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短想

비오던 그밤

by 류.. 2005. 4. 5.

 

 

 

나처럼 혼자 사는 친구..

늘 새벽이 되서야 퇴근하는 그에게서 비가 내리던 밤.. 전화를 받았다

"새벽에 집에 돌아오는데 찬바람 불고 비가 내리는 거야,

그런데 갑자기 시장기가 느껴지더군,

동네에서 유일하게 불을 켜진 가게집으로 무심코 들어갔는데

살게 생각나지 않는 거였어. 그래서 무턱대고 잡은 것이 삼립빵..

예전에 좋아했던 그 빵이 아직도 있을 줄은 몰랐거든...

 

허기가 져서 그 빵을 덥썩 베어물고 가는데

하필 우산은 찢어진 것이라 비는 줄줄 새고...

생각해봐, 새벽에 온 몸이 흠뻑 젖은 사내가 찢어진 우산을 쓰고

빵을 어적어적 씹으며 걸어가는 모습을...

빵이 빗물에 젖고 왠지 눈물도 나고 어찌나 청승맞은지... " .....

 

그가 먹었던 빵은 아마 눈물젖은 빵이겠지

우울한 전화를 받은 뒤에도 밤새 비가 내렸다

그 빵맛은 어떤 것이었을까.. 크림처럼 달콤한 맛.. 아니면 빗물맛...

아마 씁쓰레한 눈물맛이 아니었을까.. 그런 생각을 하다

우울해져서 잠속으로 빠져 들어 갔다

 

나는 비가 내리는 어둔 길을

찢어진 우산 하나를 쓰고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손에는 물론 빵은 없었고 매우 황량했다

눈을 뜨니 밖에는 밤새 비가 내렸고

빗소리와 그 친구의 젖은 목소리가 전이되어

꿈을 꾸게 된 것이었음을 알았다

넌 그래도 나보다 낫다...

난 밤새 방안에서 비를 맞았거든...

 

 

2004.4.29

'短想'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름다운 그림..  (0) 2005.04.13
봄비 내리는 밤..  (0) 2005.04.10
위안  (0) 2005.03.26
멀리서...  (0) 2005.02.13
해빙기  (0) 2005.02.09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