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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323

나이 들면서 지켜야 할 것들 1. 소언少言(말 수를 줄여라) 지식 경험 경륜이 풍부하니 하고 싶은 말이 많고 지금 젊은이들 성에 차지 않으니 참견하고 싶고 과거의 주역일지 모르나 현재의 주역은 아니다. 2. 약언弱言(음성을 낮추어라) 청각이 둔하니 잘 안들리고 답답하니 목소리가 커지고 내 귀가 어둔 것은 모르고 .. 2007. 4. 21.
버스를 기다려 본 사람은 여름 장마가 한창일 무렵 전남 곡성에서 만난 간이정류장 버스를 기다려 본 사람은 주변의 아주 보잘 것 없는 것들을 기억한다 그런 사람들은 시골 차부의 유리창에 붙어 있는 세월의 빗물에 젖어 누렇게 빛이 바랜 버스 운행시간표를 안다 때가 꼬질꼬질한 버스좌석 덮개에다 자기의 호출번호를 적어놓고 애인을 구하고 싶어하는 소년들의 풋내나는 마음도 안다 그런 사람은 저물 무렵 주변의 나무들이 밤을 맞기 위해 어떤 빛깔의 옷으로 갈아입는 지도 낮은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밥짓는 저녁 연기가 어떻게 마을을 감싸는 지도 안다 그리고 기다리면 기다릴수록 버스는 천천히 오거나 늦는다는 것도 안다 작고 하찮은 것을 기억할 수 있는 사람은 분명 가슴이 따뜻한 사람일 것이다. - 안도현, ' 그 작고 하찮은 것들' 中에서 - 2007. 4. 20.
우정같은 사랑을 꿈꾸며 미셀 트루니에를 읽었습니다 아마도 사랑과 우정에 대해 이토록 간명하게 말한 사람은 없지 않을까 싶네요. 사랑은 혼자서도 할 수 있지만 우정은 혼자서는 할 수 없다. 사랑은 혼자서도 할 수 있다는 그 ‘불행’이 오히려 힘이라는 말, 참 마음에 와 닿더군요. 당신을 향한 내 생각을 곰곰이 되돌아 보면 두 가지 마음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사랑같은 마음이었고 하나는 우정같은 마음이었습니다 사랑같은 마음은 내 마음 속에 들어있는 것이었고, 우정같은 마음은 당신과 나의 한가운데쯤 존재하는 것 이었습니다 사랑같은 마음은 당신을 내 것으로 만들고 싶은 마음이었고, 우정같은 마음은 당신과 내가 서로 따뜻한 어깨를 나란히하며 함께 길을 걷고싶은 마음이었습니다. 당신이 좋을 때 사랑은 달려가 껴안았고 우정은 그 뒤에서 어깨.. 2007. 4. 20.
그리움의 향기 그리움의 향기 / 남낙현 그리움은 보고 싶어도 참는 거다 그리움은 누군가를 끊임없이 마음속으로 좋아하는 거다. 그리움은 그 무엇을 애타게 기다리는 거다 그리움은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도 않고 누군가를 지독히 사랑하는 거다. 보고싶어도 참고 있다가 그리워도 참고 있다가 그 보고.. 2007. 4. 10.
혼자라는 사실 길 건너 스타벅스에 들어가 카페모카를 주문한다. 문득 웃음이 난다. 1500원짜리 떡볶이로 저녁을 때운 주제에 후식으로 두 배가 넘는 가격의 커피를 마시다니, 통장 잔고를 헤아려 보려다 그만 둔다. 창가 자리가 나를 위해 운 좋게 비어 있을 리 없다, 매장 한구석의 작은 원형 테이블에 .. 2007. 4. 4.
돈과 사랑 주말에 책상 정리를 하다가 책꽂이 뒤에 박혀 있는 작은 노트를 발견했다 작년 영작 시간에 학생들에게서 걷은 영어일기 중 수미 것을 잃어버려 돌려주지 못했는데 이제야 나타난 것이다. 방 치우는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나는 잠깐 수미의 일기장을 다시 읽어 보았다 2005년 6월 3일의 일기를 대충 우리말로 번역해 보면 다음과 같다. “나와 내 남자친구는 서로 정말 사랑한다. 하지만 우리는 심각한 문제가 있는데, 둘 다 너무 가난하다는 것이다. 내 친구들은 영화관도 자주 가지만 우리는 돈이 없어 못 갈 때가 많다 남들이 롯데월드에 갈 때 우리는 노고산에 가고, 남들이 갈비집에 갈 때 우리는 분식집에 간다 그는 아르바이트를 해도 어머니께 돈을 갖다 드려야 한다. 어디선가 ‘가난이 앞문으로 들어오면 사랑은 옆문으로.. 2007. 4. 2.
혼자 여행을 간다는 것 여수 화양 오촌리 해안도로 혼자 여행을 간다는 것, 그것은 자기 자신에게 끊임없이 "너,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니" 라고 묻는 일이다. ...아무 것도 선택하지 않고 아무 것도 결정하지 않으면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는 것, 그것이 "혼자 여행을 간다" 는 것이다.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은 혼자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혼자 떠난 여행의 외로움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은 이 생에서의 외로움을 끌어 안을 수 있다. 내 마음의 목소리를 듣게 되는 것, 그 목소리에 따라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는 것, 자신이 택한 길의 풍경을 진심으로 만나게 되는 것. 그 풍경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아주 먼 옛날, 누군가의 목소리를 감지하는 것. 그리고 그것에 감사하는 것. - 황경신, ' 그림같은 세상' 중에서 - 2007. 3. 31.
기다리는 사람 설령 네가 오지 않는다 해도 기다림 하나로 만족할 수 있다. 지나가는 사람들 묵묵히 쳐다보며 마음속에 넣어둔 네 웃는 얼굴 거울처럼 한 번씩 비춰볼 수 있다 기다리는 동안 함께 있던 저무는 해를 눈 속에 가득히 담아둘 수 있다. 세상에 와서 우리가 사랑이라 불렀던 것 알고 보면 기다림이다. 기다림의 다른 이름이다. 기다리는 동안 따뜻했던 내 마음을 너에게 주고 싶다 내 마음 가져간 네 마음을 눈 녹듯 따뜻하게 녹여주고 싶다. 삶에 지친 네 시린 손 잡아주고 싶다. 쉬고 싶을 때 언제라도 쉬어갈 수 있는 편안한 기다림으로 네 곁에 오래도록 서 있고 싶다. Song For Sarah/ Michael Hoppe 2007. 3. 24.
단 한번의 사랑이 있다면 살다가 멈칫 멈칫 사람이 그리워 전화가 하고 싶고 그 누군가에게 한 통의 편지라도 쓰고 싶은 마음 들지 않던가요 정작 그랬을 때 받아줄 이 없어서 미칠 것 같은 마음으로 술을 마셔본 적이 있던가요 술 취해 묻습니다 마음이 따라가는 길 녘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욕심 없이 살고 싶진 않은가요 촌스럽게 아주 바보처럼 살아도 둘만은 그저 바라만 봐도 좋은 그런 사람이 그립진 않은가요 텃밭에 일군 채소며 집 앞을 지키는 꽃들이 전 재산이어도 좋을 만큼 눈 안에 마음 안에 쏙 들어오는 그런 사람이 간절하진 않은가요 비가 오면 한 우산아래 발을 적시며 서로의 어깨를 감싸고 터벅터벅 걷고 싶진 않은가요 소담스런 밥상을 마주하고 반주 한 잔에 얼굴을 붉히며 취해 보고도 싶지 않은가요 잠이 오지 않는 날이면 툭툭 치며 깨워.. 2007. 3.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