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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

오동나무꽃

by 류.. 2010. 5. 11.

 

 

    봉황이 앉는다는 나무..  오동나무는 어느 정도 자라면 10m에서 15m까지의 높이에 이른다.
    작은 나무가 아니다. 지금이 한창 꽃을 피울 때인데,  이때 보면 거대한 나무 전체가 보라색 꽃 덩어리이다.
    보통 꽃나무라고 하면 1~2m에 불과하다.  개나리, 진달래, 철쭉, 해당화, 노랑꽃창포가 그렇다.
    이 정도 크기는 예쁘기는 하지만, 사람을 압도하는 위엄은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나 오동나무에 꽃이 피면 바라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위풍당당함을 느끼게 한다.
    100m 이상 멀리서 보아도 그 꽃의 기운이 느껴지는 것만 같다. 커다란 나무이면서 동시에 보라색 꽃나무가 되는 것이다.
    오동나무 한 그루의 꽃만 가지고도 주변 일대가 환하다. 이것이 오동의 특징이다.
    봉황 정도 되는 큰 새가 앉는 나무는 크기도 커야 한다. 작으면 부러지지 않겠는가. 크기만 하고 꽃이 없으면 안 된다.
    꽃도 있으면서 거기에다가 향기도 좋다. 오동 꽃의 향기도 라일락 향 못지않게 좋다.
    오동나무에 봉황이 내려앉는 시기는 일년 중에 아마 지금일 것이다.
    우리 조상들은 딸을 낳으면 오동나무를 심었다.  속성수이므로 20년이면 다 자란다.
    딸이 시집갈 무렵이면 오동나무를 켜서 장롱(欌籠)을 만들어 주었다.
    오동나무 장롱은 가벼우면서도 좀이 먹지 않는다. 장롱 재료로는 그만이다.
    품격과 실용을 모두 갖춘 나무가 오동이다.
     

 

 

      외떨어져 살아도 좋을 일
      마루에 앉아 신록에 막 비 듣는 것 보네
      신록에 빗방울이 비치네
      내 눈에 녹두 같은 비
      살구꽃은 어느새 푸른 살구 열매를 맺고
      나는 오글오글 떼지어 놀다 돌아온
      아이의 손톱을 깎네
      모시조개가 모래를 뱉어놓은 것 같은 손톱을 깎네
      감물 들듯 번져온 것을 보아도 좋을 일
      햇솜 같았던 아이가 예처럼 손이 굵어지는 동안
      마치 큰 징이 한번 그러나 오래 울렸다고나 할까
      내가 만질 수 없었던 것들
      앞으로도 내가 만질 수 없을 것들
      살구꽃은 어느새 푸른 살구 열매를 맺고
      이 사이
      이 사이를 오로지 무엇이라 부를 수 있을까
      시간의 혀끝에서
      뭉긋이 느껴지는 슬프도록 이상한 이 맛을


       ㅡ 문태준, <살구꽃은 어느새 푸른 살구 열매를 맺고>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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