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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323

그리움을 붙들고 사는 이유.... 그리움을 붙들고 사는 것은 꼭 사랑 때문만은 아닙니다. 그리움을 놓치고 살면 금방이라도 죽을 것만 같은 두려움 때문입니다. 그리움에 매달려 사는 것은 꼭 그대이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그리움을 놓아버리면 당신 만나 비로소 알게 된 큰 세상 등지고 그대 만나기 이전의 그 밋밋함으.. 2006. 11. 13.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오늘은 슬피 울어도 내일은 기쁨이 찾아 올지도 모른다. 오늘은 분노로 가득차나 내일은 소리내어 크게 웃을지도 모른다. 오늘이 인생의 마지막인 것처럼 허무해도 내일은 희망이 푸른 날개를 퍼덕이며 찾아 올지도 모른다.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오늘은 내 주머니가 비록 초라하지만 내일은 가득 찰지도 모른다. 오늘은 날 알아주는 이가 없어도 내일은 날 찾아주는 사람들로 차고 넘칠지도 모른다.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당신이 하는 일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비방을 해도 자신의 일이 옳다면 결코 주눅 들거나 멈추지 마라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당신에게 주어진 영광에 대해 시샘하거나 따돌릴지라도 당신의 노력으로 이룬 것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을 갖고 더욱 더 자신에게 최선을 다하라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내 마음 같이 믿었.. 2006. 11. 13.
참 쓸쓸한 때 그치지 않는 바람 나뭇가지 끝에 간당거리는 세월의 소리를 듣다 술잔을 들고 풍경에 취해 글자 몇 개 예쁘게 다듬어 놓고 울었다. 참 쓸쓸한 때 그치지 않는 바람, 그 속살거리는 바람조차 서러운 가을이 여기저기서 눈물처럼 뚝뚝 떨어졌다. 저마다의 이력을 뒤적이다 나의 청춘은 안녕한가, 생각하고 생각 하고 생각해 보다 참 쓸쓸한 때 아득한 네가 그리워서 울었다. Junior Wells - I'll Take Care Of You 2006. 11. 6.
흔해빠진 일상에서 길어 올리는 행복 한 남자와 인생을 공유할 때의 흔해빠진 일상에서 길어 올리는 행복... 믿지 못할 기적같은 순간의 축적... 예를 들면... 겨울 아침.. 다케오 옆에서 당연한 일이듯 눈을 뜨는 것... 차가운 발을 건장하고 따스한 생명력에 넘치는 다케오의 발에 휘감을 때의 안심감... 뿌연 유리창... 시간이 멈춰버린 듯한 몇 분... 예를 들면 역에서 거는 전화... 일을 끝내고 돌아오는 다케오의 목소리... 드러누워 열심히 추리소설을 읽고 있던 나는 그 순간.. 모든 것을 떠올린다... 만남에서 그때까지의 모든 것을... 예를 들면 일요일 낮의 섹스... 신나게 늦잠을 자고 깨어났다가 몇 번이나 권태로운 섹스를 하고 그대로 잠들어버린다... 다시 눈을 뜨면 저녁이고.. 둘 다 배가 고파 어쩔 줄 모른다... 그래서.. 2006. 10. 31.
나의 슬픔을 함께 지고 가는 사람 인디언들의 이름 짓는 방법은 매우 신비스럽다 그들의 언어는 보석으로 세공되기 직전, 천연 원석처럼 순수하다 인디언들은 자연과 지혜롭게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과정에서 각별한 순간에 앵글을 맞춘다 그로 인해 존재하는 모든 것들에게 합리적인 이름이 붙여지게 된다 아기가 태어날 때 바람이 심하게 불었다면 바람의 아들이라거나 새가 울었다면 새의 울음소리라고 짓는다고 한다 그러나 그 이름을 무덤까지 고스란히 가져가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다른 이름이 주어지기에 집착을 할 필요도 없다 바람의 아들이 성장해서 춤을 잘 춘다면 위대한 춤꾼이라든지 악기를 잘 다루면 숲 속의 악사로 바뀐다 그들에게 다른 재주가 생겼거나 잊지 못할 기억을 남긴다면 그것과 연관된 이름을 갖게 된다 그들의 이름은 결코 해독하기 힘든 의문의 낱말이.. 2006. 10. 28.
이 가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 가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내가 내 의자에 앉아있는 일이다 바람 소리 귀 세워 두어 번 우편함을 들여다 보고 텅 빈 병원의 복도를 돌아가듯 잠잠히 내 안으로 돌아가는 일이다 누군가 나날이 지구를 떡잎으로 말리고 곳곳에 크고 작은 방화를 지르고 하얗게 삭는 해의 뼈들을 공지마다 가득히 실어다 버리건만 나는 손가락 하나도 움직이지 못한다 나뭇잎 한 장도 머무르게 할 수 없다 내가 이 가을 할 수 있는 일은 내가 내 의자에 앉아 정오의 태양을 작별하고 조용히 下午를 기다리는 일이다 정중히 겨울의 예방을 맞이하는 일이다 홍윤숙 How Where When Cleo Laine, James Galway 2006. 10. 25.
나무들은 그리움의 간격으로 서있다 침엽수들이 적당한 간격으로 서있다 나무들은 적당한 간격으로 서있어야 살기가 편하다 '그리움의 간격'인데 너무 붙어 있으면 싸우게 되고, 너무 멀리 떨어지면 관계가 없어진다 나무들은 너무 가까이 뿌리에서는 양분과 수분의 쟁탈전이 일어나고 줄기에서는 서로 햇볕을 많이 받으려고 키 경쟁을 한다 하지만 너무 떨어져 있으면 서로 의지할 것이 없어 비바람에 쓰러지거나 제대로 크지 못한다 임도 주변에는 소나무, 잣나무, 낙엽송 같은 침엽수들이 적당한 간격으로 서있다 내가 "적당한 간격으로 서 있으니 나무들 살기가 참 편안하겠구나" 하니 일행이 묻는다. "적당한 간격이란 얼마만 한 간격인가요?" "응. 그리움의 간격이지. 너무 붙어 있으면 싸우게 되고 너무 떨어져 있으면 관계없음이고" 어느 시인이 "겨울나무는 그리움의.. 2006. 10. 13.
옛 친구들 근 십 년이나 못 만난 친구가 있다는 것은, 그래 그것은 나이도 나이지만 새것이 되어 서 있는 가을 나무 아래 오래 앉아 있게 만든다 간혹 물든 잎들이 떨어지는 각도를 손바닥을 펴서 받아든다 만난지 십 년이 넘은 친구를 만나서 나는 이 낙엽의 각도를 십 년간 키워온 나의 사상이라고 말해주련다 나의 사상. 나뭇잎이 떨어지는 각도를 알아차렸다는 것은 위대하다 지난 봄에도 몇 개의 묘목들을 사다가 수돗물을 뿌리면서 계단 아래 흙에 묻었었다 나의 사상. 계단을 오르내리며 오르고 내리는 것의 섭리를 생각한다 국제 정세와 남북경협을 생각하기도 한다 위대한 진리인 미국을 생각하고 죽었다 깨어나도 미국을 이길 수 없다는 것에 대해 생각하고 굴복하는 방법에 대해서. 끽 소리 나지 않게 우아하게 굴복하는 방법에 대해 생각.. 2006. 10. 11.
사랑하지 않는 것 처럼 사랑하는 것 아파도 아프지 않는 것처럼 표정하는 것은 아프다고 소리내어 울부짓는 것보다 더 독한 아픔을 가슴에 담고 있음을 나는 안다.. 슬픈 표정 눈물 흘리며 떠나는 마음보다 눈물 곰삭이며 덤덤히 보내야 하는 마음이 더 아프다는 것을 나는 안다.. 슬프다고 울며 사랑 한다고 집착하며 온갖 .. 2006. 10.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