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봉황이 앉는다는 나무.. 오동나무는 어느 정도 자라면 10m에서 15m까지의 높이에 이른다.
작은 나무가 아니다. 지금이 한창 꽃을 피울 때인데, 이때 보면 거대한 나무 전체가 보라색 꽃 덩어리이다.
보통 꽃나무라고 하면 1~2m에 불과하다. 개나리, 진달래, 철쭉, 해당화, 노랑꽃창포가 그렇다.
이 정도 크기는 예쁘기는 하지만, 사람을 압도하는 위엄은 느껴지지 않는다.
- 그러나 오동나무에 꽃이 피면 바라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위풍당당함을 느끼게 한다.
100m 이상 멀리서 보아도 그 꽃의 기운이 느껴지는 것만 같다. 커다란 나무이면서 동시에 보라색 꽃나무가 되는 것이다.
오동나무 한 그루의 꽃만 가지고도 주변 일대가 환하다. 이것이 오동의 특징이다.
- 봉황 정도 되는 큰 새가 앉는 나무는 크기도 커야 한다. 작으면 부러지지 않겠는가. 크기만 하고 꽃이 없으면 안 된다.
꽃도 있으면서 거기에다가 향기도 좋다. 오동 꽃의 향기도 라일락 향 못지않게 좋다.
오동나무에 봉황이 내려앉는 시기는 일년 중에 아마 지금일 것이다.
- 우리 조상들은 딸을 낳으면 오동나무를 심었다. 속성수이므로 20년이면 다 자란다.
딸이 시집갈 무렵이면 오동나무를 켜서 장롱(欌籠)을 만들어 주었다.
오동나무 장롱은 가벼우면서도 좀이 먹지 않는다. 장롱 재료로는 그만이다.
품격과 실용을 모두 갖춘 나무가 오동이다.
외떨어져 살아도 좋을 일
마루에 앉아 신록에 막 비 듣는 것 보네
신록에 빗방울이 비치네
내 눈에 녹두 같은 비
살구꽃은 어느새 푸른 살구 열매를 맺고
나는 오글오글 떼지어 놀다 돌아온
아이의 손톱을 깎네
모시조개가 모래를 뱉어놓은 것 같은 손톱을 깎네
감물 들듯 번져온 것을 보아도 좋을 일
햇솜 같았던 아이가 예처럼 손이 굵어지는 동안
마치 큰 징이 한번 그러나 오래 울렸다고나 할까
내가 만질 수 없었던 것들
앞으로도 내가 만질 수 없을 것들
살구꽃은 어느새 푸른 살구 열매를 맺고
이 사이
이 사이를 오로지 무엇이라 부를 수 있을까
시간의 혀끝에서
뭉긋이 느껴지는 슬프도록 이상한 이 맛을
ㅡ 문태준, <살구꽃은 어느새 푸른 살구 열매를 맺고>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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