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수지 상류 마을 주변 여기저기에
누가 심어놓은 듯 피어있는 망초꽃이 가히 장관입니다
한해살이 풀이지만 그들의 번식력은 만만찮은가 봅니다
토양이 좋은 곳엔 키가 웃자라 어른 키만한 것도 있지만
대부분 밭가나 풀섶에 소박하게 뿌리를 내리니
보기에 질리지도 않고 전혀 거부감이 없는 꽃입니다
비 오는 날.. 물가에 서서
풀숲에 숨어 핀 망초꽃을 보는 일은
여간 기분 좋은 일이 아닙니다
흰색의 꽃은 녹색의 풀들과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는 사실을
나는 망초꽃을 보며 새롭게 확인하곤 합니다
요즘 해질녘의 산책은 더욱 신선한 기분이 듭니다
그것도 망초꽃 때문이지요 이런 시시한 것들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자주 감동하는 나는
망초꽃보다 터무니없이 모자라는 존재인게 분명합니다
왜 지천에 꽃을 피운 망초꽃의 순박한 향기와
아름다움을 흉내조차 낼 수 없는 것일까요? 때론
시시한 것들이 주는 아름다움이 더 큰 것 같습니다
.....
눈치코치 없이 아무 데서나 피는 게 아니라
개망초꽃은
사람의 눈길이 닿아야 핀다
이곳 저곳 널린 밥풀 같은 꽃이라고 하지만
개망초꽃을 개망초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이 땅에 사는 동안
개망초꽃은 핀다
더러는 바람에 누우리라
햇빛 받아 줄기가 시들기도 하리라
그 모습을 늦여름 한때
눈물 지으며 바라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면
이 세상 한 쪽이 얼마나 쓸쓸하겠는가
훗날 그 보잘 것 없이 자잘하고 하얀 것이
어느 들길에 무더기 무더기로 돋아난다 한들
누가 그것을 개망초꽃이라 부르겠는가.
-안도현, ‘개망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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