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短想121

헛소리 시간이 참 빠르다 더위가 시작되었구나 하면서 헐떡거리다보니 어느새 장마다 간밤 간헐적으로 쏟아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술에 절은 몸을 방바닥에 붙이고 있었다 솜방망이, 그것도 잔뜩 물먹은 솜방망이 같은 몸으로.. 의식이 명료하고 몸이 정상 아닐 때, 나는 자주 숨쉬는 무생물을 .. 2005. 7. 7.
시시한 것들... 저수지 상류 마을 주변 여기저기에 누가 심어놓은 듯 피어있는 망초꽃이 가히 장관입니다 한해살이 풀이지만 그들의 번식력은 만만찮은가 봅니다 토양이 좋은 곳엔 키가 웃자라 어른 키만한 것도 있지만 대부분 밭가나 풀섶에 소박하게 뿌리를 내리니 보기에 질리지도 않고 전혀 거부감.. 2005. 6. 15.
집에 蘭을 몇개 가꾸고 있지만.. 난 그것들의 이름을 잘 모른다 한란,건란,춘란, 도요소심,관음소심,철골소심,옥화,대국,봉황... 어디선가 들어보긴 했으나 내가 키우는 난이 그 어떤 이름에 해당하는지 난 모른다 그다지 알고 싶지도 않고... 오늘 아침 물을 주며 난들이 간신히 버티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건강하게 생기있게 자라는 게 아니라 그저 버티고 있다는 느낌... 그중 하나가 꽃대를 올리고 곧 꽃을 피울 듯 꽃몽우리가 보이는데도 반가운 마음보다 왠지 딱해보였다 오래된 분은 뿌리가 화분 위에까지 올라와 뒤틀리고 말라 있는데도 제때에 분갈이도 해주지 않았으니.. 아, 나는 난을 키울 자격이 없는 사람.. 나를 만난 식물이나 동물이나 마찬가지였다 주인 잘못 만나 고통받고 힘겨워하는 했던 것은.... 2005. 5. 7.
소음 아무리 오래 사귀어도 내겐 타협이 어렵고 안되는 게 있는데 그건 다름 아닌 도시의 소음이다 조용했던 우리 마을 최근 급격한 변화의 바람이 분다 주위에 새 아파트 단지가 우후죽순 들어서고 인근 소도시에 있던 대학 캠퍼스가 옮겨온다고 한창 공사중이다 하루가 다르게 늘어가는 식당,술집,빌라들... 소음은 날로 심각해지고 먼지 때문에 더운 날씨에도 자유롭게 창을 열어놓고 살지 못할 지경이 되어버렸다 내가 이 곳을 선택해서 이사를 온 것은.. 한적함과 시골스런 주변환경이 마음에 들어서였는데.. 몇년 사이 모든 것이 달라졌다 창을 열면 지나가는 차와 음식을 배달하는 오토바이소리 야채과일을 파는 마이크 소리,공사장에서 나는 굉음.. 소음은 도가 지나쳐 하루하루 적잖은 스트레스를 준다 그러나.. 내가 꿈꾸는 전원의 삶.. 2005. 5. 4.
무엇일까? 인생이란 무엇인가? 그런 질문을 받으면 언제나 막막하다 되지도 않는.. 그럴듯한 답을 찾으려다 보면 금새 머리가 아파온다 행복이란 무엇일까? 사랑이란...? 잊고 있다가 간혹 그런 질문을 받을 때 내 머리는 그냥 無가 된다 앞으로 아무리 많은 시간이 흘러가도 해독할 수 없는 암호처럼 난해한 숙제들... 사랑이란 혹은 삶이란 무엇인가? 욕구나 욕망의 끝은 어디이며 꿈이라는 가상 차원과 현실이라는 물리적 생활에 기대고 싶은 두 가지 심리는 무엇을 뜻하는 것인가? 잘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자신에게 거는 행복이나 불행의 최면이란 어디까지 효과를 거둘 수 있는가? 근본적으로 모든 질문의 답..내겐 하나다 모른다... 정말 모른다 그러나 알고 싶긴 하다 ..... 나는 어떤 일에 그렇다와 아니다로 단정지어 이야기.. 2005. 5. 2.
봄날은 간다 주말 계룡산 동학사 진입로.. 길가 복사꽃이 눈부시다 꽃이 벌써 다 져버렸을 것이라 생각하고 출발한 길이라 은근히 기분이 좋아졌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너무 많은 인파..그리고 차들 때문에 이내 마음이 무거워졌다 꼬리를 물고 늘어선 차들의 행렬은 동학사를 벗어나 금강 청벽교.. 2005. 4. 27.
낙화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 2005. 4. 19.
아무도 없는.. 일요일아침.. 성당을 다녀오다 아파트 건너편 학교안으로 들어가봤습니다 오늘 따라 공차는 아이들도 없었고 학교 안이 텅비어 있더군요 원형극장식으로 지어진 계단에 홀로 해바라기를 하고 앉았습니다 봄빛이 워낙 좋아서였지요 예년과 달리 다소 질서 없이 핀 봄꽃들 개나리,벚꽃,적목련,진달래 그리고..이름모를 꽃들까지... 그다지 넓지 않은 교정은 봄내음으로 가득했습니다 봄이라서 그랬을까요? 도시인데도 새들이 귀를 간지럽힙니다 제 귀엔 새들이 자꾸만 바람소리를 내는 것 같아 눈을 감고 소리나는 쪽으로 마음을 두리번거리게 되었는데 그건 눈을 떴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리곤 깨달았습니다 빈 객석에 홀로 눈을 감고 앉아 햇살과 놀고 있는 나 자신을.. 아무도 없는 봄의 무대에 나를 등떠밀어 세우고 평소 준비해온 모노드.. 2005. 4. 17.
아름다운 그림.. 대둔산 수락계곡을 오를 때다 아직 산에는 잔설이 남아 있었지만 잔설 아래 흙들은 어느새 몸을 풀고 봄맞이하는지 발이 푹푹 빠져 걸음은 늦을 수밖에 없었다 흙 냄새에서 느끼는 봄은 무척이나 푸근했다 모퉁이를 돌아 언덕을 향해 오르려는 순간 멀리서 희미한 사람의 실루엣이 어른.. 2005. 4.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