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323 봄이 오고 있다 봄이 오고 있다 - 강은교 - 봄이 오고 있다 그대의 첫사랑 곁으로 그대의 첫사랑의 눈동자 곁으로 그대의 첫사랑의 눈동자의 맨발 곁으로 그대의 첫사랑의 맨발이 밟은 풀잎 곁으로 그대의 첫사랑의 맨발의 풀잎이 흔들리는 바람곁으로 그대의 첫사랑의 맨발의 풀잎의 바람이 밟은 아침 .. 2008. 2. 14. 삶에 있어서 조용함에 관하여 옛사랑이 그리울 때가 있다 잊혀지는 많은 것들이 있지만 잊혀지지 않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창밖을 내다보다가 문득 떠오르거나, 길을 걷다가 스치는 버스 안에 잠시 비친 어떤 얼굴이 꼭 그 사람 같기도 하다 한때는 행복했었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헤어지는 아픔을 겪는 경우가 많다. 혹은 직장에서 학교에서 한마디 고백도 못한 채 다른 사람을 만나게 되고 결혼을 하게 된다 인연이 아니겠지 하고 잊을 수도 있겠지만 생각 속에서 안개처럼 늘 피어나는 얼굴이 있다 그래서 때로는 이미 바뀌어버린 전화번호를 낡은 수첩에서 찾아보는 어리석은 짓을 하기도 하지만 다 부질없는 일이라는 생각을 할 때 차라리 잊혀졌으면 싶다 지난 세월이 아무것도 아닌 일처럼 다시 사랑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적어도 가슴 속에 담아 두었던 몇 마디 .. 2008. 2. 11. 다시, 성북역 종착역에 다가갈수록 열차가 가벼워진다 차창마다 가을 햇살 눈부시게 부대껴 쩔렁거리고 사람들이 버리고 간 신문처럼 나는 의자에 걸터앉아 흘러버린 세월이나 게으르게 뒤적인다 서둘러 지나온 세상의 역들이 귓가에 바삭대고 출입문 위에 붙은 '수도권 전철 노선도'를 천천히 읽어가던 지친 음성, 청량리 회기 휘경 신이문 석계 그리고 성북, 우린 지금 어디로 가는 거지 그때처럼 나는 아무 대답 못 한 채 고개 돌려 창밖만 바라다본다 어느새 흑백 필름이 되어 스쳐가는 풍경들 나무들은 제 이름표를 떼어내며 스스로 어두워지고 객차는 벌써 텅텅 비어 간간이 울리는 기적 소리가 먼 기억까지 단숨에 되짚어갔다가 돌아오곤 하는데 대숲처럼 마음에 빽빽이 들어찬 세월 비우지 못해 나는 자꾸 무거워진다, 갈 곳 몰라서 떠밀리듯 살아온.. 2008. 1. 20. 청춘의 문장들.. 잊혀진다는 것은 슬픈 일이지만 아쉬운 일만은 아니다. 그것들은 변치 않고 고스란히 내 안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서른 너머까지 내가 살아있을 줄 알았다면 스무살 즈음에 내 삶을 대하는 태도는 조금은 달랐을 것이다. 세월이 흘렀기 때문에 내가 변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변했기 때문에 세월이 흐른거다. 때로는 취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가 없는 것. 그게 바로 젊음이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인생이란 취하고 또 취해 자고 일어났는데도 아직 해가 지지않은 여름날 같은 것. 꿈꾸다 깨어나면 또 여기, 한 발자국도 벗어날 수 없는 곳. 군대에서 깨달은 "삶의 유일무이한 비밀"은 그런 것이었다. 어둠을 똑바로 보지 않으면 그 어둠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 제 몸으로 어둠을 지나오지 않으면 그 어둠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 2008. 1. 5. 궁금한 일 강변/ 박수근 작 빨래터/박수근 궁금한 일 - 박수근의 그림에서 장석남 인쇄한 박수근 화백 그림을 하나 사다가 걸어놓고는 물끄러미 그걸 치어다보면서 나는 그 그림의 제목을 여러 가지로 바꾸어보곤 하는데 원래 제목인 [강변]도 좋지만은 [할머니]라든가 [손주]라는 제목을 붙여보아.. 2007. 12. 16. 小慾知足 이 세상에 태어날 때 빈손으로 왔으니 가난한들 무슨 손해가 있으며, 죽을때 아무것도 가지고 갈 수 없으니 부유한들 무슨 이익이 되겠는가. 할 수 있으면 얻는 것보다 덜 써야 한다. 절약하지 않으면 가득 차 있어도 반드시 고갈되고, 절약하면 텅 비어 있어도 언젠가는 차게 된다. 덜 갖고도 우리는 얼마든지 행복하게 살 수 있다. 덜 갖고도 얼마든지 더 많이 존재할 수 있다. 소유와 소비 지향적인 삶의 방식에서 존재 지향적인 생활 태도로 바뀌어야 한다. 소유 지향적인 삶과 존재 지향적인 삶은 우리들 일상에 두루 깔려 있다. 거기에는 그 나름의 살아가는 기쁨이 있다. 그러나 어떤 상황에 이르렀을때, 어느 쪽 삶이 우리가 기대어 살아갈 만한 삶이여,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삶인가 뚜렷이 드러난다. 똑같은 조건을 .. 2007. 12. 6. 누구나 가슴 속에는 누구나 가슴속에는 한줌 바람이 있고 작은 불씨가 있고 흐린 거울이 있고 흔들리는 꽃이 있고 반짝이는 별과 하얀 오솔길, 잊혀지지 않는 소풍과 첫눈이 내리던 운동장이 있고 빛바랜 사진 한 두장과 희미해진 이름과 가물가물한 전화번호가 있다. 누구나 가슴속에는 강물이 흐르고 안개 낀 가로수 길과 가로등이 켜지는 다리가 있고 우산을 쓰고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과 흐린 물웅덩이가 있고 물속에 가라앉은 빛나는 동전이 있고 길모퉁이 구멍가게와 작은 평상이 있고 도마소리 찌개냄새 자욱한 골목길과 오래 된 철대문과 대답없는 초인종, 비에 젖은 우편함과 되돌아온 편지가 있다. 누구나 가슴속에는 낡은 책상 서랍이 있고 지우개 달린 몽당연필과 잃어버린 구슬과 쓰다만 편지, 지우지 못한 낙서, 들켜버린 일기장이 있고, 망설이던.. 2007. 11. 30. 플라토닉사랑 / 이해인 우정이라 하기에는 너무 오래고 사랑이라 하기에는 너무 이릅니다 당신을 사랑하지 않습니다 다만 좋아한다고 생각해 보았습니다 남남이란 단어가 맴돌곤 합니다 어처구니 없이 난 아직 당신을 사랑하고 있지는 않지만 당신을 좋아한다고는 하겠습니다 외롭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외로운 것입니다 누구나 사랑할때면 고독이 말없이 다가옵니다 당신은 아십니까.. 사랑할수록 더욱 외로와 진다는 것을. Gare du Nord - I'm not a woman I'm not a man 2007. 10. 6. 버렸다와 버려졌다 사이..... 버렸다와 버려졌다 사이 1 버렸다와 버려졌다는 같은 의미라는 것에 동의해야 한다. 내가 돌 하나를 강물에 버렸을 때 돌이 일으킨 파문이 사라지기 전 깨달은 것은 돌이 지겨운 나를 버리고 떠났다는 것. 극과 극은 통한다는 말이 버렸다와 버려졌다를 연결할지 모르지만 내가 버린 것이 결국 나를 버리고 떠났음을 아는 것은 금방이다. 2 이 노선이냐 저 노선이냐 따지며 귀로에 섰던 날, 나를 버리고 떠나는 자들의 발소리가 쓸쓸할 때 내 곁에 가장 오래 머물렀던 자가 가장 큰 배신자임을 알았다. 천천히 지나가는 세월의 바퀴가 크고 선명한 자국을 남긴다는 것을, 내 곁에 가장 오래 머물렀던 이름이 가장 큰 상처를 남긴다는 것을, 내가 혁명의 노선을 버렸을 때 혁명은 나를 도리어 버렸다. 술병이 쓰러지고 난잡함으로 자.. 2007. 10. 4. 이전 1 ··· 13 14 15 16 17 18 19 ··· 3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