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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115

오동나무꽃 봉황이 앉는다는 나무.. 오동나무는 어느 정도 자라면 10m에서 15m까지의 높이에 이른다. 작은 나무가 아니다. 지금이 한창 꽃을 피울 때인데, 이때 보면 거대한 나무 전체가 보라색 꽃 덩어리이다. 보통 꽃나무라고 하면 1~2m에 불과하다. 개나리, 진달래, 철쭉, 해당화, 노랑꽃창포가 그렇다. 이 정도 크기는 예쁘기는 하지만, 사람을 압도하는 위엄은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나 오동나무에 꽃이 피면 바라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위풍당당함을 느끼게 한다. 100m 이상 멀리서 보아도 그 꽃의 기운이 느껴지는 것만 같다. 커다란 나무이면서 동시에 보라색 꽃나무가 되는 것이다. 오동나무 한 그루의 꽃만 가지고도 주변 일대가 환하다. 이것이 오동의 특징이다. 봉황 정도 되는 큰 새가 앉는 나무는 크기도 커야 한다... 2010. 5. 11.
동백 개화 흔들리는 나뭇가지에 꽃 한번 피우려고 눈은 얼마나 많은 도전을 멈추지 않았으랴 싸그락 싸그락 두드려보았겠지 난분분 난분분 춤추었겠지 미끄러지고 미끄러지길 수백 번,바람 한 자락 불면 휙 날아갈 사랑을 위하여 햇솜 같은 마음을 다 퍼부어 준 다음에야 마침내 피워낸 저 황홀 보아라 봄이면 가지는 그 한 번 덴 자리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상처를 터뜨린다... -첫사랑/고재종- 2010. 2. 18.
변산바람꽃 변산바람꽃 꽃이 진다고 슬퍼하지 마라 떨어져 내린 꽃자리가 아프다고 울지 마라 붙잡고 있던 것들 아낌없이 내려놓으면서 아래로 고개 숙여 헌신한 날들이 있었기에 다시 봄이 와, 새순 돋아나고 천지사방 꽃들은 꽃문을 열어 봄을 노래하나니 잠시도 무언가를 사랑하지 않고는 못 견디는 꽃잎 분분한 꽃그늘 아래서 행간을 더듬어 읽어 내려가는 시집처럼 그대를 읽어 내려가는 날 꽃등 밝히듯 우리 다시 만나 아득한 풍경으로 피어날 날 있으리니 눈물겹게 환해질 날 있으리니 슬프도록 아름다운 이 봄날에 -다시, 봄/이정자- Always on My Mind/Chris De Burgh 2010. 2. 3.
눈속에 피는 꽃 복수초 눈속에 피는 꽃은 제 몸으로 눈을 녹인다 있는 힘을 다해 꽃대를 밀어올리며 몸 밖으로 열을 내품는다 눈속에 피는 꽃은 봄을 기다리지 않는다 눈속에 피는 꽃은 오직 자기 힘으로 하늘을 연다 둥글게 꽃을 열며 스스로 봄인 것이다 2010. 1. 31.
대추나무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게 저 혼자 둥글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날         -대추 한알/장석주   구절초 꽃의 보랏빛 향기 속에 몸을 담그고 있던 잠자리가 대추나무 가지로 옮겨 앉습니다. 가느다란 다리로 나뭇가지를 잡으며 대추나무에게 무슨 말인가를 중얼거리는 잠자리 날개의 미세한 잎맥 위로 바람이 지나갑니다. 네 개의 날개 끝에 있는 단아한 고동색 무늬가 곱습니다. 잠자리 몸의 아름다운 색깔들은 누가 칠해놓았는지 참 잘도 그리셨다는 생각을 합니다. 저 작은 한 마리의 잠자리도 기나긴 장맛비의 회초리를 다 견뎌냈습니다. 뜨거운.. 2009. 9. 23.
도라지 그러므로 너와의 만남에는 목적이 없었다 그러니까 헤어짐에도 제목이 없다 오다가다 만난 것들끼리는 오던 길 가던 길로 그냥 가면 된다, 그래야만 비로소 너와 나 들꽃이 되는 것이다 달이 부푼 가을 들판을 가로질러 가면 구절초밭 꽃잎들 제 스스로 삭이는 밤은 또 얼마나 깊은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서로 묻지 않으며 다만 그곳에 났으므로 그곳에 있을 뿐, 다행이다 내가 한 계절 끝머리에 핀 꽃이었다면 너 또한 그 모퉁이 핀 꽃이었거늘 그러므로 제목없음은 다행한 일이다 사람만이 제목을 붙이고 제목을 쓰고, 죽음 직전까지 제목 안에서 필사적이다 꽃은 달이 기우는 뜻을 헤아리지 않는다, 만약 인간의 제목들처럼 집요하였더라면 지금쯤 이 밤이 휘영청 서러운 까닭을 알겠는가 꽃대궁마다 꽃피고 꽃지고, 수런수런 밤.. 2009. 7. 28.
치자꽃 7월은 나에게 치자꽃 향기를 들고옵니다 하얗게 피었다가 질 때는 고요히 노란빛으로 떨어지는 꽃 꽃은 지면서도 울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아무도 모르게 눈물 흘리는 것일 테지요 세상에 살아있는 동안 만나는 모든 사람들을 꽃을 만나듯이 대할 수 있다면 그가 지닌 향기를 처음 발견한 날의 기쁨을 되새기며 설레일 수 있다면 어쩌면 마지막으로 그 향기를 맡을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조금 더 사랑할 수 있다면 우리의 삶 자체가 하나의 꽃밭이 될 테지요 7월의 편지 대신 하얀 치자꽃 한 송이 당신께 보내는 오늘 내 마음의 향기도 받으시고 조그만 사랑을 많이 만들어 향기로운 나날 이루십시오... 이해인 2009. 7. 9.
살구 제주에서 달포 남짓 살 때 마당에는 살구나무가 한 주 서 있었다 일층은 주인이 살고 그 옆에는 바다 소리가 살았다 아주 작은 방 들이 여럿 하나씩 내놓은 窓엔 살구나무에 놀러 온 하늘이 살았다 형광등에서는 쉬라쉬라 소리가 났다 가슴 복잡한 낙서들이 파르르 떨었다 가끔 옆방에서는 대통령으로 덮은 짜장면 그릇이 나와 있었 다. 감색 목도리를 한 새가 하나 자주 왔으나 어느 날 주인집 고양이 가 총총히 물고 걸어가는 것이 보였다 살구나무엔 새의 자리가 하나 비었으나 그냥 맑았다. 나는 나왔으나 그 집은 그냥 맑았다. -살구나무여인숙/장석남- 2009. 6. 16.
수국 꽃색이 칠면조처럼 환경에 따라 변하는 꽃이 있습니다 일명 칠변화(七變花)라고도 하는 수국(水菊)입니다 처음에는 희다가 분홍색 또는 붉은색으로 되기도 하고 하늘색,·청색으로도 됩니다 이렇게 꽃잎의 변화가 심한 이유는 토양의 산도 때문입니다. 토양이 중성이면 흰색이지만, 산성이면 청색으로, 알칼리성이면 분홍색으로 변합니다. 그래서 꽃 주위에 명반(백반)을 묻어두고 물을 주면 흰색이던 꽃색이 청색으로 변하고, 또 잿물이나 석고가루를 뿌리고 물을 주면 분홍색으로 변합니다. 꽃말도 색상에 따라 다릅니다. 백색은 절개 없는 여인과 같다하여 '변하기 쉬운 마음'이며, 하늘색은 '냉담', 분홍색은 '소녀의 꿈'이라는군요. 나무가 꽃눈을 피운다는 것은 누군가를 기다린다는 것이다 찬란한 봄날 그 뒤안길에서 홀로 서 있던 .. 2009. 5.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