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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낭만에 대하여 우시장(牛市場)에서 극장까지 가는 길은 영화처럼 슬펐어요 새벽이면 안개 덜 걷힌 길을 고삐 잡힌 소들 걸어와 입 꾹 다물고 외지로 나갈 트럭만 물끄러미 바라보던 그 길, 영물이라 제 운명을 안다더니만 철든 녀석들이 흘린 퉁방울 같은 눈알들 툭툭 발에 채이는 신작로엔 그래서 늘 자갈투성이었죠 용각산 같은 먼지가 노을에 묻힐 무렵 극장 간판엔 십자성 반짝이고 선술집에서 소변보러 나온 술꾼들이 휘청이며 어둠 속으로 들어설 때면 애수에 젖은 문희가 오늘은 또 누구를 기다리는지, 산다는 것은 잠깐이어서 철없이 자갈길 걸으며 걷어찬 적도 많고 문희처럼 사랑하고 실연도 하지만 그래요, 유행가 가사처럼 이제와 새삼 낭만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은 재개발로 곧 없어진다는 우시장 그 길 한 켠에 아주 가끔씩 올려지는 추억의.. 2005. 9. 7.
저문 강을 이름 붙이려 함 아버지는 강을 키운다 여름 내내 물을 거슬러오르며 덜 자란 돌을 골라내면서 애야, 그물은 그렇게 빨리 올리는 게 아니다, 에, 알았어요, 누이는 어디로 갔을까 갈대가 움직일 때마다 나는 누이의 옷 벗는 소리를 기억하지만 누이는 아무래도 멀리로 가버린 것 같다 메기가 많이 올라오네요, 모래톱에 누우면 피들이 몰려다니는 소리를 듣고 문득 유성을 찾아내기도 하면서 아버지가 일구는 산과 상류의 길을 잊어버리기도 한다 안동에서 올라오는 밤열차가 환하고 돌들이 나의 잔등 속으로 뿌리를 올려보낸다 누이는 늘 바람의 끄트머리 몇 가닥을 만지고 있었다 대장간 집 아들이 갈대 숲으로 달려간 후로 누이는 홀로 울고 부엉이 부엉 부엉 솔숲에서 기다릴 때 아버지, 배에 닻줄을 묶어놓지 않았나봐요, 그리고 누이는 집을 나갔다 저.. 2005. 9. 7.
원신마을 영화 '사랑을 놓치다'(설경구,송윤아주연) 촬영지인 완주 대아호 최상류에 위치한 원신마을 가두리, 이곳에서부터 동상계곡이 시작되고 산 하나만 넘으면 진안의 운일암반일암... 2005. 9. 7.
남당리 대하축제 싱싱한 대하가 살아서 ‘펄떡’ 고소한 새우맛에 사랑도 ‘깨소금’ 홍성 남당리 대하축제 [9월 10일∼10월 30일 다양한 행사 푸짐] 가을 바닷가의 낙조를 바라보며 술 한잔 마시고 싶다면? 술안주로는 한창 제철을 맞은 대하(大蝦·왕새우) 소금구이가 제격이다. ‘탁! 탁!’ 하는 소리와 .. 2005. 9. 6.
그리움 견디는 힘으로 붉게 익은 과일이 떨어지듯, 문득 그대 이름을 불러볼 때 단숨에 몰려오는, 생애 첫 가을 바람은 한점 푸른 하늘을 내 눈 속에 부려놓는다 마음 닿는 곳이 반딧불일지라도 그대 단 한 번 눈길 속에 한세상이 피고 지는구나 나 이 순간, 살아 있다 나 지금 세상과 한없는 한 몸으로 서 있다 그리움을 견디는 힘으로 먼 곳의 새가 나를 통과한다 바람이 내 운명의 전부를 통과해낸다 유하 Sil Austin - The Rose Tattoo / バラの刺青 2005. 9. 6.
천반산과 죽도(진안) 어린 시절 사회과 부도를 펴놓고 친구들과 지명찾기 놀이를 할 때면 내륙에 있으면서도 ‘-도’자가 붙은 곳을 문제로 내곤 했다. 그러면 거개 바다 언저리에서 찾느라 엉뚱한 곳을 헤매기 십상이었다. 죽도竹島 역시 그런 곳. 이름에 섬도島자가 붙었지만 바다에 있는 섬은 아니다. 산 .. 2005. 9. 6.
Nirvana - Smells Like Teen Spirit 2005. 9. 6.
小向橋 대아호 수문 아래, 소향교에서 잡은 피라미들 거의 준척 붕어 크기 2005. 9. 6.
귀향/곽성삼 귀향 1970년대 중반 통기타 가수모임 (참새를 태운 잠수함)의 주전 가수로 대중음악을 시작한후 유한 그루의 앨범 제작에 참여하여 한국여인의 '한'이 담긴 작품 물레를 선보인 작곡가로서 통기타에 '혼'을 담아 내며 우리의 맥을 지켜 나가는 이 시대의 가인 곽성삼. 80년 첫 작품집.. 2005. 9.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