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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323

기다림 산다는 것은 무언가를 끝없이 기다리는 것이다 낚시에서의 기다림이란 고통이 아니라 즐거운 기대감의 시간이다 낚시의 기다림은 무위(無爲)가 아니라 목적이 뚜렷한 전략이다 그래서 낚시의 기다림은 '노림'이 보다 정확한 개념이다 고요한 물은 소리가 나지 않아서 좋다 그리고 물이 흐르면 그 흐르는 소리 또한 좋다 산속의 어둠속에서 흐르는 물은 침묵보다 더 맑고 고요하다 이렇게 좋은 물을 찾아가 우리들은 낚시를 한다 낚시는 주변 경치가 절반이다 그리고 풍경에는 소리와 바람도 들어간다 안정효 낚시수필집중에서 2011. 9. 10.
지나간다 인생은 지나간다 이 순간의 아픔과 설움도 곧 지나간다 옆에 붙잡아 두고 싶었던 소중한 사람들도 스쳐가고. 빠져나오지 못 할듯 보였던 깊은 수렁도 어느덧 기억에조차 없다 인생은 깊어진다. 인생이 지나간다는 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늘 그러하지 않고 변한다는게 얼마나 고마운가 그래서 우리는 살아간다 This, too, shall pass away 2011. 8. 26.
자유를 낚는 시간 삶에 대한 선택의 권리와 여유는 남이 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추구해야 한다 사람들은 돈을 벌기에 너무 바빠서 주말마다 낚시를 갈 시간이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것은 살 물건이 많아서 저축을 못한다는 사람의 핑계와 같다 저축을 하려면 일단 은행에 남겨둘 돈을 미리 떼어놓고 가계부를 짜야 한다 휴식도 마찬가지다 쉬면서 낚시할 시간을 미리 떼어놓고 한 주일의 '일' 을 설계하면 된다 휴식은 곧 일의 한 부분이고, 일 또한 휴식의 한 부분이다 일을 할 때는 쉬어야 할 시간을 미리 계산하고 설계해야 하며 또한 일을 하지 않고 쉴 때는 언제 무슨 일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미리 계산하고 구상하며 그대로 실천해야 한다 들판에 나가 물가에 앉으면 조급하고 편협한 생각을 교정하는 시간도 마련되고 하고싶은 말이 기다란 목.. 2011. 8. 24.
서신 정선 민둥산 바람편에 편지를 쓴다. 우리 저 젊은 날 하늘을 바라보았을 때 그 눈부신 푸르름처럼 슬픈 마음으로 물밀려오는 그리움을 쓴다. 이 편지 그대에게 가닿지 못할 지라도 그대 항상 창 열고 기다리고 있으라 우리 저 젊은 날 늘 무엇인가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저 하늘을 보았듯이 바람을 맞이했듯이 바람편에 저 젊었던 시절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사랑을 쓴다. 자유를 쓴다 아픔을 쓴다. 억새풀밭 사이를 헤매고 바닷가를 서성이고 죽어있는 노을도 건져 올리면서 우리는 꼭 무엇인가 되자고 했다. 어둠을 깨치는 그 무엇인가가 되자고 가닿지 못할 편지를 쓴다. 사랑을 쓴다. 자유를 쓴다. 아픔을 쓴다. 오늘도 자꾸 나는 무엇인가 그리워 내 눈물을 적신다. 억새풀밭 사이 돌아 내가 그대에게 간다 2011. 8. 12.
혼자는 외롭고 둘은 그립다 언제부턴가 혼자라는 사실이 괜히 서글프게 느껴진다면 그건 때가 온 것이다 사랑을 할 때가 온 것이다 꽃이 꽃보다 더 아름답게 보이고 바다가 바다보다 더 외롭게 보이고 모든 사람이 아픈 그리움으로 보일때 사랑은 밀물처럼 마음을 적시며 서서히 다가오는 것이다 사랑을 하려면 먼저 자연을 향해 마음을 열어야 한다 물 속에 핀 어린 나무의 그림자를 사랑해야하고 하늘을 들었다 놨다 하는 새들을 사랑해야한다 홀로 선 소나무는 외롭다 그러나 둘이 되면 그리운 법이다 이젠 두려워 마라 언젠가 찾아와 줄지도 모르는 그런 사랑을 위해 마음을 조금씩 내어주면 되는 것이다. 김현태 2011. 8. 10.
언젠가는 만날 당신 만나지 않는다고 사랑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곁에 있다고 거리가 없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단위를 좀 크게 생각하면 됩니다. 같은 집이라거나 같은 장소가 아니라 같은 도시, 같은 세상에서 살아가는 거라고. 이 세상 어딘가에 당신은 살아가고 나는 그 어딘가의 당신을 사랑하며 사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시간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달 뒤나 일 년 뒤가 아니고 십 년이나 이십 년 뒤면 어떻습니까. 언젠가는 만날 당신, 그 당신을 사랑하는데요. - 은희경, [연미와 유미] 中에서 2011. 8. 9.
위로 사실 나는 위로를 잘 믿지 않는다 어설픈 위안은 삶을 계속 오해하게 만들고 결국 우리를 부조리한 오답에 적응하게 만든다 그 생각은 변함없다 하지만 이런 생각도 하게 되었다 시간은 흘러가고 우리는 거기 실려간다 삶이란 오직, 살아가는 것이다 사랑이란 것이 생겨나고 변형되고 식고 다시 덥혀지며 엄청나게 큰 것이 아니듯이 위로도 그런 것이 아닐까 그러니 잠깐씩 짧은 위로와 조우하며 생을 스쳐 지나가자고 말이다 -은희경, [소년을 위로해줘] 작가의 말중에서 2011. 7. 5.
당신을 부르며 살았다 세월은 가는 것도 아니고 오는 것도 아니고 단지 우리가 시간이라는 틀 속에 감금되어 세월 속을 가고 오고 할 뿐이라고 하는군. 그런데 우리는 그 안에서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기도 하고 가치 있는 일을 할 수 있다고도 믿으면서 계속 바보스러운 말을 함부로 해온 것은 아닐지. 폭풍처럼 열정적인 사랑도 인간이라면 1년 반을 지속할 수가 없다고 하고, 강렬한 사랑 뒤에 오는 책임감조차 3년을 갈 수가 없다고 하네. 그 다음은 모두가 인내심일 뿐이라는군. 강렬한 사랑에서 오는 기쁨은 대뇌의 특정 부분에서 분비되는 도파민, 옥시토신과 엔도르핀 같은 호르몬의 분비가 증가되어 혈류 내에 그 호르몬이 늘어난 결과이고, 그래서 건강에도 도움이 되고 피부나 몸의 장기에까지 좋다고 하네. 그런데 그 신비로운 감정이, 그 호르몬.. 2011. 6. 20.
사랑이란 말을 쓰고 싶다 사랑이란 말을 쓰고 싶다. 사랑에 관해 자꾸 이야기하고 싶다. 모든 말이 필요치 않게 내던져지고 오직 이 한 말에 기웃거리게 된다. 얼마만인가. 참으로 오랫동안 담담하게 바라만 보아왔고, 이 말이 지금 웬일로 신병의 재발(再發)처럼 다시 내 마음 속에서 그 머리를 치켜들고 있는 것이 진실로 오랜만의 해후처럼도 느껴진다. 정말이다. 해후라고 말할 수 있다. 사랑하는 것보다 더 아름다운 경험은 없다. 이건 사실 예사로이 오는 것은 아니다. 찾고 싶다고 찾아지는 건 아니다. 종(鐘)을 치는 것처럼 울릴 때마다 소리가 울리는 것은 아니다. 오직 두 영혼의 숙명적인 만남에서만이 체험되고 울리는 가장 진실되고 거짓일 수 없는우리들 삶 속의 종이기 때문이다. 그 종은 늦지 않는다. 울릴 때마다 그 종은 같은 소리를 .. 2011. 3.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