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아침..
성당을 다녀오다
아파트 건너편 학교안으로 들어가봤습니다
오늘 따라 공차는 아이들도 없었고 학교 안이 텅비어 있더군요
원형극장식으로 지어진 계단에
홀로 해바라기를 하고 앉았습니다
봄빛이 워낙 좋아서였지요
예년과 달리 다소 질서 없이 핀 봄꽃들
개나리,벚꽃,적목련,진달래 그리고..이름모를 꽃들까지...
그다지 넓지 않은 교정은 봄내음으로 가득했습니다
봄이라서 그랬을까요?
도시인데도 새들이 귀를 간지럽힙니다
제 귀엔 새들이 자꾸만 바람소리를 내는 것 같아 눈을 감고
소리나는 쪽으로 마음을 두리번거리게 되었는데
그건 눈을 떴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리곤 깨달았습니다
빈 객석에 홀로 눈을 감고 앉아 햇살과 놀고 있는 나 자신을..
아무도 없는 봄의 무대에 나를 등떠밀어 세우고
평소 준비해온 모노드라마를 한 것이지요
배우도 관객도 나뿐인 그곳에서
맡은 역에 충실했던 나는..
박수를 보내는 사람도 야유를 던지는 사람도 나뿐이라는 사실을
극이 끝난 다음에야 알았습니다
주위는 처음처럼 그냥 침묵뿐이었습니다
그런 것이겠지요
아무리 많은 것들이 흘러가도 그냥 그대로 있는 것,
제 삶은 오늘도 빈 객석을 지키는 일이었습니다
Hold Your Last Chance /長渕 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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