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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

모과나무꽃

by 류.. 2009. 5. 9.

 

 

 

 

      -저 열매를 따줘

      나뭇잎은 열매에 매달려 위태롭네

      당신이 발돋움해서 따온 어린 모과 열매

      조심스레 혀끝에 대본다

      떫고 쓴 오후 세시

      이 미숙함이 우리 사랑 같아

      풋과일처럼 웃고 있는 당신의 어깨 위에

      모과나무 잎사귀 하나 망설이며 내려와 앉는다

      오래도록 길 너머를 그리워해 본 자만이 갖는 불안한 잠,

      그 끝에 갖는 오수의 달콤함 같은 것

      우리 그렇게 잠시 눈을 감았다 뜨면

      이 늦은 봄 다 갈 거야

      해지는 정원 키 큰 모과나무 아래

      설익은 열매 하나

      나뭇잎 하나  

       

       

       

       

        빈 마당을 볼 때마다 너는 서 있다
        빈 마당을 볼 때마다 너는 어느 꽃나무 아래 앉아 있다
        빈 마당을 볼 때마다 너는 풀잎 끝에서 흔들리고 있다

        꽃이 시들고 있다
        이미 무슨 꽃인지도 모르겠다
        그 속에서도 너는 있다

        빈 하늘을 볼 때마다 너는 떠 있다
        빈 마당을 볼 때마다 너는 서 있다
        훌쩍 서 있다

        나는 저 마당보다도 가난하고
        가난보다도 가난하다
        나는 저 마당가의 울타리보다도 가난하고
        울타리보다도 훌쩍 가난하다
        ---가난은 참으로 부지런하기도 하다

        빈 마당을 볼 때마다 너는 없다
        빈 마당을 볼 때마다 너는 없고
        너는 훌쩍 없고
        없고 그러나
        내 곁에는 언제나 훌쩍 없는
        사람이
        팔짱을 끼고 있다
        ---빈 마당을 볼 때마다 나는 하나뿐인 심장을 만진다

         


        -빈마당을 볼 때 마다/장석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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