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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323

나는 만족한다 지금 나는 아주 작은 것으로 만족한다 한 권의 책이 마음에 들 때, 내 맘에 드는 음악이 들려올 때, 마당에 핀 늦장미의 복잡하고도 엷은 색깔과 향기에 매혹될 때 또 비가 조금씩 오는 거리를 혼자 걸었을 때 나는 완전히 행복하다 맛있는 음식, 진한 커피, 향기로운 포도주, 생각해 보면 나를 기쁘게 해주는 것들이 너무 많다. - 전혜린의 중에서 2012. 8. 31.
갈매나무라는 나무 일생 동안 나무가 나무인 것은 무엇보다도 그늘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있다 하늘의 햇빛과 땅의 어둠을 반반씩, 많지도 적지도 않게 섞어서 자기가 살아온 꼭 그만큼만 그늘을 만드는 저 나무가 나무인 것은 그늘이라는 것을 그저 아래로 드리우기만 할 뿐 그 그늘 속에 누군가 사랑하며 떨며 울며해찰하며 놀다가도록 내버려둘 뿐 스스로 그늘 속에서 키스를 하거나 헛기침을 하거나 눈물을 닦거나 성화를 내지 않는다는 점이 참으로 대단하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말과 침묵사이, 혹은 소란과 고요사이 나무는 저렇게 그냥 서 있다 아무 것도 가지지 않는 듯 보이는 저 갈매나무가 엄동설한에도 저렇게 엄하기만 하고 가진 것 없는 아버지처럼 서 있는 이유도 그늘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제 빈한한 지붕 끝처럼 서 있는 저 나.. 2012. 7. 3.
길이 끝나는 곳에서 길이 끝나는 곳에서 길은 다시 시작되고 이렇게 아무런 꿈도 없이 살아갈 수는 없지. 가문 가슴에, 어둡고 막막한 가슴에 푸른 하늘 열릴 날이 있을거야 고운 아침 맞을 날이 있을거야. 길이 없다고,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그대, 그 자리에 머물지 말렴. 끝나는 곳에 길은 다시 시작되고, 그 길 위로 희망의 별 오를테니. 길을 가는 사람만이 볼 수 있지. 길을 가는 사람만이 닿을 수 있지. 걸어가렴, 어느 날 그대 마음에 난 길 위로 그대 꿈꾸던 세상의 음악 울릴테니. 지금까지 걸어온 길과 이제부터 걸어갈 길 사이에 겨울나무처럼 그대는 고단하게 서 있지만. 길을 끝나지 않았어. 끝이라고 생각될 때 그때가 바로 다시 시작해야 할 때인걸.. 백창우 2012. 5. 8.
삶이란... 삶이란 무엇인가? 자전거를 타고 오르막길을 힘겹게 오를 때 저기 저 고갯마루까지만 오르면 내리막길도 있다고 생각하며,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가보자, 자기 자신을 달래면서 스스로를 때리며 페달을 밟는 발목에 한 번 더 힘을 주는 것. 온몸이 꼬이고 꼬인 뒤에 제 집 처마에다 등꽃을 내다거는 등나무를 보며, 그대와 나의 관계도 꼬이고 꼬인 뒤에라야 저렇듯 차랑차랑하게 꽃을 피울 수 있겠구나, 하고 깨닫게 되는 것. 떠나고 싶을 때 떠날 수 없고 머물고 싶을 때 머물 수 없으나, 늘 떠나고 싶어지고 늘 머물고 싶어지는 것. 바깥으로는 따뜻하고 부드럽고, 안으로는 차갑고 단단한 것. 도대체 삶이란 무엇인가, 삶이란 무엇인가, 물어도 물어도 알 수 없어서 자꾸, 삶이란 무엇인가, 삶이란 무엇인가 되묻게 되는 것.. 2011. 12. 28.
자연과 낚시 20년 전만 해도 국내 일간지들은 낚시안내를 매주 고정란으로 다뤘다. 월척을 낚은 조사들의 이름을 마치 올림픽에서 메달이라도 딴 선수들처럼 실어주고는 했다. 이때만 해도 낚시꾼이라면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선비라고 믿었다. 그리고 이른바 '조력(釣歷) 이라고 하면 무슨 대단한 경력이나 학위처럼 존경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낚시꾼이라면 자연을 훼손하는 주범이요, 수질 오염을 촉진시키는 대표적인 집단으로 간주되기에 이르렀다. 많은 사람들이 '낚시꾼' 하면 '쓰레기'를 연상하는 까닭은 낚시꾼이 떠난 자리에는 항상 쓰레기가 수북하기 때문이다. 좀 심하게 얘기하면, 사람들은 낚시꾼을 쓰레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그것이 전적으로 낚시인들 자신의 탓이라고 믿는다. 낚시인에게는 낚시터가 생명이다. 아무리 좋.. 2011. 11. 30.
그것은 꿈이었을까? 분명 처음 가는 길인데 언젠가 와봤던 곳 같고 처음 만나는 사람인데 어딘지 낯이 익고, 그래서 기억해내려다가 끝내는 포기했던 일이 있다. 꿈에서 본 걸까. 꿈은 인생의 다른 버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종종한다. 나는 현실에서도 살고 있고 꿈에서도 살아간다. 꿈속의 나에게는 꿈이 즉 현실이므로 꿈속의 꿈이 또 존재하고 말이다. 삶은 그렇게 겹으로 되어 있는 게 아닐까.. '그것은 꿈이었을까?' 中... 은희경 2011. 11. 9.
시간...기억 가끔 우리는 행복이라는 희귀한 순간을 보내며 멈추지 않는 시간을 아쉬워 하기도 한다. 어떤 시간은 사람을 바꿔 놓는다.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어떤 사랑은 시간과 함께 끝나고... 어떤 사랑은 시간이 지나도 드러나지 않는다. 언젠가 변해버릴 사랑이라해도 우리는 또 사랑을 한다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을 것처럼... 시간이라는 덧없음을 견디게 하는 것은 지난 날의 기억들... 지금 이 시간도.. 지나고 나면 기억이 된다. 산다는 것은 기억을 만들어 가는 것... 우리는 늘 행복한 기억을 원하지만 시간은 그 바램을 무시하기도 한다. 언젠가는 변하고 언젠가는 끝날지라도 그리하여 돌아보면 허무하다고 생각할 지라도 우리는 이 시간을 진심으로 살아갈 수 밖에 없다 슬퍼하고 기뻐하고 애닯아 하면서... 2011. 11. 8.
다시 가을, 그것은.. 그것은 아주 오랜만에 흘러간 노래를 경음악으로 듣는 초가을 저녁의 풍치와 같은 것이다 아름다움이라는 것은 언제나 고독과 양립해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되는 아름다운 밤의 아름다운 사유와 같은 것이다 그것은 정원의 나뭇잎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와 같은 것이다 흰건반 위로 미끄러지는 투명한 음표와 같은 것이다 가냘픈 몸매와 창백한 그녀의 손끝으로부터 흘러내리는 실한 추억과 같은 것이다 추억에 젖어 생기를 되찾는 정원의 나무들과 같은 것이다 그것은 나를 위하여, 그대를 위하여 흘린 그녀의 눈물과 같은 것이다 아름다운 것들을 위하여 우리가 함께 부르다만 절창과 같은 것이다 봄과 여름의 단절, 여름과 가을의 단절, 가을과 겨울의 단절 같은 순환의 리듬이 깨어진 봄과 겨울 사이로 바닥을 드러낸, 건널 수 없는 간극과 같.. 2011. 10. 20.
한때 우리는... 사랑이 아스라이 사라져도‥ 한때 우리는 참 많이 사랑했다는 것、 그래서 그 사랑이 몹시 아름다웠다는 것、 그 조차 잊지는 말자。 시간이 지나서‥ 사랑했던 감정이 남아 있지 않아도 돌이켜 보니 아무 것도 아니었다 해도 사랑이 아니었다고 말하지는 말자。 그것이 우리를 설레게 했던 사랑에 대한 예의。 - 김수현, 100% 스무살 중에서- 2011. 9.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