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短想

아름다운 그림..

by 류.. 2005. 4. 13.

 

 

 

 


        대둔산 수락계곡을 오를 때다 아직 산에는 잔설이 남아 있었지만 잔설 아래 흙들은 어느새 몸을 풀고 봄맞이하는지 발이 푹푹 빠져 걸음은 늦을 수밖에 없었다 흙 냄새에서 느끼는 봄은 무척이나 푸근했다 모퉁이를 돌아 언덕을 향해 오르려는 순간 멀리서 희미한 사람의 실루엣이 어른거렸다 거기까지 오르면서 사람들을 못 만난 터라 은근히 놀랍고 반가웠다 저만큼 언덕에서 쉬고 있는 사람을 보자 나도 그곳에서 햇살을 받으며 잠시 앉아 쉬고 싶어졌다 쉬면서 가만히 보니 그는 처음 본 그대로 나무에 기대앉아 꼼짝도 하지 않는다 그 포즈가 너무나 편안하고 안정되 보여 멀리서 보는 나도 그와 함께 평화로워지는 기분이었다 휴식이란 바로 저런거지 싶었다 어느 갤러리에서 뜻하게 않게 마주친 '휴식' 이라는 제목의 아름다운 그림 한 점을 보는 듯 했다 잠시 후 나는 작은 기대감으로 아름다운 그림을 향해 천천히 걸음을 놓고 있었다 막상 그림이 가까워지자 나는 시선을 그림에 두지 않고 마음에 두고 걷고 있었다 어느 정도 가까워졌다고 생각해 고개를 들어보니 나무에 기대앉아 조용히 휴식하고 있던 사람은 사람이 아니라 사람을 닮은 볼품없는 바위였다 결국 평화로운 '휴식'이란 시원찮은 나의 시력이 만들어낸 그림에 불과했다 얼마나 허탈했는지.. 산을 내려오면서 나는 나를 위로하고 있었다 좋은 시력을 가지지 못한 것은 추한 것도 아름답게 보라고 특별히 배려한 분의 축복일 것이다 언제나 마음속에 아름다운 그림을 간직하며 살아가라는... 누가 그랬던가? '아름다움을 지속하고 싶다면 거리를 두라'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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