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에는 빗방울 같은 존재가 되고 싶다. 웅덩이 위에 고이는 가벼움으로 누군가에게 물결져 갈 때 바람에 부딪혀 동그란 평온이 흔들리고 비스듬히 꽂힐지 모르겠지만 문득, 그렇게 부딪히고 싶다. 비오는 날에는 빗방울 같은 존재를 만나고 싶다. 창문을 두둘기는 간절함으로 누군가 비밀번호를 누를 때 바람에 흩날려 흐르던 노래가 지워지고 희미하게 얼룩질지 모르겠지만 한순간, 그렇게 젖어들고 싶다. 비오는 날에는 빗방울 같은 존재로 남고 싶다. 가두거나 가볍게 굴릴 수 없는 투명한 세계 나무의 나이테처럼 옹이지거나 수갑 채우지는 않겠다. 컵이나 주전자에 자유롭게 담기는 사유의 기쁨으로 빗방울 같은 내가 빗방울 같은 너에게 다만, 그렇게 담겨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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