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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323

비에 관한 명상 우리가 못다한 말들이 비가 되어 내린다 결별 끝에는 언제나 침묵이 남는다 아무리 간절하게 소망해도 돌아갈 수 없는 전생 나는 누구를 사랑했던가 유배당한 영혼으로 떠도는 세속의 거리에는 예술이 암장되고 신화가 은폐된다 물안개 자욱한 윤회의 강변 어디쯤에서 아직도 그대는 나를 기다리고 있는가 나는 쓰라린 기억의 편린들을 간직한 채 그대로부터 더욱 멀리 떠나야 한다 세속의 시간은 언제나 사랑의 반대 방향으로 흐르고 있기 때문에... - 이외수 중에서- 2013. 5. 15.
울지말고 꽃을 보라 꽃이 피는 것은 아름다운 세상 아름다운 너를 위한 것 울지 말고 그대 이 꽃을 보라 오랜 기다림과 사랑의 흔적을 성실하게 충실하게 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게 제일이야 그러다보면 자연히 삶의 보람도 느낀단다 절망할 필요없다 또 다른 꿈이 너를 기다리고 있지 않은가 꽃도 그대도 바람에 온 몸을 내맡겨야 꺾이지 않는다 살을 에는 겨울바람 이겨낸 후에야 향기로운 꽃을 피운다 널 사랑하기 위해 이 꽃은 피었다 너도 누군가의 꽃과 별이 되라 장미는 장미로 바위는 바위로 저리 버티고 있지 않나 모래는 작지 않다 모래는 바위다 너는 작지 않다 너는 세상이다 절망할 필요없다 또 다른 세상이 너를 기다리고 있지 않은가... -정호승의 '울지말고 꽃을 보라'- 해마다 오월이 되면 난 두리번거리며 조팝꽃을 찾는다 소박하면서도.. 2013. 5. 7.
왜 낚시를 하는가... 낚시꾼은 미스터리를 대단히 사랑한다 수면아래, 깊은 호수 속, 또는 산호초 너머에 있음직한 것들을 사랑한다 이것이야말로 인간을 독특하게 만드는 억제할 수 없는 호기심이다 미지의 영역에 대한 탐욕스러운 열망과 호기심은 낚시바늘과 낚시줄이 도달할 수 없는 곳을 탐사하고 볼 수 없는 것을 상상하게 해준다 그리고 바로 거기에 희망이 있다 물에 드리워진 낚시줄은 희망의 끈이다 2012. 12. 17.
山에서 배우다 1. 산에 오르면서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자기 몫의 산행은 자기가 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자기 몫을 아무도 대신 해 주지 않기 때문이다. 누가 대신 가 줄 수도 없고 업어다 주지도 않는다. 그래서 피곤해도 일어서야 하고 힘들어도 가야만 한다. 천리 길이 한 걸음에서 시작되듯 만리길도 한발 한발 걷는 것... 인생 길도 무엇이 다르겠는가. 2. 산을 타는 프로는 장비(tool)가 많고 인생의 프로에게는 지혜가 많다. 동네 뒷산이라면 고무신을 신은 채로 올라가도 큰 문제가 없으리라. 그러나 제법 큰 산을 오르기 위해서는 거기에 걸 맞는 장비들이 필요하다. 간단한 일상사에야 달리 지혜가 필요 없을지도 모르나 인생의 중요한 고비에서는 지혜로 무장해야 하는 것과 마찬 가지다. 3. 산에 오르기는 힘들고 산을 .. 2012. 10. 27.
풍경.. 여행은 결국 사람을 만나는 일이고 사람을 만나러 가는 일입니다. 나와 다른 존재들이기에 떠나서 만날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또 사람과 사람의 만남은 크고 넓고 아름다운 풍경 속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행은 그런 것들을 가져다줍니다. 떠나면 필연코 누군가를 만나게 마련입니다. 어두운 지하 카페에서 사람을 만나면 늘 그런 곳만 전전하다 헤어지게 됩니다. 이별을 하는 경우에도 하늘이나 바다에서 헤어지는게 늙어서 안락의자에 앉아 반추하기에도 아름답지 않습니까 - 윤대녕 '그녀에게 얘기 해주고 싶은 것들' 중 Late Night Serenade - Tol & Tol 2012. 10. 25.
人生 나는 평생동안 강을보며 살아왔다 강물을 따라왔던 것들은 눈부셨고 강물을따라 가버린 것들도 눈부셨다 아침 강물은 얼마나 반짝이고 저문 물은 얼마나 바빴던고. 그러면서 세월은 깊어지고 내 인생의 머리 위에도 어느덧 서리가 내렸다 나는 강가에 서있는 산처럼 늘 흐르는 물에 목이 말랐다 그러면서도 나는 흐르는 강물에 죽고사는 달빛 한조각을 건지지 못했다 들여다 보면 강물은 얼마나 깊고 인생은 또 얼마나 깊은가 손 내밀어 삶은 그 얼마나 아득한가 아, 때로 강가에서 저물지못해 외롭고 적막하고 쓸쓸했던 세월 저무는 일 하나가 너무나 쓸쓸해서 타박타박 내 발소리 들으며 어둠 속에 내가 묻힐 때까지 걷던 길들, 나는 풀꽃이 진 자리에 앉아 산그늘로 뜨거운 내 젊음을 덮어 식히곤 했다 아, 길, 내 인생의 길에 푸른 산.. 2012. 10. 23.
그리운 서쪽 < 오늘도 태양은 서쪽으로 간다 이 많은 세월 동안 그 많은 태양들이 서쪽으로만 갔다 달 또한 서쪽으로 다 태양과 같이 지치지 않고 서쪽으로만 갔다 해와 달이 찾아가는 서쪽 어제도 옛날도 서쪽으로 가서는 돌아오지 않았다 서쪽에는 무슨 기찬 세상이 있는지 고무공처럼 튀어 오르던 일출의 동쪽 그 동쪽이 천천히 조심스럽게 서쪽으로 떠가서 황홀한 빛으로 가라앉곤 하였다 사는 일은 그 누구도 서쪽 찾아서 가라앉는 도정일까 아니면 그림자 길게 눕히고 선홍빛 그리움 노 저어가는 조각배처럼 서쪽에 김 서려 있는 꿈과 희망을 찾아 하루도 빼지 않고 만나러 가는가 그리운 세상을 강물처럼 흘려보내는 일로 서쪽은 내 생각 속에서 한 번도 잠들지 않았다 찾아간 日月들을 고스란히 받아 안아 정녕 눈 맞추고 어깨동무하고 노래 부르.. 2012. 10. 10.
태연한 인생 고등어의 구조를 염두에 두고 뼈에서 신중하게 살을 발라내고 있던 요셉의 앞에 불룩한 배에도 아랑곳없이 꼭 달라붙는 검은색 복장을 맞춰 입은 자전거 동호회원들이 들이닥쳐 빨리 단체석을 만들어달라고 소리쳤던 것이다. 그것은 혼자 4인석을 차지하고 있던 요셉을 몹시 불안하게 만드는 폭력적인 행동이었다. 게다가 실컷 단체활동을 하고 난 뒤까지라도 잠시라도 헤어지지 않으려는 그들의 패거리의식을 요셉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남과 다른 개인적 선택을 하려면 반드시 뭔가 비용을 치러야 하는 이 나라의 삶 자체가 무식한 단체생활이라는 생각이 들어 신물이 났다. 메뉴를 고를 때 고등어구이와 갈치조림 사이에서 고민했던 요셉은 그들이 두가지를 모두 주문하여 사이좋게 나눠먹는 것을 보고 더욱 화가 치밀었다. –p89 ... 2012. 9. 25.
그해 여름의 휴일들.. 1 나무에서 햇빛이 무성하게 튀어오른다. 햇빛은 잔뜩 성이 난 고슴도치의 바늘 같다. 나는 팽팽하게 긴장해 있을 나무의 핏줄을 생각하며 공연히 발가락을 꼼지락거려 본다. 세상의 길에 찍힌 무수한 내 발자국들은 하나하나 처음의 자리를 벗어나 망각 쪽으로 걸어갈 것이다. 맑은 하늘에 내다 넌 빨래 마르는 소리가 들린다. 눅눅한 내 서른 두살도 이렇게 마르는 것일까. 2 일요일의 아파트 주차장은 자동차들로 빼곡하다. 주차시켜둔 자동차들은 생각이 깊어 보인다. 많은 길을 다녔기에 멈춰 있을 땐 저렇듯 생각이 깊어 보이는 것일까. 나는 하루 종일 굶는다. 깊은 생각도 없는데 굳이 注油를 하지 않는다. 빈 속에서 내가 다닌 모든 길들이 한꺼번에 회충처럼 우걱우걱 기어나와 나를 칭칭 동여맨다. 3 잠이 오지 않고 잠.. 2012. 8.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