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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청춘의 문장들..

by 류.. 2008. 1. 5.

 

 

 

         잊혀진다는 것 슬픈 일이지만 아쉬운 일만은 아니다.

           그것들은 변치 않고 고스란히 내 안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서른 너머까지

           내가 살아있을 줄 알았다면 스무살 즈음에  내 삶을 대하는 태도는 조금은 달랐을 것이다. 

           세월이 흘렀기 때문에 내가 변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변했기 때문에 세월이 흐른거다.

 

 

           로는 취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가 없는 것. 그게 바로 젊음이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인생이란 취하고 또 취해 자고 일어났는데도 아직 해가 지지않은 여름날 같은 것. 꿈꾸다 깨어나면

           또 여기, 한 발자국도 벗어날 수 없는 곳. 군대에서 깨달은 "삶의 유일무이한 비밀"은 그런 것이었다.

 

 

           어둠을 똑바로 보지 않으면 그 어둠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

            제 몸으로 어둠을 지나오지 않으면 그 어둠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

         어둡고 어두울 정도로 가장 깊은 어둠을 겪지 않으면 그 어둠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

 

 

          그나마 삶이 마음에 드는 것은, 첫째 모든 것은 어쨌든 지나간다는 것. 

           둘째, 한 번 지나가면 다시 돌이킬 수 없다는 것.

 

 

           봄을 여러 차례 겪으면 그처럼 기다리지 않으면 봄이 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봄이 지나가고 나면 그 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날 하냥 섭섭해 울지 않으면,

           꽃이 피기까지 찬란한 슬픔의 봄을 아직 기다리고 있지 않으면 안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나는 대체로 다른 사람들에게는 큰 관심이 없다. 내가 꼭 하지 않더라도 다른 사람들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에도 흥미가 없다. 내가 해야만 하는 일들만이 내 맘을 잡아끈다.

          조금만 지루하거나 힘들어도 "왜 내가 이 일을 해야만 하는가?"는 의문이 솟구치는 일 따위에는

          애당초 몰두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내가 누구인지 증명해 주는 일.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일.

        견디면서 동시에 누릴 수 있는 일. 그런 일을 하고 싶었다.

 

 

 

          [김연수 , 청춘의 문장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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