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323 내가 그리고 싶은 그림 내가 그리고 싶은 그림...얘기해줄까요? 우선 흰 도화지의 한가운데를 눈대중으로 나눈 다음 맨 위에서부터 아래 끝까지 줄을 내려 그어요... 이 선은 뭘 의미하냐 하면 왼쪽 벽과 오른쪽 벽을 나누는 건데 우선 지금 당장은 평면처럼 보이지만 이 두벽은 정확한 90도를 유지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왼쪽 골목에서 오른쪽 골목으로 가려면 90도...몸을 회전해야 되는 기역자 벽인 거죠... 일단 왼쪽 벽에다가는 한 남자를 그려요... 벽 쪽에 몸을 바싹 붙이고 오른쪽 벽을 향해 몸을 돌리고는 살금살금 숨박꼭질하듯 눈치를 보고 있는 옆모습의 한남자를요... 오른쪽 벽 역시 마찬가지로 한 여자를 그려요... 여자 역시 벽 쪽에 붙어서 조심스레 누군가를 훔쳐보기라도 하듯 잔뜩 긴장을 하고 있는 옆 모습 여자를요.... 2007. 3. 5.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 당신이 가지고 있는 것보다 당신이 가지지 않은 것 때문에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당신이 가지고 있는 기쁨보다는 당신이 가지고 있는 슬픔 때문에 나는 당신을 더 사랑합니다 당신이 가지고 있는 당신이 안고 있는 상처 때문에 나는 당신을 더 사랑합니다 다른 모든 사람들이 당신의 흠이라고 여기고 있는 그것을 나는, 바로 그것 때문에 당신을 사랑합니다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 이렇듯 당신을 감싸 주기 위해섭니다. 그러니 당신은 내게 가지고 있지 않은 것 때문에 부끄러워 하지 마십시오 설사 남보다 훨씬 못한 걸 가졌더라도 그것 때문에 슬퍼하지 마십시오 무엇보다 당신은 누구도 가질 수 없는 나의 사랑을 가지지 않았습니까 그런 당신을 그런 당신의 모든 것을 사랑합니다 이정하 2007. 2. 20. 그리하여 어느 날, 사랑이여 그리하여 어느 날,사랑이여 한 숟갈의 밥, 한 방울의 눈물로 무엇을 채울 것인가, 밥을 눈물에 말아먹는다 한들. 그대가 아무리 나를 사랑한다 해도혹은 내 아무리 그대를 사랑한다 해도 나는 오늘의 닭고기를 씹어야 하고 나는 오늘의 눈물을 삼켜야 한다. 그러므로 이젠 비유로써 말하.. 2007. 2. 14. 멀리 가는 물 어떤 강물이든 처음엔 맑은 마음 가벼운 걸음으로 산골짝을 나선다 사람 사는 세상을 향해 가는 물줄기는 그러나 세상 속을 지나면서 흐린 손으로 옆에 서는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미 더렵혀진 물이나 썩을 대로 썩은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 세상 그런 여러 물과 만나며 그만 거기 멈추어 버리는 물은 얼마나 많은가 제 몸도 버리고 마음도 삭은 채 길을 잃은 물들은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다시 제 모습으로 돌아오는 물을 보라 흐린 것들까지 흐리지 않게 만들어 데리고 가는 물을 보라 결국 다시 맑아지며 먼 길을 가지 않는가 때묻은 많은 것들과 함께 섞여 흐르지만 본래의 제 심성을 다 이지러뜨리지 않으며 제 얼굴 제 마음을 잃지 않으며 멀리 가는 물이 있지 않는가 도종환 2007. 2. 7. Memento mori 중세 수도사들이 일생동안 말을 못하는 엄한 수도원 수도생활 중에서도 유일하게 할 수 있었는 말. 메멘또모리.... 죽음을 잊지말라 . 죽음은 우리 인간의 소유가 아니다 우리는 삶과 죽음을 연관시켜 늘 기억해야 한다 삶과 죽음은 둘이 아니고 하나이기에 열심히 사랑하고 살아야 하겠다. 이곳 다모임에 와서 많은 대화를 나누고 즐겁게 만나던 이들도 사고 또는 질병으로 어느날 운명하였다는 말을 들었을땐 가슴이 져미고 더욱 그리워지곤하였다. 많은 분들을 만나고 또 그렇게 몇몇분도 헤어졌다. 삶의 허무와 죽음에 대한 공포는 시대에 따라 강약을 달리하면서 사람들을 지배해왔다. 한 시대가 종말을 고하고 아직 그에 대한 특별한 처방이 등장하지 않았을 때, 이런 허무적 감정이 특별히 고조되었지요. 니체는 기독교적 가치의 몰.. 2007. 2. 6. 사랑이라는 이름의 길 세상엔 수도 없이 많은 길이 있으나 늘 더듬거리며 가야 하는 길이 있습니다 눈부시고 괴로워서 눈을 감고 가야 하는 길 그 길이 바로 사랑이라는 이름의 통행로입니다 그 길을 나 그대와 함께 가길 원하나 어느 순간 눈을 떠보면 나 혼자 힘없이 걸어가는 때가 있습니다 쓸쓸한 뒷모습을 보이며 그대가 먼저 걸어가는 적도 있습니다 사랑이라는 이름의 길은 기쁨보다는 슬픔 환희보다는 고통 만족보다는 후회가 더 심한, 형극의 길이나 다름 없습니다 그러나 설사 그렇다 치더라도 내 어찌 사랑하지 않고 살 수 있겠습니까 지금 당장은 고통스럽더라도 햇빛 따사로운 아늑한 길이 저 너머 펼쳐져 있는데 어찌 그 길을 가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2007. 1. 29. 풍경(風磬) 끝에 매달린 물고기나 되어 때가 되면 풍경 끝에 매달린 물고기나 되어 허공에 헛된 꿈이나 솔솔 풀어놓고 나 하루종일 게을러도 좋을 거야 더벅머리 바람이 살살 옆구리를 간지럽혀도 숫처녀마냥 시침 뚝 떼고 돌아앉는 거야 젊은 스님의 염불 소리를 자장가 삼아 한낮에는 부처님 무릎에서 은근슬쩍 코를 골고 저녁 어스름을 틈타 마을로 내려가서는 식은 밥 한 덩이 물 말아 훌러덩 먹고 와야지 오다가 저문 모퉁이 어디쯤 차를 받쳐놓고 시시덕거리는 연인들의 턱 밑에서 가만히 창문도 톡톡 두들겨보고 화들짝 놀라는 그들을 향해 마른 풀잎처럼 낄낄 웃어보아도 좋을 거야 가끔은 비를 맞기도 하고, 비가 그치면 우물쭈물 기어 나온 두꺼비 몇 마리 앉혀놓고 귀동냥으로 얻은 부처님 말씀이나 전해 볼거야 어느 날은 번개도 치고 바람이 모질게도 불어오겠지 그런 .. 2007. 1. 17. 내가 사랑하는 것들.. 우선 나는 아침 7시마다 울리는 내 핸드폰의 모닝콜 소리를 좋아한다. 따뜻함이 좋은 요즘같은 겨울에는 일어나기 싫은 마음에 침대속을 뒹굴지만 그래도 그 소리를 듣는 것이 참 좋다. 난 나뚜루 녹차 아이스크림을 좋아한다. 달지 않으면서 약간 풀냄새마저 나는 그 아이스크림을 한입 떠 먹을 때 기분이 무지 좋아진다. 파인트크기의 아이스크림을 아무 생각없이 막 떠먹는 것도 좋고, 싱글콘이나 컵에 담아 길을 가면서 먹는 것도 좋아한다. 그리고 그 아이스크림을 먹어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권해주고 그가 맛있어 하면 더없이 기분이 좋다. 난 안개를 좋아한다. 안개의 냄새를 맡고 있으면 뭔가 표현 못할 상쾌함이 느껴진다. 안개낀 도로를 달리는 것도 좋아한다. 물론 운전을 못하는 관계로 그런 기쁨을 맛볼 기회가 많지는.. 2007. 1. 14. 홍시의 고집 겨울이 다 지나도록 여태 저 놈, 허공을 붙들고 있다 이제 그만 내려와도 되련만, 이 악물고 버,티,고, 있다 내려와, 아랫묵에 등 지져도 뭐라 할 사람 하나 없는데 무슨 생고집인지 나뭇가지의 목덜미 놓아주지 않는다 바람이 들어닥칠 때면 홍시는 손아귀 힘을 더욱 준다 그럴 때마다, 그래서 얼굴이 붉어진 것이다 홍시는 끝끝내 버티려 한다 봄이 올 때까지만 홍시는 아는 것이다 자신마저 훌훌 털고 쪼르룩 내려온다면 홀로 긴 겨울을 버터야 하는 나뭇가지의 아픔을 홍시, 조금은 아는 것이다 2007. 1. 10. 이전 1 ··· 18 19 20 21 22 23 24 ··· 3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