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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113

모과나무꽃 -저 열매를 따줘 나뭇잎은 열매에 매달려 위태롭네 당신이 발돋움해서 따온 어린 모과 열매 조심스레 혀끝에 대본다 떫고 쓴 오후 세시 이 미숙함이 우리 사랑 같아 풋과일처럼 웃고 있는 당신의 어깨 위에 모과나무 잎사귀 하나 망설이며 내려와 앉는다 오래도록 길 너머를 그리워해 본 자만이 갖는 불안한 잠, 그 끝에 갖는 오수의 달콤함 같은 것 우리 그렇게 잠시 눈을 감았다 뜨면 이 늦은 봄 다 갈 거야 해지는 정원 키 큰 모과나무 아래 설익은 열매 하나 나뭇잎 하나 빈 마당을 볼 때마다 너는 서 있다 빈 마당을 볼 때마다 너는 어느 꽃나무 아래 앉아 있다 빈 마당을 볼 때마다 너는 풀잎 끝에서 흔들리고 있다 꽃이 시들고 있다 이미 무슨 꽃인지도 모르겠다 그 속에서도 너는 있다 빈 하늘을 볼 때마다 너는 떠 있.. 2009. 5. 9.
해빙기에 피는 꽃 변산바람꽃 해빙기의 아침은 춥다. 잔디 위에서 아른거리는 아지랑이는 한낮에 것, 아침은 춥고 때로 창마다 성에가 끼기도 한다. 우리는 알아야 하리라. 봄은 따뜻하게만 오는 것이 아님을 강이 풀리고 나무마다 물이 오르고 죽음의 시간을 적시며 비가 내리고 봄은 그래서 언제나 늦게 오는 것 같다. 그러나 봄은 온다! -한수산의 [해빙기의 아침]중에서 복수초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 판 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들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노루귀 너를 보면 눈부셔 일어나 맞이할 수가 없다 입을 열어 외치지만 소리는 굳어 나는 아무 것도 미리 알릴 .. 2009. 2. 3.
구절초 하루 해가 다 저문 저녁 강가로 산그늘을 따라서 걷다 보면은 해 저무는 물가에는 바람이 일고 물결들이 밀려오는 강기슭에는 구절초꽃 새하얀 구절초꽃이 저리도 잔잔히 피어있네 구절초꽃 피면은 가을 오구요 구절초꽃 지면은 가을 가는데 하루 해가 다 저문 저녁 강가로 서늘한 저녁 달만 떠오르네 구절초꽃 새하얀 구절초꽃에 달빛만 하얗게 모여드네 -구절초꽃/범능스님 곡 / 김용택 詩 정읍시 산내면 구절초공원 -2008년 구절초축제 . 공주 장군산 영평사 : 9/29~10/21 . 정읍 산내 구절초공원 : 10/10~10/12 9/29 현재 장군산 영평사 구절초축제는 시작되었으나 아직 20%도 피지 않은 상태 10월 2째주말인 10/11 경이 절정일 것으로 예상된다 2008. 9. 19.
벌개미취 가을입니다 해질녘 먼 들 어스름이 내 눈 안에 들어섰습니다 윗녘 아랫녘 온 들녘이 모두 샛노랗게 눈물겹습니다 말로 글로 다할 수 없는 내 가슴속의 눈물겨운 인정과 사랑의 정감들을 당신은 아시는지요 해 지는 풀섶에서 우는 풀벌레들 울음소리 따라 길이 살아나고 먼 들 끝에서 살아나는 불빛을 찾았습니다 내가 가고 해가 가고 꽃이 피는 작은 흙길에서 저녁 이슬들이 내 발등을 적시는 이 아름다운 가을 서정을 당신께 드립니다 -김용택시인의 '가을' 2008. 9. 12.
해바라기 무작정 그대가 좋았다 세상에 태어나 맨 먼저 해와 친해진 어린 식물처럼 다가갈 수 없는 거리에서 바라만 보는 이유는, 세상과 해 사이에 놓인 거리 때문이다 그래서 세상에는 해와 해바라기처럼 바라만 보고 사는 사람이 많지 않은가 그대 아는가 해와 해바라기로 살아가는 우리의 채워지지 않는 거리를 햇살 한번 반짝이지 않는 그대 무심한 마음을 진정 알고는 있는가 2008. 6. 9.
금계국 요즘 시골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금계국 금계국이 피어나면 정말 여름이구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가을에 피는 노랑코스모스와 구별이 어렵다구요? 금계국은 꽃대가 뿌리에서 올라오며 가지치기를 하지 않지요 꿀과 꽃가루가 많아서 벌과 나비들이 많이 날아 든답니다 풀섶에 피어 있어도 나름대로 어울리고 예쁜 꽃 꽃말조차 '상쾌한 기분' 이젠 정말 여름인가 봅니다 2008. 6. 3.
찔레꽃 꿈결처럼 초록이 흐르는 이 계절에 그리운 가슴 가만히 열어 한 그루 찔레로 서 있고 싶다 사랑하던 그 사람 조금만 더 다가서면 서로 꽃이 되었을 이름 오늘은 송이송이 흰 찔레꽃으로 피워 놓고 먼 여행에서 돌아와 이슬을 털 듯 추억을 털며 초록 속에 가득히 서 있고 싶다 그대 사랑하는 동안 내겐 우는 날이 많았었다 아픔이 출렁거려 늘 말을 잃어갔다 오늘은 그 아픔조차 예쁘고 뾰족한 가시로 꽃 속에 매달고 슬퍼하지 말고 꿈결처럼 초록이 흐르는 이 계절에 무성한 사랑으로 서 있고 싶다 /문정희 2008. 5. 26.
노랑매미꽃 원래 이름은 피나물이며 달리 여름매미꽃이라고도 한다 중부 산간의 습한 지역에서 자란다 뿌리줄기는 짧고 굵으며 여기서 잎과 꽃줄기가 나와서 높이 30cm 내외로 자라고 연한 줄기와 잎을 꺾으면 피[血]와 비슷한 적황색의 유액이 나와 피나물이란 이름이 붙게 되었다 식물체 전체에 약한 독성이 있지만 어린 것은 삶아서 나물로 먹고, 한방에서는 뿌리를 하청화근(荷靑花根)이라 하여 외상을 입은 부위에 붙이거나 환약으로 만들어 복용하여 신경통·관절염 등을 치료한다 꽃 모양이 아름다워 이른봄 정원의 화초로 좋으며 번식은 포기나누기로 한다 꽃은 양성화로 4∼5월에 피고 꽃잎은 4개이며 윤기가 나는 노란색이다 2008. 5. 12.
등꽃 바깥으로 뱉아 내지 않으면 고통스러운 것이 몸 속에 있기 때문에 꽃은, 핀다 솔직히 꽃나무는 꽃을 피워야 한다는 게 괴로운 것이다 내가 너를 그리워하는 것, 이것은 터뜨리지 않으면 곪아 썩는 못난 상처를 바로 너에게 보내는 일이다 꽃이 허공으로 꽃대를 밀어 올리듯이 그렇다 꽃대는 꽃을 피우는 일이 너무 힘들어서 자기 몸을 세차게 흔든다 사랑이여, 나는 왜 이렇게 아프지도 않는 것이냐 몸 속의 아픔이 다 말라버리고 나면 내 그리움도 향기나지 않을것 같아 두렵다 살아 남으려고 밤새 발버둥을 치다가 입 안에 가득 고인 피, 뱉을 수도 없고 뱉지 않을 수도 없을 때 꽃은, 핀다 -꽃/안도현 2008. 5.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