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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몰 해가 진다는 것, 그 지는 해를 바라본다는 것은 이제 스스로의 애잔한 삶의 한 끈을 놓고 잠시나마 살아왔던 그 뒷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본다는 것이다. 해가 지는 바다에 서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절로 물들어가는 선홍빛의 바다처럼 스스로 적셔지는 붉은 마음이 있다는 것을 해가 거꾸로 쳐박혀 영영 헤어나오지 못할 것처럼 바다에 몸을 담글 때 그 바다에 서 본 사람은 안다 그래도 내일의 태양은 또 떠오른다는 것을 2005. 12. 30.
The Dark Night of the Soul/Loreena Mckennitt The Dark Night of the Soul - Loreena Mckennitt Upon a darkened night the flame of love was burning in mybreast And by a lantern bright I fled my house while all in quiet rest 어두운밤에 사랑의 불꽃이 내 가슴에 타고 있었어요. 그리고 만물이 고요히 쉬는 동안 밝은 랜턴 불로 나는 집에서 도망쳐나왔죠 Shrouded by the night and by the.. 2005. 12. 29.
헛걸음 너를 보러 갔다 만나지 못하고 돌아오는 날은 언제나 흐린 오후 해를 안고 갔다가 빛을 내려놓고 어두운 길을 더듬어 오던 그 때, 마음 걸음 휘청거리고 길은 아득했다 비 오는 듯 뿌옇게 다가오는 흐릿한, 나무인지 전봇대인지 그리운 너인지, 나는 자꾸 헛딛었다 2005. 12. 29.
겨울일몰 뜨거운 것이 무서워 몸속 불꽃을 자해로 덩어리째 흘려 흘려 어둠 속에 하얀 박꽃으로 피어 있었을 때 해는 잔인하게 더 붉은 얼굴로 떠오르곤 했다. 해를 바라보는 것으로 피가 되면 어쩌나 어쩌나 그러나 어차피 내 젊음이 기울어지는 해와 같다면 왜 한 번도 이쁘게 웃지 못하고 안된.. 2005. 12. 28.
가끔은 가끔은 멀리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내가 그대 속에 빠져 그대를 잃어버렸을 때 나는 그대를 찾기에 지쳐 있다. 하나는 이미 둘을 포함하고 둘이 되면 비로소 열림과 닫힘이 생긴다. 내가 그대 속에서 움직이면 서로를 느낄 수는 있어도 그대가 어디에서 나를 보고 있는지 알지 못해 허.. 2005. 12. 27.
겨울 港口에서 황홀하더라, 눈비 내려 동백꽃 헛 핀 앞섬도 다섯 낮 다섯 밤을 방황한 하숙집의 霧笛도 하루종일 밀고 밀어 밤마다 조금씩 새는 헛된 꿈 장지 하나 사이하고 하숙집 아주머니의 잠꼬대 "이젠 정말 아무 뜻도 없십니더" 그네가 조급히 魚市場에 가는 새벽녘의 행복 방파제에 걸린 새벽 달빛 물 위에 오래 뛰어 오르는 純色 고기들 소규모의 日出 갯벌 廢船 위에 걸터앉아 보는 修理 안된 沈默, 사이사이에 愁心歌 "결사적인 행복이 없는 즐거움을" 저녁이면 혼자 마주 보노니 바다 위에 떠 있는 아름답고 헛된 구름 기둥을. -겨울 港口에서 /황동규 2005. 12. 26.
영덕일출 영덕 사진3리 멋진 갯바위, 항상 꾼으로 붐빈다 경정2리 방파제 일출, 운좋게 오메가를 보았다 축산 갯바위 경정2리 정면 하얀 2층집이 숙소 (경정대구낚시) 해맞이공원 대진에서 병곡을 연결하는 고래불대교, 하천이 꽁꽁 얼어 있다 바다도 얼고 사람도 얼고.. 2005. 12. 26.
황어 영덕 대진해수욕장 2005. 12. 26.
회상수첩 그해 겨울에는 일기를 쓰지 않았어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언제나 바람이 허파 속에서 부러진 날개를 푸득거리고 있었어 생손앓이 사랑 끝에 도시는 폐쇄되고 톱질 당한 다리 절름거리며 무채색 하늘을 건너가는 가로수들 거리에는 음악소리 저물어 가고 내 목숨 마른 풀잎 하나로 허공을 떠돌았지 기다리던 함박눈은 내리지 않았어 어느새 인적이 끊어진 지하도 가판대 석간신문들은 거만한 목소리로 낭만시대의 종말을 예고하고 있었지 끝내 실종된 친구들은 돌아오지 않았어 시간의 늑골을 분지르며 질주하는 전동차 도시에는 계엄령이 선포되고 사람들은 무표정한 얼굴로 흔들리며 겨울의 중심부로 유배되고 있었지 아무도 침몰하는 세상을 욕하지 않았어 다만 흐린 밀감빛 등불 아래 어느 서정시인의 시집을 펼쳐들고 한 여자가 소리죽여 울고 있었지.. 2005. 12.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