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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자연과 낚시

by 류.. 2011. 11. 30.

 

 

 

 

        20년 전만 해도 국내 일간지들은 낚시안내를 매주 고정란으로 다뤘다.
        월척을 낚은 조사들의 이름을 마치 올림픽에서
        메달이라도 딴 선수들처럼 실어주고는 했다.
        이때만 해도 낚시꾼이라면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선비라고 믿었다.
        그리고 이른바 '조력(釣歷) 이라고 하면
        무슨 대단한 경력이나 학위처럼 존경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낚시꾼이라면 자연을 훼손하는 주범이요,
        수질 오염을 촉진시키는 대표적인 집단으로 간주되기에 이르렀다.
        많은 사람들이 '낚시꾼' 하면 '쓰레기'를 연상하는 까닭은
        낚시꾼이 떠난 자리에는 항상 쓰레기가 수북하기 때문이다.
        좀 심하게 얘기하면, 사람들은 낚시꾼을 쓰레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그것이 전적으로 낚시인들 자신의 탓이라고 믿는다.


        낚시인에게는 낚시터가 생명이다.
        아무리 좋은 차를 몰고 가서 값비싼 장비로
        낚시를 한다고 해도,
        우선 물고기가 서식하는 환경이 좋아야 하고,
        그래서 건강하고 힘찬 물고기가 많이 살아야 낚시를
        즐길 수가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낚시터를 창녀처럼 취급한다.
        돈을 주고 하룻밤 데리고 자고 나서는
        뒤돌아보지도 않는
        더러운 창녀처럼 말이다.

        우리는 창녀를 존경하지 않듯이,
        창녀를 찾아가는 사람들도 존경하지 않는다.

        아름다운 자연을 찾아간다면서
        그렇게 아름다운 자연에 쓰레기를 설사하듯 버리고 가는 사람이라면,
        깨끗하게 몸을 지켜온 처녀 자연을 창녀처럼 즐길 권리가 주어져선 안 된다.
        처녀 같은 자연의 몸은 오직 지아비에게만 바쳐야 하듯이...

        창녀를 찾아 자연으로 가려는 사람은
        아름다움을 나눠 갖자고,
        산과 강을 함께 누리자고 나설 권리가 없다.

         

        - 안정효 낚시수필집 [인생 4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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