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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사랑이란 말을 쓰고 싶다

by 류.. 2011. 3. 23.

 

 

 

 

 

사랑이란 말을 쓰고 싶다.
사랑에 관해 자꾸 이야기하고 싶다.
모든 말이 필요치 않게 내던져지고 오직 이 한 말에 기웃거리게 된다.
얼마만인가.
참으로 오랫동안 담담하게 바라만 보아왔고, 이 말이 지금 웬일로 신병의
재발(再發)처럼 다시 내 마음 속에서 그 머리를 치켜들고 있는 것이 진실로
오랜만의 해후처럼도 느껴진다.
정말이다. 해후라고 말할 수 있다.

사랑하는 것보다 더 아름다운 경험은 없다.
이건 사실 예사로이 오는 것은 아니다. 찾고 싶다고 찾아지는 건 아니다.
종(鐘)을 치는 것처럼 울릴 때마다 소리가 울리는 것은 아니다.
오직 두 영혼의 숙명적인 만남에서만이 체험되고 울리는 가장 진실되고
거짓일 수 없는우리들 삶 속의 종이기 때문이다.
그 종은 늦지 않는다.
울릴 때마다 그 종은 같은 소리를 내며 같은 메아리를 갖고 있기 때문에.

사랑이란 말을 쓰고 싶다.
사랑에 대해 밤을 새우며 이야기하고 싶다.
이 세상에 사랑보다 더 아름다운, 사랑보다 더 찬란한, 사랑보다 더 진귀한
것이 또 있을라구.
나는 귀하게 이 감정을 받아들인다. 이 감정을 받아들이므로 오는 갖가지
고난과 오뇌를 나는 기꺼이 받아들이고 나는 감미롭게 앓고 또 앓고 있다.
비록 그 하나 생각에 휘말려 하루며 한 달이며 몇 해의 시간을 모두 소모
시킨다 하더라도 나는 나의 모두를 바쳐 철저히 그 사랑의 성에 도달하고
싶어진다.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다.
설령 내가 지금 자칫 어처구니없게도, 유치하게도 천박한 언어로 사랑을
이야기하더라도 나는 지금의 나를 아끼고 싶다.
다시 발견하는 사랑의 도취. 다시 만나게 되는 사랑. 백치 같은 헌신의
무궁한 속삭임.
단 한 순간만이라도 놓치지 않고 의식하고 싶다.
사랑을 위해서.
다만 한 사람에게만 통해져 있는 눈부신 길 위를 날개라도 단 듯 날으며
또 걷고 싶다.

노래를 부르고 싶다.
한 사람에게만 들리도록 나직하고 감미롭게 가사 없는 콧노래를 경쾌하게
들려주고 싶다.
이처럼 큰 마음을 어찌 무엇이라고 말을 붙여 노래할 순 없을 것 같다.
또한 이때의 말이란 더욱 공허하게만 할 뿐 더욱 이 감정을 낮추어 흐리게
할 뿐. 그렇지, 그냥 노래해야지.
노래하고 노래해야지....


- 신달자 에세이집 '당신은 영혼을 주셨습니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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