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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323

마주 서야 보인다 가슴에 꽃을 달아주기 위해서는 서로 마주서야 한다. 가장 친밀한 거리에서 서로의 눈길을 보내고 그가 기뻐하는지 입가를 엿보아야 한다. 그건 첫 포옹만큼이나 설레고 가슴 떨리는 일이다. - 신경숙의 《자거라, 네 슬픔아》 중에서- 등을 돌리면 보이지 않습니다. 등을 돌린다는 것은 몸만 돌아서는 것이 아니라 마음도 돌아서는 것을 의미합니다. 마주서야 보입니다. 서로 마주서야 따뜻한 눈길도, 떨리는 입술도 보입니다. 그 사람의 마음이 보입니다. 마주서야 사랑의 꽃을 함께 달 수 있습니다. Rappers Against Racism - Question Of Colour 2005. 10. 22.
다시 첫사랑의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어떤 일이 있어도 첫사랑을 잃지 않으리라 지금보다 더 많은 별자리의 이름을 외우리라 성경책을 끝까지 읽어보리라 가보지 않은 길을 골라 그 길의 끝까지 가보리라 시골의 작은 성당으로 이어지는 길과 폐가와 잡초가 한데 엉겨 있는 아무도 가지 않은 길로 걸어가리라 깨끗한 여름 아침 햇빛 속에 벌거벗고 서 있어 보리라 지금보다 더 자주 미소짓고 사랑하는 이에겐 더 자주 라고 말하리라 사랑하는 이의 머리를 감겨주고 두 팔을 벌려 그녀를 더 자주 안으리라 사랑하는 이를 위해 더 자주 부엌에서 음식을 만들어보리라 다시 첫사랑의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상처받는 일과 나쁜 소문, 꿈이 깨어지는 것 따위는 두려워하지 않으리라 다시 첫사랑의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벼랑 끝에 서서 파도가 가장 높이 솟아오를 때 바다에 온.. 2005. 10. 18.
텔레비전 홀로 계신 어머님이 왜 텔레비전을 켜 둔 채 자며 깨며 하시는지 젊었을 때는 몰랐다 어머님 나이 되어 나도 노상 텔레비전을 켜 놓은 채 자며 깨며 한다 자식들에게 노상 말벗 해 달랄 수는 없는 노릇 책 볼 때 밥 먹을 때 자식들에게 메일 보낼 때도 나이들면 텔레비전과 노는 법을 익혀.. 2005. 10. 18.
새의 선물 고달픈 삶을 벗어난들 더 나은 삶이 있다는 확신은 누구에게도 없다. 그러나 사람들은 떠난다. 더 나은 삶을 위해서라기보다 지금의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 누구의 삶에서든 기쁨과 슬픔은 거의 같은 양으로 채워지는 것이므로 이처럼 기쁜 일이 있다는 것은 이만큼의 슬픈 일이 있다는 뜻임을 상기하자. 삶이란 언제나 양면적이다. 그러니 상처받지 않고 평정 속에서 살아가려면 언제나 이면을 보고자 하는 긴장을 잃어서는 안된다. ..... 사랑은 자의적인 것이다 작은 친절일 뿐인데도 자신의 환심을 사려는 조바심으로 보이고 스쳐가는 눈빛일 뿐인데 자신의 가슴에 운명적 각인을 남기려는 의사표시로 믿게 만드는 어리석은 맹목성이 있다 ..... 사랑이 아무리 집요해도 그것이 스러진 뒤에는 그 자리에 오는 다른 사.. 2005. 10. 8.
어쩌면 사랑이란.. 어쩌면 사랑이란 그 누군가 갈 수 있게 붙잡지 않는 것을 배우는 것일지도 모른다 또한 이별이 언제인지 아는 것인지도 모른다 미련 때문에, 떠나고자 하는 길을 가로막는 것이 사랑의 최선이 아니라는 것을.. 결국은 그게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선 최상인 것을... - 돌고래 다니엘 中에서 Suspiranno/Carmelo Zappulla 2005. 10. 7.
커피를 마시는 어떤 방법에 대하여 그날 오후에는 윈튼 켈리의 피아노가 흘렀다. 웨이트리스가 하얀 커피 잔을 내 앞에 놓았다. 그 두툼하고 묵직한 잔이 테이블 위에 놓일 때 카탕하고 듣기 좋은 소리가 났다. 마치 수영장 밑바닥으로 떨어진 자그마한 돌멩이처럼, 그 여운은 내 귀에 오래도록 남아 있었다. 나는 열여섯이었고, 밖은 비였다. 그 곳은 항구를 낀 아담한 소도시, 남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에서는 늘 바다냄새가 풍겼다. 하루에 몇 번인가 유람선이 항구를 돌았고, 나는 수없이 그 배에 올라타 대형 여객선과 도크의 풍경을 질리지도 않고 바라보곤 했다. 설사 그것이 비 내리는 날이라 해도, 우리는 비에 흠뻑 젖어 가며 갑판 위에 서 있었다. 항구근처에 카운터 외에는 테이블이 딱 하나밖에 없는 조촐한 커피 집이 있어, 천장에 붙어 있는 스피커에서.. 2005. 9. 22.
아무르 강가에서 그대 떠난 강가에서 나 노을처럼 한참을 저물었습니다 초저녁별들이 뜨기엔 아직 이른 시간이어서, 낮이 밤으로 몸 바꾸는 그 아득한 시간의 경계를 유목민처럼 오래 서성거렸습니다 그리움의 국경 그 허술한 말뚝을 넘어 반성도 없이 민가의 불빛들 또 함부로 일렁이며 돋아나고 발밑으로는 어둠이 조금씩 밀려와 채이고 있었습니다, 발밑의 어둠 내 머리 위의 어둠, 내 늑골에 첩첩이 쌓여 있는 어둠 내 몸에 불을 밝혀 스스로 한 그루 촛불나무로 타오르고 싶었습니다 그대 떠난 강가에서 그렇게 한참을 타오르다 보면 내 안의 돌멩이 하나 뜨겁게 달구어져 끝내는 내가 바라보는 어둠 속에 한 떨기 초저녁별로 피어날 것도 같았습니다 그러나 초저녁별들이 뜨기엔 아직 이른 시간이어서 야광나무 꽃잎들만 하얗게 돋아나던 이 지상의 저녁 .. 2005. 9. 10.
나란히 함께 간다는 것은... 철길 김정환 철길이 철길인 것은 만날 수 없음이 당장은, 이리도 끈질기다는 뜻이다. 단단한 무쇳덩어리가 이만큼 견뎌오도록 비는 항상 촉촉히 내려 철길의 들끓어오름을 적셔 주었다. 무너져내리지 못하고 철길이 철길로 버텨온 것은 그 위를 밟고 지나간 사람들의 희망이, 그만큼 어깨를 짓누르는 답답한 것이었다는 뜻이다. 철길이 나서, 사람들이 어디론가 찾아나서기 시작한 것은 아니다. 내리깔려진 버팀목으로, 양편으로 갈라져 남해안까지, 휴전선까지 달려가는 철길은 다시 끼리끼리 갈라져 한강교를 건너면서 인천방면으로, 그리고 수원 방면으로 떠난다. 아직 플랫폼에 머문 내 발길 앞에서 철길은 희망이 항상 그랬던 것처럼 끈질기고, 길고 거무튀튀하다. 철길이 철길은 것은 길고 긴 먼 날 후 어드메쯤에서 다시 만날 수 있으.. 2005. 9. 8.
鄧麗君 등려군 / 박정대 등나무 아래서 등려군을 들었다고 하기엔 밤이 너무 깊다 이런 깊은 밤엔 등나무 아래 누워 있을 수가 없는 것이다 나는 지금 담배를 한 대 피워 물고, 무슨 시를 쓰지, 잠시 고민하다 등려군이라는 제목을 써보았을 뿐이다 깊은 밤에, 뜻도 알 수 없는 중국 음악이 흐른다, 나 지금 등려군의 노래를 듣고 있을 뿐이다 모니엔 모 위에 디 모 이티엔 지우 씨앙 이 장 포쑤이 더 리엔 난이 카우커우 슈어 짜이 찌엔 지우 랑 이치에 저우 위엔 쩌 부스 찌엔 롱이 디 쓰 워먼 취에 떠우 메이여우 쿠치 랑타 딴딴 디 라이랑타 하오하오 더 취 따오 루찐 니엔 푸 이 니엔 워 부 넝 팅즈 화이니엔 화이니엔 니화이니엔 총 치엔 딴 위엔 나 하이펑 짜이 치 즈웨이 나 랑화 디 셔우치아 쓰 니 디 원러우 그렇다.. 2005. 9.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