 저마다의 가슴에 길 하나를 내고 있습니다. 그 길은 자기에게 주어진 길이 아니라 자기가 만드는 길입니다. 사시사철 꽃길을 걷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평생동안 투덜투덜 돌짝길을 걷는 사람이 있습니다. 나는 꽃길을 걷는 사람이 될 것입니다. 내게도 시련이 있을 수 있다는.. 2006. 1. 18.
옷깃 잠시 스쳐간 옷깃의 인연으로 나는 오랫동안 비틀거리는가 저 바람은 한숨되고 햇살엔 눈 시리죠 이 세상 모든 움직임이 그댄 떠났다고 하네요 그대안의 내 모습 재가 되어 날려도 고운 손등위에 눈물 묻지 않기를 기도합니다 사랑이란 건 우리가 했지만 인연을 주는 건 하늘의 일인가 .. 2006. 1. 12.
네 깊은 숲에 보이지 않는 상록의 나무였으면 네게 필요한 존재였으면 했다 그 기쁨이었으면 했다 사람이기 때문에 지닌 슬픔이라든지, 고통이라든지, 번뇌라든지, 일상의 그 아픔을 맑게 닦아낼 수 있는 네 그 음악이었으면 했다. 산지기가 산을 지키듯이 적적한 널 지키는 적적한 그 산지기였으면 했다. 가지에서 가지로 새에서 새에로 꽃에서 꽃에로 샘에서 샘에로 덤불에서 덤불로 숲에서 숲에로 골짜기에서 골짜기에로 네 가슴의 오솔길에서 익숙턴 충실한 네 산지기였으면 했다. 그리고 네 마음이 미치지 않은 곳에 둥우릴 만들어 내 눈물을 키웠으면 했다 그리고 네 깊은 숲에 보이지 않는 상록의 나무였으면 했다. 네게 필요한, 그 마지막이었으면 했다. 2006. 1. 6.
일몰 해가 진다는 것, 그 지는 해를 바라본다는 것은 이제 스스로의 애잔한 삶의 한 끈을 놓고 잠시나마 살아왔던 그 뒷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본다는 것이다. 해가 지는 바다에 서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절로 물들어가는 선홍빛의 바다처럼 스스로 적셔지는 붉은 마음이 있다는 것을 해가 거꾸로 쳐박혀 영영 헤어나오지 못할 것처럼 바다에 몸을 담글 때 그 바다에 서 본 사람은 안다 그래도 내일의 태양은 또 떠오른다는 것을 2005. 12. 30.
인연잎사귀 수첩을 새로 샀다 원래 수첩에 적혀있던 것들을 새 수첩에 옮겨 적으며 난 조금씩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다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취할 것인가 어느 이름은 지우고 어느 이름은 남겨둘 것인가 그러다가 또 그대 생각을 했다 살아가면서 많은 것이 묻혀지고 잊혀진다 하더라도 그대 이름만은 내 가슴에 남아 있기를 바라는 것은 언젠가 내가 바람 편에라도 그대를 만나보고 싶은 까닭이다 살아가면서 덮어두고 지워야 할 일이 많이 있겠지만 그대와의 사랑, 그 추억만은 지워지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그것이 바로 내가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되는 까닭이다 두고두고 떠 올리며 소식 알고픈 단 하나의 사람 내 삶에 흔들리는 잎사귀 하나 남겨준 사람 슬픔에서 벗어나야 슬픔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듯 그대에게 벗어나 나 이제 그대 사람이었다는.. 2005. 11. 15.
가을이면 앓는 병 이 결별과 출발의 집념은 매년 가을이면 나에게 다가오는 병마이다 가을처럼 여행에 알맞는 계절이 또 있을까? 모든 정을 다 결별하고 홀가분하게 여행을 하고 싶어지는 계절이 가을이다 엷어진 일광과 냉랭한 공기 속을 어디라고 정한 곳 없이 떠나 버리고 싶은 생각이 하루에도 몇 번.. 2005. 10. 27.
지나간다 바람이 분다 살아봐야겠다고 벼르던 날들이 다 지나간다 세상은 그래도 살 가치가 있다고 소리치며 바람이 지나간다 지나간 것은 그리워진다고 믿었던 날들이 다 지나간다 사랑은 그래도 할 가치가 있다고 소리치며 바람이 지나간다 절망은 희망으로 이긴다고 믿었던 날들이 다 지나간다 슬픔은 그래도 힘이 된다고 소리치며 바람이 지나간다 가치 있는 것만이 무게가 있다고 믿었던 날들이 다 지나간다 사소한 것들이 그래도 세상을 바꾼다고 소리치며 바람이 지나간다 바람소리 더 잘 들으려고 눈을 감는다 이로써 내 일생은 좋았다고 천양희 2005. 10. 23.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슬픔이 그대의 삶으로 밀려와 마음을 흔들고 소중한 것들을 쓸어가 버릴 때면 그대 가슴에 대고 다만 말하라.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행운이 그대에게 미소 짓고 기쁨과 환희로 가득할 때 근심 없는 날들이 스쳐갈 때면 세속적인 것들에만 의존하지 않도록 이 진실을 조용히 가슴에 새기라.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랜터 윌슨 스미스의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중에서... 2005. 10.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