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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인연잎사귀

by 류.. 2005. 11. 15.



          수첩을 새로 샀다
          원래 수첩에 적혀있던 것들을
          새 수첩에 옮겨 적으며 난 조금씩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다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취할 것인가
          어느 이름은 지우고
          어느 이름은 남겨둘 것인가
          그러다가 또 그대 생각을 했다

          살아가면서 많은 것이
          묻혀지고 잊혀진다 하더라도
          그대 이름만은
          내 가슴에 남아 있기를 바라는 것은
          언젠가 내가 바람 편에라도
          그대를 만나보고 싶은 까닭이다

          살아가면서 덮어두고
          지워야 할 일이 많이 있겠지만
          그대와의 사랑, 그 추억만은
          지워지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그것이 바로 내가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되는 까닭이다

          두고두고 떠 올리며
          소식 알고픈 단 하나의 사람
          내 삶에 흔들리는 잎사귀 하나 남겨준 사람

          슬픔에서 벗어나야
          슬픔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듯
          그대에게 벗어나
          나 이제 그대 사람이었다는 것을 아네

          처음부터 많이도 달랐지만 많이도 같았던
          차마 잊지 못할
          내 소중한 인연이여.



          이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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