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장마가 한창일 무렵 전남 곡성에서 만난 간이정류장
버스를 기다려 본 사람은
주변의 아주 보잘 것 없는 것들을 기억한다
그런 사람들은 시골 차부의 유리창에 붙어 있는
세월의 빗물에 젖어 누렇게 빛이 바랜 버스 운행시간표를 안다
때가 꼬질꼬질한 버스좌석 덮개에다 자기의 호출번호를 적어놓고
애인을 구하고 싶어하는 소년들의 풋내나는 마음도 안다
그런 사람은 저물 무렵 주변의 나무들이
밤을 맞기 위해 어떤 빛깔의 옷으로 갈아입는 지도
낮은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밥짓는 저녁 연기가
어떻게 마을을 감싸는 지도 안다
그리고 기다리면 기다릴수록
버스는 천천히 오거나 늦는다는 것도 안다
작고 하찮은 것을 기억할 수 있는 사람은
분명 가슴이 따뜻한 사람일 것이다.
- 안도현, ' 그 작고 하찮은 것들' 中에서 -
세월의 빗물에 젖어 누렇게 빛이 바랜 버스 운행시간표를 안다
때가 꼬질꼬질한 버스좌석 덮개에다 자기의 호출번호를 적어놓고
애인을 구하고 싶어하는 소년들의 풋내나는 마음도 안다
그런 사람은 저물 무렵 주변의 나무들이
밤을 맞기 위해 어떤 빛깔의 옷으로 갈아입는 지도
낮은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밥짓는 저녁 연기가
어떻게 마을을 감싸는 지도 안다
그리고 기다리면 기다릴수록
버스는 천천히 오거나 늦는다는 것도 안다
작고 하찮은 것을 기억할 수 있는 사람은
분명 가슴이 따뜻한 사람일 것이다.
- 안도현, ' 그 작고 하찮은 것들' 中에서 -
'좋은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무처럼 사랑하라 (0) | 2007.04.21 |
---|---|
나이 들면서 지켜야 할 것들 (0) | 2007.04.21 |
우정같은 사랑을 꿈꾸며 (0) | 2007.04.20 |
그리움의 향기 (0) | 2007.04.10 |
혼자라는 사실 (0) | 2007.04.0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