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短想121

봄비 내리는 밤.. 모처럼 반가운 비가 추적추적 내립니다 봄비 내리는 밤.. 술 한잔 하면 운치있겠지요 이런 날..듣는 노래가 있습니다 "유락쿠쵸데 아이마쇼오" 有樂町유라쿠쵸는 긴자에서 히비야공원쪽으로 가다보면 있는데... 이 노래 나올 당시에는 기차길 밑에 포장마차에서 파는 야끼도리(燒鳥)가 동.. 2005. 4. 10.
비오던 그밤 나처럼 혼자 사는 친구.. 늘 새벽이 되서야 퇴근하는 그에게서 비가 내리던 밤.. 전화를 받았다 "새벽에 집에 돌아오는데 찬바람 불고 비가 내리는 거야, 그런데 갑자기 시장기가 느껴지더군, 동네에서 유일하게 불을 켜진 가게집으로 무심코 들어갔는데 살게 생각나지 않는 거였어. 그래서 무턱대고 잡은 것이 삼립빵.. 예전에 좋아했던 그 빵이 아직도 있을 줄은 몰랐거든... 허기가 져서 그 빵을 덥썩 베어물고 가는데 하필 우산은 찢어진 것이라 비는 줄줄 새고... 생각해봐, 새벽에 온 몸이 흠뻑 젖은 사내가 찢어진 우산을 쓰고 빵을 어적어적 씹으며 걸어가는 모습을... 빵이 빗물에 젖고 왠지 눈물도 나고 어찌나 청승맞은지... " ..... 그가 먹었던 빵은 아마 눈물젖은 빵이겠지 우울한 전화를 받은 뒤에도 밤.. 2005. 4. 5.
위안 늦은 시간.. 가까이 사는 후배를 불러 순대국으로 저녁을 먹고 한동안 쌓인 이야기들 술 한 잔 곁들여 나누다가 들어왔다 요사이 마음이 무겁고 어수선해서 뭔가 털어 내는 의식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는... 내가 가장 단순해지고 싶을 때 같이 있고 싶은 사람이다 사고가 복잡하지 않은 사람.. 머리 속에 너무 많은 것을 넣고 있지 않은 사람.. 일과 가정 그리고 주말 산행 그것말고는 어떤 고민도 불필요한 평범한 가장.. 그러나 그는 따뜻한 사람이다 누구의 부탁도 쉬이 거절하지 못하는.. 밥이 아니라 술, 혹은 그보다 더한 것을 함께 하자고 해도 선뜻 응할 사람 인간적 방황, 대화를 위한 대화, 그 어느 것도 원하는 만큼일 뿐 그 이상과 그 이하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 바로 그이다 때로 소심한 부분도 보이.. 2005. 3. 26.
멀리서... 만약, 내가 당신 곁이 아닌 먼 곳에 있다 해도 당신은 나를 원망하고 미워할 게 아니라 오히려 감사해야할 일입니다 사랑은 가까운 거리에 있을 때 실체가 모호한 경우가 많습니다 나무를 보되 숲을 보지 못하는 그런 우를 범하기도 하고 장점보다는.. 아주 작고 사소한 상대의 잘못에도 실망하기 싶지요 내게 있어 당신이 가장 잘 보일 때는 당신으로부터 멀리 떨어져있을 때입니다 참 영혼은 거리가 멀고 시간이 길수록 더 확연히 상대를 인식시켜주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사랑하는 사람간에는 제로간격이 아닌 어느 정도 적정거리 유지가 더 유효할지도 모릅니다 사랑은 보이는 것들 너머 보이지 않은 내면을 느끼는 일입니다 사랑은 내 안에 당신을 가두는 게 아니라 내 안에서나 밖에서나 당신을 자유롭게 풀어두는 일입니다 ..... 열.. 2005. 2. 13.
해빙기 아무도 가지 않은 길 위에 내가 서 있다 이제는 뒤돌아보지 않겠다 한밤중에 바람은 날개를 푸득거리며 몸부림치고 절망의 수풀들 무성하게 자라 오르는 망명지 아무리 아픈 진실도 아직은 꽃이 되지 않는다 내가 기다리는 해빙기는 어디쯤에 있을까 얼음 밑으로 소리죽여 흐르는 불면의 강물 기다리는 마음이 간절할수록 시간은 날카로운 파편으로 추억을 살해한다 모래바람 서걱거리는 황무지 얼마나 더 걸어야 내가 심은 감성의 낱말들 해맑은 풀꽃으로 피어날까 오랜 폭설 끝에 하늘은 이마를 드러내고 나무들 결빙된 햇빛의 미립자를 털어내며 일어선다 백색의 풍경 속으로 날아가는 새 한 마리 눈부시다 -이외수, '1월' 따사로운 햇살에 끌려 나선 외출.. 가까운 산을 찾았습니다 어디로 어디까지 간다는 생각없이 그냥 물을 따라 산을 .. 2005. 2. 9.
입춘 오랫동안 찌푸린 우울한 하늘만 보다가 눈 덮힌 산에서 싱그러운 겨울햇살을 바라보는 기분.. 그걸 무엇에 비유할 수 있을까... 입춘... 친구와 함께 다녀온 내장산.. 내안에 겨울내내 쌓여 있던 먼지를 깨끗히 씻어내는 여행이 됐다 많은 눈이 쌓인 내장산.. 하늘은 푸르고 세상은 밝고.. 그처럼 내 마음도 한층 가벼워졌고... 동심으로 돌아가서.. 눈밭을 뒹굴고 엉성하나마 눈사람도 만들고 그렇게 즐거운 시간을 보낸 후 한결 가벼워진 기분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입춘.. 아직은 겨울의 한가운데 있으나 봄이 머지 않은건 분명하다 이제 동안거를 끝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혹독했던 지난 겨울... 몸도 마음도 다 같이 힘들었던 시간.. 사람들은 곧 다투어 봄을 노래할 것이다 나도.. 저 벌판에 홀로 서서 삭풍과 혹.. 2005. 2. 5.
가벼움... 나는 폭력을 싫어합니다 물론 전쟁이나 지역분쟁처럼 국가간의 폭력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닙니다 그런건 내 생각과는 전혀 상관없이 돌아가니까요 인간은 혼자 살순 없고 때문에.. 나와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갈등없이 살 수 없다는 것은 당연합니다만.. 내가 가장 견디지 못하는 것은 생각없이 가볍게 던지는 폭력입니다 술자리에서 욕설 한두마디 뱉을줄 알아야 남자다운 것으로 여기는 치졸함.. 말끝마다 습관적으로 붙어나오는 상소리, 언제부터인가 개새끼가 우리나라에선 대표적인 욕으로 통용되고 있습니다(이건 욕도 아니라고 하는 사람도 있더군요) 인간과 가장 가까운 동물을 그렇게 대접하는 현실이 나는.. 정말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익명의 가면뒤에서 저질러지는 사이버폭력 또한 혐오합니다 너무나 무책임하고 가벼우니까요 내가 .. 2004. 12. 16.
포장마차.. 최악의 경기탓인지... 요즘 들어 아파트 주위에 포장마차가 많이 생겼다 닭똥집,꼼장어등을 파는 술집이 아닌, 지나가는 사람들이나 학교 끝난 아이들이 들어와, 오뎅이나 떡복기,호떡을 집어먹는 그런 류의 포장마차.. 내가 가끔 찾는 갑천변 포장마차촌이 잘 지어진 아파트촌이라면 우.. 2004. 11. 26.
그런 세상 내게도.. 방황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세상이 나를 방황하게 만들었는지.. 내 스스로가 그길을 선택했는지 모르지만.. 분명 그런 시간이 과거에 존재했다는 건 부인할 수 없습니다 한때는 나를 방황하게 하는 그 무엇에 적의를 품고 살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닙니다 나도 이제는 온기를 가진 따뜻한 사람을 생각하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그건 친구거나 애인이거나 나를 미워하는 세상일지라도 마찬가집니다 나는.. 누군가에게 아주 작은 것일지라도 나누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소주 한잔이 그리운 사람에겐 술친구가.. 유난히 추위타는 사람에게는 작은 온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기온이 뚝 떨어졌습니다 따뜻한 것을 그리워할 시절이 눈 앞에 당도한 것이지요 이 땅에 존재하는 모두가 따뜻함을 나누려고만 한다면 세상.. 2004. 11.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