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323 빈 강에 서서 날마다 바람이 불었지. 내가 날리던 그리움의 연은 항시 강 어귀의 허리 굽은 하늘가에 걸려 있었고 그대의 한숨처럼 빈 강에 안개가 깔릴 때면 조용히 지워지는 수평선과 함께 돌아서던 그대의 쓸쓸한 뒷모습이 떠올랐지. 저무는 강, 그 강을 마주하고 있으며 보이는 것이라곤 온통 목숨.. 2007. 1. 4. 겨울밤에 쓰는 편지 그리움이 오래된 사람에게 편지를 쓴다 하고싶은 말은 많은데 썼다가 지우고 썼다간 또 지우고 겹겹의 종이 위에 살비듬처럼 떨어져 쌓이는 회한 내 사랑은 어디쯤에서 서성이느라 한 줄의 단어로도 돌아오지 못하는걸까 그리운 이여 이름 한 번씩 부를 때 마다 몰래 어느 하늘의 별은 지고 시린 바람만 창가를 서성이며 겨울밤을 앓고있다 그대를 기다리는 일은 사랑하는 일보다 더 눈물겹구나 2007. 1. 3. 비를 기다리며 술을 마셨다 여름이 문을 닫을 때까지 나는 바다에 가지 못했다 흐린 날에는 홀로 목로주점에 앉아 비를 기다리며 술을 마셨다 막상 바다로 간다해도 나는 아직 바람의 잠언을 알아듣지 못한다 바다는 허무의 무덤이다 진실은 아름답지만 왜 언제나 해명되지 않은 채로 상처를 남기는지 바다는 말해 .. 2007. 1. 2. 나를 향한 저항 지인에게 송년 인사를 겸해서, “당신이 나의 올해의 인물”이라고 했더니, 의외의 반응이 돌아왔다. ‘그’는 무척 섭섭하다며, “겨우 올해의 인물이냐, 내겐 당신이 평생의 인물인데…”라고 항의한다. 내가 누군가의 ‘평생의 인물’로 기억되는 것이 과연 행복한 일일까? 나로서는 평생의 인물이 존재하는 것도, 내가 타인의 평생의 인물인 것도 끔찍한 일이다. 그것은 “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처럼 본질주의 정치학이라고 생각한다. 사랑이든, 정치적 신념이든, 돈이든, 몸이든 영원을 추구하는 것은, 음식물과 죽은 동물이 썩지 않는 세상을 바라보는 것 같은 두려운 일이다. 변화가 없다는 것은 지옥이 아닐까? 고통이 고통인 것은 그것이 지속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우리는 행복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행복할 때.. 2006. 12. 17. 사이 사 이 / 김현태 섬과 섬 사이에는 눈물이 있고 꽃과 꽃 사이에는 나비가 있고 별과 별 사이에는 작은 어둠이 있습니다 가도가도 끝을 가늠할 수 없는 수평선 너머 같은 그대 그대와 나 사이엔 그리움이 있습니다 A Heaven Full Of Violins / Ralf Bach 2006. 12. 16. 그곳에 가고 싶다 그 곳에 가고 싶다 연 사흘 씩이나 쫄랑거리고 다닐 때부터 알아보았다 어디 사흘뿐이랴 북쪽끝으로 동으로 서로 밤낮없이 잘도 돌아댕겼다 그러고도 모자라 또 욕심을 부려 몸을 혹사를 시켰다 드디어 몸살이 났나보다 몸이 좀 노곤하다 싶을 때 눈 앞이 가물가물 하다 했을 때 알았어.. 2006. 12. 11. 기억이 가져간 사람 무심히... 기억속을 걸어가다 보면 어느땐가 부터 우두커니 나를 바라보는 한사람이 있습니다 얼른 기억을 거슬러 나오려 했지만 성큼 다가온 그대는... 이미 그리움의 맨앞에 서 있습니다 무심히... 올려다본 저녁 하늘의 별이 언뜻 그대의 눈동자를 닮아 얼른 눈을감고 하늘을 지우려 했.. 2006. 12. 8. 떠나는 것들의 행방 나는 알고 싶다. 떠나는 것들, 사라지는 것들은 어디로 가는가 사라지는 것들의 행방이 궁금해서 망연자실할 때가 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과연 어디로 갔을까. 과거로 간 것일까, 미래로 간 것일까 종소리를 듣고 있다가도 깊은 착각에 빠진다 종소리는 희미한 여운을 남기며 과거로 가는가, 미래로 흘러가는가 내가 들을 수 없을 뿐이지, 어디인지 가고 있을 텐데……. 사라져간 종소리가 다시 들려올 것만 같아 허공에 귀를 대보곤 했다 도대체 어디로 행방을 감춰버린 것일까 소멸하는 것은 모두 과거의 기억이 되어 퇴색되고 마는가 미래의 등뒤로 숨어버려 보이지 않는 것일까 나에게서 떠났다고 해서 사라져버린 것일까 떠난 사랑이 다른 이에게 가 더 향기로운 꽃을 피울 수 있듯 다른 사람에게 다가가고 있는 게 아닐까 아.. 2006. 12. 8. 잡을 수 없는 것들 이 세상에는 잡을 수 없는 게 너무 많다. 겨울. 저기 먼 다른 세상으로 가는 사람. 안개... 끼... 꿈... 세월. 미꾸라지... 구름... 그림자.. 파도. 나... 메아리... 마음... 촛불... 미련. 이 밤의 끝... 수박씨... 빗줄기... 담배연기... 비행기... 할아버지 수염. 목요일... 무지개... 새소리... 종소리... 물소리... 애증. 그외에도 수없이 많기도 하지만 그중에 가장 잡기 힘든 것은 내 오랜 방황... 황철원 2006. 11. 27. 이전 1 ··· 19 20 21 22 23 24 25 ··· 3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