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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323

한번 간 사랑은.. 한번 간 사랑은 그것으로 완성된 것이다 한번 간 사랑은 그것으로 완성된 것이다. 애틋함이나 그리움은 저 세상에 가는 날까지 가슴에 묻어두어야 한다. 헤어진 사람을 다시 만나고 싶거들랑 자기 혼자만의 풍경 속으로 가라. 그 풍경 속에 설정되어 있는 그 사람의 그림자와 홀로 만나라. 진실로 그 과거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자신은 그 풍경 속의 가장 쓸쓸한 곳에 가 있을 필요가 있다. - 윤후명 중에서 - 2007. 9. 30.
삶에 있어서 조용함에 관하여 옛사랑이 그리울 때가 있다 잊혀지는 많은 것들이 있지만 잊혀지지 않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창밖을 내다보다가 문득 떠오르거나, 길을 걷다가 스치는 버스 안에 잠시 비친 어떤 얼굴이 꼭 그 사람 같기도 하다 한 때는 행복했었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헤어지는 아픔을 겪는 경우가 많다. 혹은 직장에서 학교에서 한마디 고백도 못한 채 다른 사람을 만나게 되고 결혼을 하게 된다 인연이 아니겠지 하고 잊을 수도 있겠지만 생각 속에서 안개처럼 늘 피어나는 얼굴이 있다 그래서 때로는 이미 바뀌어버린 전화번호를 낡은 수첩에서 찾아보는 어리석은 짓을 하기도 하지만 다 부질없는 일이라는 생각을 할 때 차라리 잊혀졌으면 싶다 그러나 지금이라도 그 사람을 만날 수 있다면 지난 세월이 아무 것도 아닌 일처럼 다시 사랑할 수 있을 것.. 2007. 9. 29.
왜 그립지 않겠습니까 어찌 그럴 수 있겠습니까 낙엽 하나 뒤척거려도 내 가슴 흔들리는데 귓가에 바람 한 점 스쳐도 내 청춘 이리도 쓰리고 아린데 왜 눈물겹지 않겠습니까 사람과 사람은 만나야 한다기에 그저 한번 훔쳐본 것 뿐인데 하루에도 몇 번이고 매스꺼운 너울 같은 그리움 왜 보고 싶은 날이 없겠습니까 하루의 해를 전봇대에 걸쳐 놓고 막차에 몸을 실을 때면 어김없이 창가에 그대가 안녕하는데 문이 열릴 때마다 내 마음의 편린들은 그 틈 사이에서 오도가도 못하는데 왜 서러운 날이 없겠습니까 그립다는 말 사람이 그립다는 말 그 말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저 달빛은 오늘도 말이 없습니다 사랑한다면 진정 사랑한다면 그저 멀리서 바라보며 두고 두고 오래도록 그리워해야 한다는 말 어찌 말처럼 쉽겠습니까 달빛은 점점 해를 갉아먹고 사랑은 짧.. 2007. 9. 21.
남의 떡이 더 커 보이는 심리 2007. 9. 19.
시인과 낚시꾼 정읍 부전제 시를 쓰다가 돌아오는 길에 낚시하는 사람을 보았다. 참선하듯 명상 속에 앉듯 움직임 없이 호수에 줄 하나를 넣고 들여다보고 있었다 다가가 고기를 잡아 어디에 쓰느냐고 묻는다면 그는 아무 말도 않을 것이다 내게 시를 써서 무엇에 쓰느냐고 묻는 것처럼 돌아보지도 않을 것이다 물속을 들여다보며 하늘을 보고 있으면 되는 일 하늘에 줄 하나를 넣고 떨려오는 소리를 들으면 되는 일 그는 거기에 앉아 있지만 이미 그는 없다. 줄을 따라 내려가서 어딘가 다른 세계를 보고 있다 하늘 속에 귀를 집어넣고 듣는 그의 가슴에 우주 음악이 빛난다 바다에 열쇠 하나 던지고 기다리는 그의 눈 속에 신의 발자국인가 흰구름이 떠돈다 허공과 물속을 하나로 사정없이 꿰뚫고 간 줄 이쪽 세계와 저쪽 세계를 단숨에 이어놓은 줄 .. 2007. 9. 18.
아..아..삶이... 절망이라고 치욕이라고 말하지 않고 그냥 시름이라고만 말할 수 있어도 얼마나 좋으리 시름처럼 순하게 시름처럼 아득하게 깊어질 수 있다면 또 얼마나 좋으리 시름처럼 천천히 해가 뜨고 시름처럼 하염없이 늙어가는 나무 아래선 펄펄 끓는 치욕을 퍼먹어도 좋으리 노란 평상 위에서 온갖 웬수들 다 모여 숟가락 부딪치며 밥 먹어도 좋으리 그때 머리 위로는 한때 狂暴했던 바람이 넓적한 그림자를 흔들며 가도 좋으리 시름처럼 수굿한 구름이 나무 꼭대기에서 집적대도 좋으리 그래 끝이라고 문 닫았다고 말하지 않고 그냥 시름이라고 말할 수 있다면 또 얼마나 좋으리 시름처럼 따뜻하게 시름처럼 축축하게 한 시절 뒹굴뒹굴 보낸다면 얼마나 좋으리 시름의 방 속에서 어른거리는 것들의 그림자를 보는 일도 좋으리 문밖에서 휙 지나가는 도둑고.. 2007. 9. 13.
살아야 한다는 근사한 이유...... 종일, 살아야 한다는 근사한 이유를 생각해 봤습니다. 근데 손뼉을 칠 만한 이유는 좀체 떠오르지 않았어요. 소포를 부치고, 빈 마음 한 줄 같이 동봉하고 돌아서 뜻모르게 뚝, 떨구어지던 누운물. 저녁 무렵, 지는 해를 붙잡고 가슴 허허다가 끊어버린 손목. 여러 갈래 짓이겨져 쏟던 피 한 줄. 손수건으로 꼭, 꼭 묶어 흐르는 피를 접어 매고 그렇게도 막막히도 바라보던 세상. 그 세상이 너무도 아름다워 나는 울었습니다. 흐르는 피 꽉 움켜쥐며 그대 생각을 했습니다. 홀로라도 넉넉히 아름다운 그대. 지금도 손목의 통증이 채 가시질 않고 한밤의 남도는 또 눈물겨웁고 살고 싶습니다. 나는,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 있고 싶습니다. 뒷모습 가득 푸른 그리움 출렁이는 그대 모습이 지금 참으로 넉넉히도 그립습니다. 내게선.. 2007. 9. 9.
아름다운 동행을 위해 천천히 가자 굳이 세상과 발맞춰 갈 필요 있나 제 보폭대로 제 호흡대로 가자 늦다고 재촉할 이, 저 자신 말고 누가 있었던가 눈치보지 말고 욕심부리지 말고 천천히 가자 사는 일이 욕심부린다고 뜻대로 살아지나 다양한 삶이 저대로 공존하며 다양성이 존중될 때만이 아름다운 균형을 이루고 이 땅 위에서 너와 내가 아름다운 동행인으로 함께 갈 수 있지 않겠는가 그 쪽에 네가 있으므로 이 쪽에 내 선 자리가 한쪽으로 기울지 않는 것처럼 그래서 서로 귀한 사람 너는 너대로 가고, 나는 나대로 가자 네가 놓치고 간 것들 뒤에서 거두고 추슬러 주며 가는 일도 그리 나쁘지는 않으리 가끔은 쪼그리고 앉아 애기 똥풀이나 코딱지 나물이나 나싱개 꽃을 들여다 보는 사소한 기쁨도 특혜를 누리는 사람처럼 감사하며 천천히 가자 굳이 .. 2007. 9. 8.
이 한심한 사랑 당신에게 매달렸던 세월 아름답다 쓸쓸하다 참혹하다 가을 저녁이다 이 한심한 사랑이 회오리 속에 안개 속에 증오 속에 납 속에 술 속에 구름 속에 이 한심한 사랑이 아파트 속에 서랍 속에 상처 속에 상처 속에 약 속에 하이얀 약 속에 이 한심한 사랑이 빌어먹을 세월 속에 햇살 속에 감옥 속에 빌딩 속에 은행 속에 소나타 속에 소나타 속에 그가 몰고 다니는 하이얀 소나타 속에 거울 속에 거울 속에 이 한심한 사랑이 추운 저녁 카사블랑카에서 나를 만났다고 시를 쓴 하혜의 노트 속에 추운 밤 속에 벽 속에 깊은 밤 속에 트렁크 속에 술에 취한 나를 부르던 너의 목소리 속에 이 한심한 사랑이 죽어 가는 섹스 속에 그림자 속에 한 여자 속에 가을 속에 가을 속에 간신히 간신히 넘어가는 이 세월 속에 미련 속 바람 .. 2007. 9.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