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지나가지 않는 오전
낯선 골목길 담장 아래를 걷다가
누군가 부르는 것 같아 돌아보는 순간,
내가 저 꽃나무였고
꽃나무가 나였던 것 같은 생각
화들짝 놀라 꽃나무 바라보는 순간
짧게 내가 기억나려던 순간
아, 햇빛은 어느새 비밀을 잠그며 꽃잎 속으로 스며들고
까마득하게 내 생은 잊어버렸네
낯선 담장집 문틈으로
기우뚱
머뭇거리는 구름 머나 먼 하늘
언젠가 한 번 와 본 것 같은
어디선가 많이 본 것 같은
고요한 골목길
문득 바라보니 문득 피었다 사라져버린 꽃잎처럼
햇빛 눈부신 봄날, 문득 지나가는
또 한 생이여
-삶을 문득이라고 부르자/권대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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