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4877 경칩에 내린 눈.... 겨울의 끝을 알리는 경칩날.. 그대를 만나러 가는 차안에서 폭설을 만났습니다 바람이 황량하게 불고 눈발이 날리더니... . 많은 눈이 내렸습니다. 우우.. 소리를 내며 휘몰아치는 바람속에 눈은 하나의 생명체로 날아오고 달려오고 혹은 내리는게 아니라 하늘 높이 날아올라가기도 했지요 바람은 한방향으로 불어오는게 아니라 한 순간에 회오리 바람이거나 허공의 눈보라를 사선을 그으며 이동시키기도 했고 반대방향에서 몰아치는 눈보라가 눈이 내리는 풍경을 덧입히기도 했습니다 옴니버스의 영상처럼 한순간이 오래 지속되지도 않고.. 밀가루처럼 안개처럼 입자가 고운 눈이 자욱히 시야를 덮다가 이내 함박눈으로고요하게 내리다가 어느새 눈보라로 변하고 종내에는 눈앞에 모든 사물을 장막처럼 여분없이 덮어버리기도 했습니다 순간순간이 하.. 2004. 11. 1. 포구기행 이루어지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오늘 나는 거차에서 또 하나의 꿈을 꾼다 그것은 이곳 바닷가 어딘가에 개펄이 잘 보이는 장소를 잡아 쓸쓸한 여행자의 영혼이 하룻밤 쉬어갈 수 있는 집을 하나 마련하는 것이다 그곳에서 여행자는 또 다른 쓸쓸한 영혼들과 함께 세상에서 무참히 패배한 이야기를 나누고 자신이 못다한 일들과 미련들과 연민들에 대해서 함께 얘기하고, 개펄냄새를 맡고 라면식사에 소줏잔을 기울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해가 뜨면 11년전의 나처럼 알 수 없는 생의 온기를 느끼며 세상속으로 그 만만찮은 벽위로 힘차게 부딪쳐 나갈 용기를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그런데 이상하다 어쩌면 이 꿈은 이루어질 것만 같다 ..... -곽재구, '포구기행' 중에서 내겐 아마도 역마살이 숨어 있는지 모르겠다 아니 .. 2004. 11. 1. 그리운 것들은... 어제 본 금강 물빛은 참 아름다웠다 장마철처럼 사납지도 않고 그렇다고 혹한기처럼 딱딱하게 얼어 붙지도 않은 강.. 유속은 흐르긴 하되 멈춘 듯한 속도였고 강의 수량도 며칠전 이 지방에 내린 눈 때문인지 적당히 불어 있었다 강에 하체를 담그고 있는 산들이 강물과 어울려 겨울에서 봄에게로 가는 해동의 부드러운 풍경을 보여주었는데 1월 한달 내내 눈 덮힌 산만 바라보고 있어서일까 강이 그렇게 새로워 보이는 것은 참으로 드문 일이었다 내가 자주 찾는 대평리는 금강줄기 중에서도 정말 아름다운 곳이다 봄에는 수많은 종류의 들꽃이 피고.. 가을엔 갈대숲에서 오리들이 노니는.. 사람 손이 닿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강.. 강이 시종 반듯한 수로를 따라 일자로 흘러간다면 그건 얼마나 메마른 풍경을 줄까? 강이 아름다운 것.. 2004. 11. 1. 이제 산에 오를 때 나는 이렇게 말하곤 했다 산 앞에서 신발끈을 고쳐 묶는 사람에게 잠시 후면 다시 내려올 산을 왜 오르느냐고.. 그냥 멀리서 바라보면 안되는 거냐고.. 그때 누군가가 내게 이런 식으로 대답한 것 같다 과정을 즐길 의도가 아닌 정상을 밟기 위한 목적만으로 산에 오른다면 네 생각이 맞을거라고.. 인생에 있어 과정은 길고 결과는 짧다.. 우리가 지속적으로 즐겨야 하는건 과정의 여유로움이지 순간에 끝나는 성취감의 결과는 아니란 얘기일 게다 40대,아니 이제 50대... 지금은 가속 페달을 밟을 때가 아니다 감속이 필요하다 스스로의 힘으로 감속이 어렵다면 그것을 자연스럽게 조절해주는 것은 오르막 앞에 자신을 세우는 것이다 그러기엔 산에 오르는 것 보다 좋은 일은 없겠지 처음엔 낮은 언덕부터 시작하여 차츰 높은 산으.. 2004. 11. 1. 남해에서 만난 사내 그대 기억할거야 남해 그 바다가 터무니없이 고요하고 아름다웠던 것을.. 언제나 바다를 동경했지만.. 좁은 이 땅에 남해만큼이나 내 가슴을 흔들리게 한 곳은 없었어 사람들은 니스나 시드니를 미항이라 말하지만 내겐 그림으로나 접한 그런 곳보다 남해가 소중해 그 바다 그리고 사람들.. 청정한 풍경도 풍경이지만 사람들은 또 얼마나 소박하고 아름다운지.. 철 지나 그야말로 한산했던 한산도, 제승당으로 들어가는 길 양쪽으로 미처 못핀 동백나무와 푸르런 대숲이 우리 둘을 반겨주었잖아 제승당 휴게실에서 만난 중년 사내.. 그는 초면인 우리에게 따뜻한 국물을 대접했고.. 손수 담근 머루주도 기꺼이 내왔지 낮술이 약간 올라 불그레한 안색으로.. 한산도와 충무공에 대해 열변하던 그가 난 참 보기 좋았어 우린 가져간 충무김밥.. 2004. 11. 1. 토란밭을 지나며... 젊었을 때, 아니 어렸을 때 우리의 시선은 다분히 도시 지향적입니다 아니 꿈이었다고해도 과언은 아니겠지요 농촌에 비젼이 없다는 생각을 해서가 아니라 그냥 누리지 못하는 것에 대한 열망... 어떻게든 도시로 가면 모든게 보장될 것 같은 막연한 희망들.. 그랬으니 그 눈으로 자연을 느긋하게 제대로 보고 받아들일 수는 없었을겁니다 이제 조금씩 나이가 들어가니 비로소 예전에도 그 자리에 늘 있었던 그것들이 언제부턴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합니다 저는 어느 날인가부터 모든 자연이 순간순간조차 놓침없이 마음에 들기 시작하였습니다 한 때는 하루하루가 눈물겹고 바뀌는 계절마다 경이로움으로 가득한가 하면 새해가 올 때마다 우리가 쓰는 몇 안되는 감탄사에 불만을 품을 때가 많았습니다 자연에 대한 사랑이 닫혔던 모든 삶을 눈 .. 2004. 11. 1. 변산을 다녀오다 주말,변산반도 30번 국도 여행.. 이번 여행은 말버림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하는 시간이었다 나는 이것저것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보다는 한 곳에 집중적으로 빠져드는 것을 즐기는 편이다 그것은 이번 여행도 예외가 아니었는데 우선 찬반양론으로 세상이 시끄러운 가운데서도 다시 공사가 진행중인 새만금 방조제에서의 시간들이 그랬고 찬란한 일몰을 기다리던 채석강 팔각정에서도 그랬다 풍경이 고적할수록 사람은 말을 잊어버린다 자연 앞에서는 인간의 언어를 버리는 되는 것일까 나는 오래 전 이미 바다와 이야기하는 것을 배웠다 자연과의 이야기란 내 말을 버리고 상대에게 귀기울이는 행위에 다름 아니다 상대의 침묵이 마음의 귀에 들어오면 내 말은 자연 필요가 없게되는데 그런 상태를 내가 지극히 좋아한다는 것을 안 것은 최근 몇년.. 2004. 11. 1. 보석사 9월을 시작하는 새주.. 전형적인 가을날씨.. 낮에는 뜨겁고 아침저녁으로는 긴 팔을 걸쳐야 할만큼 제법 서늘해졌다 가을이 오면.. 제일 먼저 가고 싶은 곳이 있다 보석사.. 내가 사는 곳에서 그다지 머지 않은 금산의 고찰.. 그곳에 가서 숲의 새소리를 듣고 싶다 가는 길목엔 들판 벼들이 익어가고 논둑의 억새들이 작은 바람에도 손을 흔들며 가을이 익어가고 있음을 보여 주겠지 인삼축제는 끝이 났을까.. 길... 어디로 향하던 목적지가 익숙해도 길은 언제나 생소하다 그래서 언제나 길 떠나는 것은 설레임이다 언제 우리들 삶이 길 위를 벗어난 적이 있었던가 쉬는 것도 가는 것도 모두가 길이다 아니 길 위다 가을에 나는 또, 새로운 길 위에 서고 싶다 나를 낯설게 하고 싶다 해지는 그 보석사로 다시 가고 싶다 대웅.. 2004. 11. 1. 선택 우리는 무엇이든 평생 선택하며 산다 책이 필요해 서점에 갈 때는 인터넷에서 얻은 정보에 의존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책을 다 읽고 난 다음에 느끼는 것은 잘 선택했다는 뿌듯한 성취감보다는 '별로'라는 실망감에 자주 씁쓸해진다 아예 마지막 장까지 참지를 못하고 대충 넘겨보고는 책장 속먼지에 파붇히는 책도 적지 않을 것이다 이건 아마도 평생 극복할 수 없는 문제일지도 모른다 책뿐 아니라 영화,새옷이나 씨디를 고를 때.. 크게는 사람 만나는 일까지.. 예외는 없다 나이가 들면서 경험이 쌓이면서.. 다행이 실패의 확률만큼 성공의 빈도가 조금씩 높아지는 건 위로이겠으나 크게 보면 애초 우리에게 완전한 성공이란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어제도 시외버스 터미날 부근 서점에서 책 몇권을 골랐다 무거움이 부담스럽기도.. 2004. 11. 1. 이전 1 ··· 537 538 539 540 541 54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