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4882 生의 온기 더러는 아픈 일이겠지만 가진 것 없이 한겨울 지낸다는 것 그 얼마나 당당한 일인가 스스로를 버린다는 것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가 몰아치는 눈발 속에서 눈 씻고 일어서는 빈 벌판을 보아라 참한 풀잎들 말라 꺾이고 홀로의 목마름 속 뿌리로 몰린 생의 온기, 함박눈 쌓이며 묻혀 가는 겨울잠이여 내가 너에게 건넬 수 있는 약속도 거짓일 수밖에 없는 오늘 우리 두 손을 눈 속에 파묻고 몇 줌 눈이야 체온으로 녹이겠지만 땅에 박힌 겨울 칼날이야 녹슬게 할 수 있겠는가 온 벌판 뒤덮고 빛나는 눈발이 가진 건 오직 한줌 물일 뿐이리 그러나, 보아라 땅 밑 어둠 씻어 내리는 물소리에 젖어 그 안에서 풀뿌리들이 굵어짐을 잠시 서릿발 아래 버티며 끝끝내 일어설 힘 모아 누웠거늘 자신을 버릴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당당한 일인.. 2021. 1. 16. 충주 계명산 종댕이길 이후 처음 찾은 충주.. 심한 미세먼지 때문에 충주호를 비롯.. 주변이 거의 보이지 않아 실망스러웠으나 대신 생각지도 않았던 상고대를 만난 것이 위안이 됐다 덕유산 향적봉에서나 봤던 그림인데.. 계명산에서 보게 될 줄은 몰랐다 연수동으로(4.3km) 하산하려 했으나.. 길이 너무 미끄러워 가까운 하종마을로 내려왔다(1.6km) 충주호를 끼고 있는 산이라 그런지 예보상의 기온(최저 -7도, 최고 -1도)보다 훨씬 추웠다 괜히 왔다는 생각이 들었을 만큼.. 빨리 겨울이 지나갔으면 좋겠다 산을 좋아하지만 겨울산행은 너무 피곤하다 2021. 1. 16. 순천 제석산 순천 제석산(563m) 산도 산이지만 동화사에서 만난 백구 때문에 기억에 오래 남을 산행을 했다 동화사 바로 위 민가에서 기르는 개 같은데.. 갑자기 나타나서는 길안내를 해준다 3~40m 앞에 가면서 조금이라도 쳐지면 기다려주고.. 근사한 조망 포인트가 나타나면 먼저 올라가서 나를 빤히 쳐다본다 세상에 이렇게 영민한 강아지가 다 있다니! 그러다 사라지겠지.. 했는데 동화사에서 벌교 태백산맥 문학관으로 내려올 때까지 간식 먹을 때나 휴식할 때도 옆에서 기다려주기도 하면서 무려 8km를 동행을 하다가.. 태백산맥 문학관 주차장에서 내 할 일 다 했다는 듯.. 돌아서서 산으로 사라져 버린다 이런 개는 TV(세상에 이런 일이..)에서나 볼 법 한데.. 오늘 운이 좋았다 모처럼 날씨가 풀려서 원거리 산행을 갔는데.. 2021. 1. 13. 부여 부소산성둘레길 걷기 위해 간 것은 아니고 장원막국수 먹으러 갔다가 남는 시간에 부소산성을 잠시 올랐다 두어 번 갔던 곳이지만 눈이 쌓인 겨울은 처음이라 색다른 느낌.. 한 바퀴 돌아나올 때까지 사람 한명도 만나지 못했으며.. 부소산 아래 장원막국수도 손님이 전혀 없어서 맘 편히 식사를 마칠 수 있었는데.. 가격과 맛은 예전 그대로였으나.. 량이 눈에 띄게 줄어든 느낌(막국수 7천원,수육 19천원) 수육을 시키지 않았다면 막국수 먹고 배고플 뻔 했다 汽車を待つ君の橫で僕は時計を氣にしてる 기차를 기다리는 너의 옆에서 난 시계를 신경쓰고 있어 季節外れの雪が降ってる 때 아닌 눈이 내리고 있어 "東京で見る雪はこれが最後ね"と寂しそうに君がつぶやく "동경에서 보는 눈은 이게 마지막이네"라고 쓸쓸한 듯 너는 중얼거리지 なごり雪も降る時を.. 2021. 1. 12. 도솔산 공굴안~도솔산~내원사~도솔정~월평경륜장, 5.5km(2시간) 최저기온 -18도 이런 날 멀리 갈 순 없어서 도솔산으로.. 생각했던 것 만큼은 춥지 않았는데.. 완전히 꽁꽁 얼어있어서 내려올 때는 상당히 조심스러웠다 탄방동 성당 뒤 두울샤브집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들어갈 때는 한산했던 실내가 30분도 안 되서.. 꽉 차버린다 카페는 실내영업도 못하게 하면서.. 식당은 거리두기도 안 하는지.. 참으로 모순이다 형식적으로 온도 체크하고 전화번호만 적으면 뭐 하나? 2021. 1. 9. 전주 기린봉 기린공원~기린봉~중바위(승암산)~편백나무숲~오목대 5 km(2시간30분) 소한(1/5)다운 강추위 (최저기온 12도) 모처럼 전주에 내려왔으니 모악산을 오르고 싶었으나.. 시간관계상 짧게 도는 기린봉 코스로.. (모악산 정상은 코로나 때문에 폐쇄했다고) 기린봉보다는 중바위에서 내려다 보는 전주 시가지 풍경이 볼만 했는데.. 오목교쪽으로 하산해서 풍남문까지 걸어오는 동안 사람 한 명 볼 수 없었을 정도로 한옥마을이 썰렁했다 하긴 이 추위에 카페에 들어가 커피 한 잔 마실 수도 없는 상황이니 누가 오겠는가? 내일부터는 더 추워진다니 당분간은 방콕하는 수밖에 없을 듯.. 거리두기 원칙이 애매하고 형평성도 없으니 반발하는 건 당연하다 밥 먹는 식당은 되는데 커피 마시는 카페는 들어가면 안 된다 ? 말도 안 되는.. 2021. 1. 6. 보문산 신축년 첫산행은 대전의 진산.. 보문산 하도 많이 가서 좀 지겨운 산이지만.. 시간은 없고 날씨까지 추운 날 두어 시간 후다닥 올랐다 내려오긴 무난한 산이니까 일요일이라 산객들이 제법 보였는데.. 마스크 안한 사람이 많아서 신경이 쓰였다 선화동 광천식당에서 두루치기로 소주 일병을 겸한 점심 후 서둘러 귀가.. 언제쯤이면 시간 구애 안 받고 코로나 신경 안 쓰고 산행할 수 있을까? 윗사정~고촉사~시루봉~보문산성~보운대, 6.5 km(2시간) 2021. 1. 3. 계족산 2020년 마지막 산행은 계족산.. 너무 추워서 멀리 있는 산을 포기하고.. 가깝고 무난한 산을 선택한 것. (당초 예정은 괘방령~황악산~직지사 였지만 내년으로 연기) 우리 동네와는 달리 계족산은 제법 많은 눈이 쌓여 있었는데.. 바람에 눈보라가 날리니 체감기온 영하 13도.. 완전무장하고 갔지만 그래도 추웠다 등로 여기저기 얼어붙었고 일부 구간은 아이젠이 필요했다 2020년은 코로나로 시작해서 코로나로 끝난 해였으나.. 다가오는 신축년(辛丑年)는 코로나 걱정없이 건강하게 산행에 전념할 수 있는 한해가 됐으면 좋겠다 소처럼 묵묵히.. 그렇게 이땅의 산을 하나하나 걸을 수 있기를... 동춘당~임도삼거리~성재산~장동산림욕장, 8 km(3 시간) 2020. 12. 30. 계룡 향적산 오전에 잠시 시간이 나서 가까운 향적산을 올랐다 3월 초에 다녀왔으니.. 9 개월만인데 아직도 '치유의숲' 조성공사가 한창 진행중이다 공사가 끝나는 2021년 6월 말에는 완전히 달라진 향적산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기왕에 시에서 많은 돈을 투자하는 김에 이산에 많은 굿당들을 좀 정리했으면 좋겠다 무상사~물탕집~싸리재~장군암터~국사봉(정상)~장군암터~향적산방~무상사 4.6 km, 2 시간 2020. 12. 27. 구미 천생산 열흘만에 시간이 나서 구미 천생산을 찾았다 정상부의 특이한 모양(남아공 케이프타운의 Table Mountain과 닮았다나) 때문에 호기심이 생겨 언젠가는 와야지.. 했었던 산. 오늘 막상 올라보니 병풍처럼 펼쳐진 서쪽 절벽이 멋지지만 그외엔 별로 내세울 게 없는 산. 시간이 없어서 제대로 돌진 못하고 정상에서 산림욕장으로 내려와 버렸다 짧은 산행이라도 할 수 있음에 감사하면서.. 어머니가 갑작스런 어지러움증을 호소하셔서.. 병원에 모시고 갔더니 예상대로 이석증.. 한밤중에 뇌졸중인줄 알고 응급실로 가서 MRI 찍어본 일이 두 번 있어서 이번엔 놀라지도 않았다 이래서 경험이 중요하다는 것.. 이석증이 큰병은 아니나 기력이 쇠한 노인이 견디긴 힘든 병.. 한쪽으론 돌아눕지 못 하고 갑자기 빙빙 돌기도 하니... 2020. 12. 22. 겨울나무 잎새 다 떨구고 앙상해진 저 나무를 보고 누가 헛살았다 말하는가 열매 다 빼앗기고 냉랭한 바람 앞에 서 있는 나무를 보고 누가 잘못 살았다 하는가 저 헐벗은 나무들이 산을 지키고 숲을 이루어내지 않았는가 하찮은 언덕도 산맥의 큰 줄기도 그들이 젊은 날 다 바쳐 지켜오지 않았는가 빈 가지에 새 없는 둥지 하나 매달고 있어도 끝났다 끝났다고 함부로 말하지 말라 실패했다고 함부로 말하지 말라 이웃 산들이 하나씩 허물어지는 걸 보면서도 지킬 자리가 더 많다고 믿으며 물러서지 않고 버텨온 청춘 아프고 눈물겹게 지켜낸 한 시대를 빼놓고 도 종환 ♬ Chopin Waltz Op.69 No.2 (Dalia Lazar) 2020. 12. 13. 옥계동~금오봉~마천대~배티재 유일한 미답의 코스.. 대둔산 남릉(옥계동~마천대)을 오르는 것으로 대둔산 모든 코스를 오늘 끝내게 됐다 안심사에서 서각봉으로 오른 적이 있었으니.. 정확하게는 옥계동에서 금오봉까지가 처음이었던 것.. 민주지산에 이어 가까운 대둔산도 개운하게 마무리해서 좋긴 한데.. 이 좋은 산을 한동안은 안 갈 것 같다 싫증이 났으니까(대전시내의 많은 산들처럼) 뭔가 조금이라도 신선한 느낌이 없으면 재미를 못 느끼는 이런 성격도 결함이라면 결함일 텐데.. 어쩌나? 그렇게 생겨먹은 것을... 사람은 절대 쉽게 달라지지 않는다 필 받으면 정신없이 빠지고 싫증 나면 뒤도 안 돌아본다 이러니 뭐 이 나이 되도록 한 가지 이룬 게 없지.. 인간관계도 그렇고.. 60년 이상을 살아도 중학교 때 들었던 이승재의 '눈동자'만큼 임팩.. 2020. 12. 12. 언제 삶이 위기 아닌 적 있었던가 언제 삶이 위기 아닌 적 있었던가 껴입을수록 추워지는 것은 시간과 세월뿐이다 돌의 냉혹, 바람의 칼날, 그것이 삶의 내용이거니 생의 질량 속에 발을 담으면 몸 전체가 잠기는 이 숨막힘 설탕 한 숟갈의 회유에도 글썽이는 날은 이미 내가 잔혹 앞에 무릎 꿇은 날이다 슬픔이 언제 신음소릴 낸 적 있었던가 고통이 언제 뼈를 드러낸 적 있었던가 목조계단처럼 쿵쿵거리는, 이미 내 친구가 된 고통들 그러나 결코 위기가 우리를 패망시키지는 못한다 내려칠수록 날카로워지는 대장간의 쇠처럼 매질은 따가울수록 생을 단련시키는 채찍이 된다 이것은 결코 수식이 아니니 고통이 끼니라고 말하는 나를 욕하지 말라 누군들 근심의 밥 먹고 수심의 디딤돌 딛고 생을 건너간다 아무도 보료 위에 누워 위기를 말하지 말라 위기의 삶만이 꽃피는 .. 2020. 12. 11. 눈 오는 밤엔 연필로 시를 쓴다 눈 오는 밤에는 이 세상 가장 슬픈 시를 읽고 싶다 슬픔이 아름다워 차마 페이지를 넘길 수 없는 시집을 헌책방에 가서 오백 원 주고 사 온 옛날 시집을 다시 꺼내 읽고 싶다 종이 썩는 냄새가 조금은 코에 거슬리지만 그것이 추억의 냄새라고 생각하면 오히려 즐겁고 떨어져 나간 책 귀퉁이의 구절이 새록새록 상상 움을 내미는 책상을 정리하다 나온 흑백 사진 같은 시집을 눈 오는 밤엔 내가 이 세상 가장 슬픈 사람이 되어 읽고 싶다 전화도 티브이도 없는 곳이면 더 좋겠다 캄캄함이 하얗게 빛나는 외진 곳으로 먼 나라 사람 지바고처럼 털모자를 눌러 쓰고 걸어갈 수 있으면 좋겠다 펑펑 눈 오는 밤에는 잊혔던 호롱불 심지를 올리고 불빛이 흐려 글자가 잘 안 보이는 작은 방에서 지금은 죽은 작가가 쓴 이별이 아름다운 소설.. 2020. 12. 10. 김천 백마산 김천의 조망 명산.. 백마산 사통팔달, 일망무제의 조망이 펼쳐지는 정상.. 내려오고 싶은 생각이 싹 사라져서 컵라면 하나, 커피 한 잔 그리고 귤 몇 개를 까먹고 나서도 미련이 남아서 한참을 망설이다 일어났는데.. 오랜만에 미세먼지가 별로 없는 맑은 하늘도 멋진 조망에 한몫을 했다 한 바퀴 도는데 7.5 km 3시간 짜리 산이지만 별미령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는 고당산과 연계해서 걸으면 10 km가 넘으니.. 충분히 하루 산행코스가 되겠다 바위를 거의 보기 힘든 전형적인 육산.. 산객이 많이 찾는 산은 아닌지 등로가 협소하고 길이 희미한 구간도 더러 있었다 2020. 12. 9. 이전 1 ··· 28 29 30 31 32 33 34 ··· 32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