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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323

새는...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 보지 않는다 ..... 다시는 묻지 말자 내 마음을 지나 손짓하며 사라진 그것들을 저 세월들을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것들을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 보는 법이 없다 고개를 꺾고 뒤돌아 보는 새는 이미 죽은 새다 왜가리의 물고기 사냥(만경강) 2008. 11. 30.
가만히 깊어가는 것들 가을이 와서 어느덧 깊어 가고 있습니다 깊어 가다니요. 어디로 깊어 간단 말일까요. 가을 나무들은 길었던 푸른 세월을 마침내 붉은빛으로 익혀서는 내면으로 들입니다 그리고는 긴 동안거冬安居에 임합니다. 마침내는 중심을 열어 청정한 나이테 하나를 얻습니다. 나무들은 그렇게 깊어지는데 우리들 인연의 여러 얽힘들은 무엇으로 어떻게 깊어지는 걸까요 벌레들은 밤새워 고요 속에다가 갖가지 수를 놓는 듯 싶습니다. 처음엔 몇 필匹 될 듯싶더니 지금은 그저 손수건 한 장쯤에 짜는 모양입니다 그만큼 밤도 깊습니다. 밤이 깊으면 병인 듯 이런저런 먼 곳의 일들이 궁금해지곤 합니다. 먼 곳의 빛과 소리들이 그립습니다 그러나 밤이므로 길을 나설 수는 없습니다. 그저 창 앞을 서성이며 그렇게 그리워 할 뿐입니다. 어쩌면 그곳은 .. 2008. 11. 7.
힘내지 않아도 괜찮아 나는 힘내라고 말하고 싶지 않아. 힘내라는 격려의 말을 기대하고 있니? 그건 지금 네게는 역효과야. '힘내라, 열심히 살아라'라고 격려하는 소리들만 넘치는 세상. 이제 사람들은 그런 말로는 참된 힘이 솟지 않아. 나는 도리어 이렇게 말하고 싶어. "힘내지 않아도 괜찮아." - 츠지 히토나리, 사랑을 주세요 2008. 11. 5.
진정한 인격자 충북 괴산의 문광저수지 진정한 인격자는 다른 이들이 주는 자극에 마음을 흩트리지 않는다. 칼럼니스트였던 시드니 해리스는 자신의 친구가 신문 가판대에서 신문을 사는 모습을 보고 느낀 점을 칼럼에 썼다. 그 친구가 신문을 파는 가판대 주인에게 호의를 가지고 공손하게 인사를 했는데 상대방으로부터 퉁명스럽고 불손한 대우를 받는 것이었다. 그런데도 그 친구는 자기 쪽으로 불쾌하게 밀쳐진 신문을 받아들고 친절하게 미소 지으며 "좋은 하루 되세요"라고 인사했다. 그러자 가판대 주인은 "어떤 하루가 되든 당신이 무슨 상관이야! 내 하루는 내가 알아서 보낼 테니 걱정 마시오!" 라며 소리 질렀다. 친구와 함께 길을 가면서, 해리스가 물었다. "저 사람 항상 저렇게 불손한가?" "응, 불행하게도 그렇다네." "그런데도 자.. 2008. 11. 3.
데이트 할 때 들고 나갈 책 고르기 데이트 할 때 들고 나갈 책 고르기 그녀는 물끄러미 내가 무릎 위에 펼쳐놓은 책을 내려다보았다. 그날 내가 들고 나온 책은 알베르토 모라비아의 였다. 사람들은 책 한 권을 들고 나갈 때도 많은 생각을 한다. " 저는 이런 사람이에요. "라고 대놓고 홍보하는 셈이니까. 데이트라 면 더할 것이다. 우선은 들고 다닐 때 부끄럽지 않아야 하겠지. 철면피가 아니라면 이나 같은 책은 좀 곤란할 것이다. 고전은 고루해 보일 수 있으니 패스. 같은 책은 실제 내용은 전혀 고루하지 않으나 늘 세계명작전집 첫머리에 있으니 문제가 된다. 한편 너무 실용적인 책은 신비감을 주지 못한다. 같은 책을 데이트할 때 들고 나간다면 상대방으로 하여금 괜 한 경계심만 불러일으킬 것이다. 이나 같은 유도 대략 난감하고 같은 판타지는 아 .. 2008. 10. 24.
우울한 날의 사랑 우울한 날의 사랑 송해월 사람의 마음에 온도가 같을 수 없듯 내가 네게로 가는 몸 짓으로 너도 그렇게 내게 오라 할 수 없겠지 사람이 사람을 욕심내는 일이 부질 없는 일인 줄 알면서도 바보같이 욕심을 내었구나 내가 너를 처음 사랑하기 시작한 날 무엇 때문이었는지 모르지만 나는 .. 2008. 10. 13.
네게 기차표를 선물하고 싶다 나는 너에게 이런 친구가 되어 주고 싶다. 나에게 주어진 삶을, 그것이 넓고 편안한 길이든 좁고 가파른 길이든 차분하고 담담하게 껴안아 믿음이 가는 친구... 그러던 어느날, 불현듯 일상에서 벗어나도 좋을 시간이 오면 왕복 기차표 두 장을 사서 한장은 내 몫으로 남겨두고, 또 한 장은 발신인 없는 편지 봉투에 담아 우체통에 넣고는 은밀한 즐거움으로 달력의 날짜를 지워가는 그런 친구... 행선지는 안개짙은 날의 춘천이어도 좋고, 전등빛에도 달빛인줄 속아 톡톡 다문 꽃잎을 터뜨린다는 달맞이꽃이 지천에 널려 있는 청도 운문사이어도 좋을 것이다. 중요한 건 너보다 한걸음 앞서 출발하는 기차를 타는 것... 그래야 하늘을 배경으로 바람이 불 때마나 지붕에 서 있는 풍향계가 종종걸음치는 시골 간이역, 낡은 나무 의.. 2008. 9. 26.
나그네는 길에서 쉬기도 한다 임실 옥정호 어딘가... 빗방울이 풀잎을 적시듯 나는 그렇게 지상을 스쳐 지나왔다 내 앞에 열린 길과 내 뒤로 닫힌 길 사이에 저녁은 오고 오지 않는 희망은 잠시 머물기도 한다 누가 나에게 머무는 법을 가르쳐 주었지만 나는 다 잊어버렸다 바람의 질서와 구름의 질서 그리고 파도의 질.. 2008. 9. 24.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라면 조선 남자들은 군대와 축구 이야기를 양로원에 가서도 하고 조선의 여자들은 군대에서 축구한 이야기라면 양로원에서도 이를 간다고 한다. 그런데 군대에서 라면 먹은 이야기라면 어떨까. 그것도 여자 덕분에 먹은 라면이라면 1982년에 이 몸이 군대를 갔더니 일요일 아침으로는 라면을 주었다. 그 라면은 연대급의 병력이 한꺼번에 먹어야 한다는 제약 때문인지 삶아서 주는 것이 아니고 쪄서 주는 것이었다. 삶은 라면 과 달리 찐 라면은 형태가 네모진 그대로 남아 있고 면도 딱딱해서 거의 뜯어먹다시피 해야 했다. 찐 라면에 날계란 하나,단무지를 식판에 얹어주고 철모만한 국자로 미지근한 수프 국물을 떠서 부어주었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기간병(훈련소에서 작대기 계급장을 달고 장군처럼 행동하는 위대한 군인들을 이렇게 불렀는.. 2008. 9.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