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短想

해빙기

by 류.. 2005. 2. 9.

 


아무도 가지 않은 길 위에 내가 서 있다
이제는 뒤돌아보지 않겠다
한밤중에 바람은 날개를 푸득거리며 몸부림치고
절망의 수풀들 무성하게 자라 오르는 망명지
아무리 아픈 진실도 아직은 꽃이 되지 않는다

내가 기다리는 해빙기는 어디쯤에 있을까
얼음 밑으로 소리죽여 흐르는 불면의 강물
기다리는 마음이 간절할수록 시간은
날카로운 파편으로 추억을 살해한다

모래바람 서걱거리는 황무지
얼마나 더 걸어야 내가 심은 감성의 낱말들
해맑은 풀꽃으로 피어날까

오랜 폭설 끝에 하늘은 이마를 드러내고
나무들 결빙된 햇빛의 미립자를 털어내며 일어선다
백색의 풍경 속으로 날아가는 새 한 마리 눈부시다



-이외수, '1월' 

 

 


따사로운 햇살에 끌려 나선 외출..

가까운 산을 찾았습니다

어디로 어디까지 간다는 생각없이

그냥 물을 따라 산을 따라 걸었습니다

시내에 흐르는 물이 어찌나 맑았는지요

심산유곡 눈이 녹아 내리고 세상의 모든 것들이

손에 손을 잡고 있었지요

산은 산끼리 물은 물끼리 나무는 나무끼리

갈대는 갈대끼리 제몸과 비슷한 것들끼리

손을 잡고 내안에 걸어들어왔다가 사라지더군요

밭에는 뽑지 않은 고추대궁이 생명이 없는 몸끼리

손에 손을 잡고 있었구요

보리이랑에는 파릇한 보리가

노을이 붉게 지는 저녁 하늘에는 새들이

마치 저문 하늘로 손을 잡고 건너가는 듯 했습니다

얼음이 녹은 수면에 떠오른 오리떼들 ...

세상의 모든 것이 손을 잡고 공유하는 듯한 따사로운 느낌...

그리고 막바지에 접어든 겨울이 먼 하늘 뒤에서

봄바람의 손을 슬며시 잡아끌어내고 있는 듯한 느낌,

언땅에서 죽은 나무에서 눈 쌓인 응달에서

내 마음에서 꼭꼭 숨은 봄을

두레박으로 끌어올리고 있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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