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短想121

물의 길 일몰의 시각.. 물의 길, 나는 이보다 더 아름다운 길을 본 적이 없다 폭설이 본격적으로 내리기 시작한 12월.. 그 추운 어느 날 왜 나는 남도를 찾아갔을까? 길은 내가 내 의지로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때로 알 수 없는 내 속의 누군가가 지도를 펴보이며 그곳으로 가라고 종용한다 그럴 때 .. 2005. 12. 30.
雪夜 지금 창 밖엔 추억 같은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고 있습니다 쌓인 눈위에 다시 눈이 쌓이고 또 쌓이고..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 술기운을 이기지 못한 나는 몇 번이나 넘어질뻔 했습니다 길위의 사람들은 모두 어딘가로 황급히 돌아가고, 아직 갈 곳을, 만나야 할 사람을 찾지 못한 사람들도 .. 2005. 12. 19.
달콤한 인생 함박눈이 펑펑 내리는 하얀 밤.. 가로등이 마치 촛불처럼 희미하게 빛을 바랜채 펄럭이며 내리는 함박눈과 나트륨등의 불빛의 조화가 마치 무대의 조명처럼 멋지게 보입니다 창가에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랬더니 높은 곳에서 기이한 우주쇼가 벌어지고 있군요 천상으로부터 눈송이가 나뭇잎처럼 꽃잎처럼 목화솜처럼 하늘하늘 내려오고 있는 것이었지요 백장미 수천송이가 바람을 타고 부드럽게 이동하는 것 같이.. 참으로 알수 없는 일입니다 하필이면 눈은 왜 밤에 내리는지... 아마도 천사들의 배려와 지혜인듯 싶습니다 겨울은 가난한 사람들이 살기 힘든 계절이니까요 밤새 눈이 오는 것은.. 마술을 부리듯 밤새 세상을 바꾸어 놓아 외롭고 허전한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려함은 아닌지.. 양말을 걸어놓고 선물을 기다리는 아.. 2005. 12. 17.
가을여행 충동적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었습니다 내 안에서 나른하게 그리움으로 물결치는 바다를 보고 싶었습니다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요 그리운 곳은 잊고 살 땐 먼듯 느껴지다가 우리가 기억할 땐 변함없는 모습으로 그곳에 있어주니 말입니다 가을여행은 마치 꿈길을 걷는 것 같았습니다 산골마을 아늑한 작은 집에서는 저녁 연기를 한줄 놓아 하늘에 올리고 토담옆 감나무에는 바알간 감이 금방이라도 툭,툭 떨어질 것 처럼 보였지요 겨울까지 버티면 까치밥이 될까... 저수지에는 가을 물고기가 살이 오르고 고왔던 단풍의 빛갈도 조금씩 조금씩 빛이 바래가고 있었습니다 비가 와서 물이 불은 강은 검푸른 빛으로 끝없이 흐르고 강과 강을 마주보고 있는 강건너 마을은 흐르는 안개 속에서 하나 둘, 불빛을 내걸고 있었습니다 하늘을 보지 않고 별.. 2005. 11. 2.
엽서 Camino De Santiago 멀리 여행 중인 친구로부터 받은 그림엽서 한 장.. 엽서에는 한번도 보지 못한 낯선 고장의 사진과 함께 누군가를 몹시 그리워하고 있는.. 한사람의 내면이 실려 있었습니다 분명한건 그 그리움의 대상이 내가 아니라는 사실인데.. 그럼에도 엽서가 내게로 온건.. 내가 좋아서라기 보다는 직접 보내지 못한 아쉬움의 해소대상으로 운좋게(?) 내가 선택된 것으로 이해가 됩니다 해질녘이나 혹은 동터오는 아침, 생전 처음 마주하는 길을 걷다가 문득 누군가 생각난 것이겠지요 손바닥만한 그림엽서에 담기엔 그는 너무 할 말이 많았던가 봅니다 엽서에는 ... ! ? 이런 부호들이 지면을 채우고 있습니다 나도 물론 알지요 어느 낯선 도시에서 막막하게 저녁을 기다리고 아침을 맞았던 날들을.. 얼마.. 2005. 10. 22.
흐르지 않는 강 혼자가 되고 직장 마저 그만 두었을 때 적응이 정말 쉽지 않았다 가장 견디기 힘들었던 것은 갑자기 너무 많아진 시간.. 그 시절 무엇을 하며 시간을 죽였던가... 기억하고 싶지 않다 다른 한가지..세상으로의 단절 세상을 잊는 일 그리고 내가 잊혀지는 일 그게 두려워 눈을 뜨기가 무섭게 조간 신문을 정독하고 텔레비전 뉴스를 들어가며 새롭게 변하는 세상을 향해 안간힘으로 매달리려 애쓴 적도 있었다 그러다 이내 깨닫게 되었다 내가 없더라도 세상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 다른 사람들은 내게 관심이 없다는 것 아니 관심가질 이유조차 없다는 것을.. 그걸 느낀 순간부터.. 그,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세상에서 이젠 내가 점점 멀어지게 되었다 시간이 갈수록 울리지 않는 전화벨에 섭섭하지 않게 되었다 내게.. 2005. 10. 8.
환절기 조금은 나태해지고 싶은, 흐린 주말 아침이다 엊그제 아버지 산소를 다녀오면서 길가에 널부러져 있는 가을을 보았다 들판은 어느새 황금빛으로 변해 가고 가을바람에 낙엽이 우수수 쏟아지고 있었다 곧 산 위에서 아래까지 붉은 가을손님이 내려오겠지 나는 이럴 때 마치 그리운 사람.. 2005. 9. 10.
술 마시는 이유를.. 그날 저녁 우린 너무 많은 술을 마셨던 것 같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속이 울렁거리고 몸을 가눌 수 없어 무척 힘이 들었는데..그날 흔들린건 몸만이 아니었습니다 집은 잘 찾아 가셨는지요? 저녁 시간에는 술 마시는 일 말고는 달리 할 일을 잊은 지 오래 되었습니다 이건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지요 술에 의존하는 이유가 흔히들 말하는.. 달리 사는 낙이 없어서는 아니라고 말하고 싶은데..사실 그런 이유도 전혀 없지가 않으니 뚜렷한 이유를 대라면 그게 쉽지 않습니다 나만큼이나 술 즐기는.. 그대는 그 이유를 그럴듯하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꿈꾸는 것을 이루고 싶어하는 희망 그건 누구에게도 내재하고 있는 것일겁니다 굳이 끼가 넘치는 사람이 아니라 할지라도.. 이루지 못하는 일에 대한 스트레스.. 만약 그런 것.. 2005. 8. 22.
길 떠나면서 견디기 괴로운 폭염.. 이런 날씨에는 집에 머무는 것이 가장 현명한 피서법이란걸 압니다 그럼에도 이 시간 이후 나는 천천히 여행 속으로 걸어 들어갈 것입니다 태양이 작렬하는 여름의 한복판으로... 굿바이란 인사는 아끼겠습니다 누구나 멀리 가고 싶을 때가 있고, 그 먼 길에서 되돌.. 2005. 7.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