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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

살구

by 류.. 2009. 6. 16.

 

 

제주에서 달포 남짓 살 때 마당에는 살구나무가 한 주 서 있었다
일층은 주인이 살고 그 옆에는 바다 소리가 살았다 아주 작은 방
들이 여럿 하나씩 내놓은 窓엔 살구나무에 놀러 온 하늘이 살았다
형광등에서는 쉬라쉬라 소리가 났다 가슴 복잡한 낙서들이 파르르
떨었다 가끔 옆방에서는 대통령으로 덮은 짜장면 그릇이 나와 있었
다. 감색 목도리를 한 새가 하나 자주 왔으나 어느 날 주인집 고양이
가 총총히 물고 걸어가는 것이 보였다 살구나무엔 새의 자리가 하나
비었으나 그냥 맑았다.  나는 나왔으나 그 집은 그냥 맑았다.

 

 -살구나무여인숙/장석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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