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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323

비 오는 날에는 비오는 날에는 빗방울 같은 존재가 되고 싶다. 웅덩이 위에 고이는 가벼움으로 누군가에게 물결져 갈 때 바람에 부딪혀 동그란 평온이 흔들리고 비스듬히 꽂힐지 모르겠지만 문득, 그렇게 부딪히고 싶다. 비오는 날에는 빗방울 같은 존재를 만나고 싶다. 창문을 두둘기는 간절함으로 누군가 비밀번호를 누를 때 바람에 흩날려 흐르던 노래가 지워지고 희미하게 얼룩질지 모르겠지만 한순간, 그렇게 젖어들고 싶다. 비오는 날에는 빗방울 같은 존재로 남고 싶다. 가두거나 가볍게 굴릴 수 없는 투명한 세계 나무의 나이테처럼 옹이지거나 수갑 채우지는 않겠다. 컵이나 주전자에 자유롭게 담기는 사유의 기쁨으로 빗방울 같은 내가 빗방울 같은 너에게 다만, 그렇게 담겨지고 싶다. 2007. 9. 6.
戒老錄 중에서.. - 노인이라는 것은 지위도, 자격도 아니다 - 가족끼리라면 무슨 말을 해도 좋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 자신의 고통이 이 세상에서 가장 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 다른 사람의 생활 방법을 왈가왈부하지 말고 그대로 인정할 것 - 푸념을 해서 좋은 점은 한가지도 없다. - 명랑할 것 - 젊었을 때보다 자신에게 더욱 엄격해질 것 - 생활의 외로움은 아무도 해결해줄 수 없다. - 보편적으로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 - 혼자서 즐기는 습관을 기를 것 - 노인이라는 사실을 실패의 변명 거리로 삼지 않을 것 - 일생 동안 몸가짐과 차림새를 단정히 할 것 - 자주 버릴 것 - 비 바람을 두려워하지 않을 것 - 여행을 많이 할수록 좋다. 여행지에서 죽는 한이 있더라도 - 재미있는 인생을 보냈으므로 언제 죽어.. 2007. 8. 9.
비오는 날,엘파소 지금은 없어진 논산 탑정호의 카페 '엘파소' 비오는 날, 엘파소 - 탑정호수(논산) 비가 내리고 세상을 버리고 싶은 간지러움이 발작을 하면 나는 어느 누군가와 이 곳을 찾는다 누구라도 좋다 꼭 네가 아니라면 황홀한 노을 사이로 술렁이던 눈빛 깊은 호수 속으로 사라지고 청둥오리 떼지어 물살을 가른다 마주 앉은 너는 허리를 곧추 세우고 나는 일직선으로 입술을 굳게 다물어 말과 말의 꽃들은 끝내 배아(胚芽)하지 못한 채 치유될 수 없는 우리의 가련한 나르시즘은 초라하다 못해 사각지대(斜角地帶)의 울짱이 된다 쉬었다 가는 곳, 엘파소 우리는 잠시도 마음 뉘이지 못하고 식지 않은 찻잔을 바라보며 일어서야 한다 저 둥글고 드넓은 호수에 발을 담그고 차가운 이성을 치유하고 싶지만 피차 그럴 수 없는 독선의 아류(蛾類.. 2007. 7. 21.
그늘이 아름다운 사람 그늘이 없는 사람은 싫다. 삶의 깊이를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어린아이가 아니라면 그늘을 키운 사람을 만나고 싶다. 그늘도 너무 짙은 그늘이 아니라 쪽동백나무 그늘 정도가 좋다. 지나간 상처나 서러움들이 잔잔한 그늘을 이룬 사람, 자신의 그늘로 자신의 뿌리를 썩게 하지 않는 사람, 화들짝 웃을 때면 쪽동백나무 이파리에서 햇빛 또르륵 굴러가듯 옆 사람까지 환하게 하는 사람, 바람이 불면 조금씩 그늘을 지우기도 하지만 한꺼번에 버리지는 않는 사람, 그 그늘 오래 품으며 함부로 그늘을 만들지 않는 사람, 그늘을 가졌으되 썩지 않는 그늘이라서 그 그늘마저 환해 보이는 사람, 쪽동백나무 이파리처럼 만나는 사람마다 다치지 않게 어루만지는 사람, 그 그늘 아래서 한나절을 보내고 싶다. 쪽동백나무 같은 그 사람의 무.. 2007. 7. 6.
본래의 모습을 사랑한다는 것 한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그와 나 사이의 간격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그가 나와는 다름을 인정하고 그 차이를 사랑하는 것입니다. 나와는 다른 어떤 사람이 그이고, 그 사람은 나와는 전혀 다른 방법으로 살고, 느끼며,이해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기뻐하는 일, 그렇게 사랑은 시작되는 것입니다. 상대를 나의 뜻대로 만드는, 혹은 나의 생각과 나의 마음을 닮아가게 강요하는 것은 참사랑이 아닙니다. 즉 내가 원하는 이미지대로 변화되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그를 자신으로,그만의 고유한 특성과 그 본래의 아름다움을 사랑하는 이해와 공감의 과정인 것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자신이 바라는 모습으로 꾸미고 만들어 내려 하면서 우리는 사랑이 가진 이별이라는 비극을 맛보게 되는 셈이지요. 나를 죽임으로써 그를 얻게 되는 것 .. 2007. 7. 6.
사랑은..기차 사랑은 그런 의미에서 기차다. 함께 타지 않으면 같은 풍경을 나란히 볼 수 없는 것. 나란히 표를 끊지 않으면 따로 앉을 수 밖에 없는 것. 서로 마음을 확인하지 않았다면 같은 역에서 내릴 수도 없는 것. 그 후로 영원히 어긋나고 마는 것. ................ 살며시 엎드려 귀기울이면 누워서 늑골 앓는 두 가닥 레일, 흐느껴 우는 소리 들려 온다 그리워 미칠 지경이라고 영원한 평행선은 정말 싫다고 -철길/최영호 2007. 7. 5.
휘어진 영혼은 아프다.... 휘어진 영혼은 아프다. 아니 아프다 못해 처음 와 닿는 새벽 빛 처럼 시큼 시큼 가슴이 저리다. 스쳐지나 가는 버스 차창에서, 건물에 반사되는 어스름 저녁, 역광 속에서 문득 문득 생각나는 상처 받은 영혼들, 과거도 아니고 미래도 아니고 현재도 아닌 몇겹의 어두은 회전 유리문 같은 곳에 갇혀 방황하는 영혼들, 그들이 사랑에 빠졌을때 그것도 정상적인 사람이 아니라 그들의 휘어진 영혼이 굴절되어 사랑에 빠졌을때, 우리는 상처 받은 그들 영혼이 위안 받는 사랑법을 그것을 과연 위로해 줄 수 있을까, 연하의 사랑 같은 것 대각선으로 마주치는 눈빛 같은 것. 들켜서는 안될 만남 같은 것. 사람이 그리워서니 용서해다오. 술만 마시면 혀 뒤로 발바닥이 튀어나오도록 토하고 또 엉긴다. 용서해다오 그대들 내 아는 사랑법.. 2007. 6. 29.
희망 누군가를 사랑하고, 그 따스한 체온을 느낄 수 있는 인간이 되면서 한가지를 배웁니다. 꼭 생은 간결하고 엄정한 방식으로만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는 걸요. 타인의 입술 속에서 나를 비추는 거울을 발견하게 되기도 하고, 그 속에 꼬장꼬장하고 허투루 할 수 없었던 내 자신이 점점 부드.. 2007. 6. 18.
마음의 간격 전화 몇 번 하지 않았다고 내가 그대를 잊은 건 아니다 너의 이름을 소리내어 말하지 않는다고 내 마음이 그대를 영영 떠난 것은 아닌 것처럼 그리운 그대여 부디 세상의 수치로 우리들의 사랑을 논하지 말자 중요한 것은 그대와 내 마음의 간격 어느 비 오거나 눈 내리는 날에 홀로 뜨거운 찻잔을 마주 한 날에 그 누구도 아닌 네가 떠오른다면 이미 너는 내 곁에 있는 것 우리의 사랑도 거기 있는 것 이 세상 그 무엇도 너와 나 사이 다정한 마음은 어찌하지 못할 테니 2007. 6.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