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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113

앵두 옛 노트에서 그때 내 품에는 얼마나 많은 빛들이 있었던가 바람이 풀밭을 스치면 풀밭의 그 수런댐으로 나는 이 세계 바깥까지 얼마나 길게 투명한 개울을 만들 수 있었던가 물 위에 뜨던 그 많은 빛들, 좇아서 긴 시간을 견디어 여기까지 내려와 지금은 앵두가 익을 무렵 그리고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 그때는 내 품에 또한 얼마나 많은 그리움의 모서리들이 옹색하게 살았던가 지금은 앵두가 익을 무렵 그래 그 옆에서 숨죽일 무렵 - 장석남 시집 『지금은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에서 간신히, 아주 간신히, 마음의 평정을 얻게 되었더라도, 그 상태를 유지하는 건 쉽지 않다. 죽을 힘 다해 노력해서 누군가를 향한 그리움을 단속하게 되었다. 달아나려는 감정의 가닥들을 한 곳에 쑤셔 넣은 후, 도망가지 못하.. 2014. 6. 7.
능금 그는 그리움에 산다 스스로도 견디기 어려운 빛깔이 되고 향기가 된다 그리움은 마침내 스스로의 무게로 떨어져 온다 떨어져 와서 우리들 손바닥에 눈부신 축제의 비할 바 없이 그윽한 여운을 새긴다 이미 가 버린 그 날과 이 아쉬운 자리에는 시시각각의 그의 충실만이 익어 간다 보라 높고 맑은 곳에서 한결같은 애무의 눈짓을 보낸다 놓칠 듯 놓칠 듯 숨 가쁘게 세월도 알 수 없는 거기 푸르게만 고인 깊고 넓은 감정의 바다가 있다 우리들 두 눈에 그득히 물결치는 시작도 끝도 없는 바다가 있다 -김춘수 전문 ♬ Life is only for love / Asher Quinn 2013. 9. 16.
능소화 이를테면 제 집 앞뜰에 능소화를 심은 사람의 마음이 그러했을 것이다 여름날에, 우리는 후두둑 지는 소나기를 피해 어느 집 담장 아래서 다리쉼을 하고 모든 적막을 뚫고 한바탕의 소요가 휩쓸고 갈 때, 어사화같은 능소화 꽃 휘어져 휘몰아쳐지고 있을 때 그랬을 것이다 우리는 그 집의 좋은 향기에 가만히 코를 맡기고 잠시 즐겁다 능소화 꽃 휘어진 줄기 흔들리면, 나는 알고 있다 방금 내가 꿈처럼, 혹 무엇처럼 잠시 다녀온 듯도 한 세상을 -그집앞 능소화/이현승 2013. 5. 8.
동강할미꽃 푸른 물 흘러 흘러 강원유곡 백삼십 리 강 허리에 흰빛 자갈 눈빛을 가른다 정선평창 기암절벽 굽이마다 돌고 돌아 징검다리 건너 어라연에 영월동강 굽이치네 아 ~ 높고 낮은 산자락에 하얀 구름 머무르고 이슬 맺힌 맑은 햇살에 동강은 흘러 흐르는데... 조양수 흘러 흘러 가수리길 동남천에 강 허리에 적빛 자갈 눈빛을 가른다 청령포 어린 단종 두견도 울고 울어 거운교 건너 문산나루 영월동강 굽이치네 아 ~ 높고 낮은 산자락에 뭉게구름 머무르고 풀빛 맺힌 푸른 하늘에 동강은 흘러 흐르는데 - 동강은 흐르는데 / 테너 임웅균 동강할미꽃은 동강 일대에서조차 극히 제한된 지역에서만 발견되어지는 우리나라 고유종이다 1997년 사진작가 김정명씨에 의햐 처음 발견되어 2000년 동강할미꽃(Pulsatilla Tongkan.. 2013. 3. 24.
복수초 산에 오르다 만난 반가운 복수초 꽁꽁 얼어붙은 땅을 뚫고 올라온 봄의 전령사.. 생명의 경이로움이란...!! 봄은 가까이에 있다 입춘... 2012. 2. 7.
제비꽃 제비꽃을 알아도 봄은 오고 제비꽃을 몰라도 봄은 간다 제비꽃에 대해 알기 위해서 따로 책을 뒤적여 공부할 필요가 없지 연인과 들길을 걸을 때 잊지 않는다면 발견할 수 있을 거야 그래, 허리를 낮출 줄 아는 사람에게만 보이는 거야 자줏빛이지 자줏빛을 톡 한번 건드려봐 흔들리지? 그건 관심이 있다는 뜻이야 사랑이란 그런 거야 사랑이란 그런 거야 봄은, 제비꽃을 모르는 사람을 기억하지 않지만 제비꽃을 아는 사람 앞으로는 그냥 가는 법이 없단다 그 사람 앞에는 제비꽃 한포기를 피워두고 가거든 참 이상하지? 해마다 잊지 않고 피워두고 가거든 -제비꽃에 대하여 / 안도현 2011. 3. 24.
진달래 나도 봄산에서는 나를 버릴 수 있으리 솔이파리들이 가만히 이 세상에 내리고 상수리나무 묵은 잎은 저만큼 지네 봄이 오는 이 숲에서는 지난 날들을 가만히 내려놓아도 좋으리 ..... 2011. 3. 17.
오동나무꽃 봉황이 앉는다는 나무.. 오동나무는 어느 정도 자라면 10m에서 15m까지의 높이에 이른다. 작은 나무가 아니다. 지금이 한창 꽃을 피울 때인데, 이때 보면 거대한 나무 전체가 보라색 꽃 덩어리이다. 보통 꽃나무라고 하면 1~2m에 불과하다. 개나리, 진달래, 철쭉, 해당화, 노랑꽃창포가 그렇다. 이 정도 크기는 예쁘기는 하지만, 사람을 압도하는 위엄은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나 오동나무에 꽃이 피면 바라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위풍당당함을 느끼게 한다. 100m 이상 멀리서 보아도 그 꽃의 기운이 느껴지는 것만 같다. 커다란 나무이면서 동시에 보라색 꽃나무가 되는 것이다. 오동나무 한 그루의 꽃만 가지고도 주변 일대가 환하다. 이것이 오동의 특징이다. 봉황 정도 되는 큰 새가 앉는 나무는 크기도 커야 한다... 2010. 5. 11.
동백 개화 흔들리는 나뭇가지에 꽃 한번 피우려고 눈은 얼마나 많은 도전을 멈추지 않았으랴 싸그락 싸그락 두드려보았겠지 난분분 난분분 춤추었겠지 미끄러지고 미끄러지길 수백 번,바람 한 자락 불면 휙 날아갈 사랑을 위하여 햇솜 같은 마음을 다 퍼부어 준 다음에야 마침내 피워낸 저 황홀 보아라 봄이면 가지는 그 한 번 덴 자리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상처를 터뜨린다... -첫사랑/고재종- 2010. 2.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