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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홍시의 고집

by 류.. 2007. 1. 10.

 

 

겨울이 다 지나도록
여태 저 놈, 허공을 붙들고 있다

이제 그만 내려와도
되련만,
이 악물고 버,티,고, 있다

내려와, 아랫묵에 등 지져도
뭐라 할 사람 하나 없는데
무슨 생고집인지
나뭇가지의 목덜미 놓아주지 않는다

바람이 들어닥칠 때면
홍시는 손아귀 힘을 더욱 준다
그럴 때마다, 그래서 얼굴이 붉어진 것이다

홍시는 끝끝내 버티려 한다
봄이 올 때까지만

홍시는 아는 것이다
               자신마저 훌훌 털고 쪼르룩 내려온다면
       

     홀로 긴 겨울을 버터야 하는
        나뭇가지의 아픔을
        홍시, 조금은 아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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