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短想

찔레꽃(표충사)

by 류.. 2004. 11. 1.

 

 

   "찔레꽃" 이라는 문패가 소탈스런 삽짝문 

 

돌담 너머 대추가 익어 가는 '찔레꽃'

밀양 표충사 가는 길에 자리잡은 국수집 그집에 들어섰을 때...

사람은 없고 낯선 사람도 반겨주는 강아지 한 마리와

툇마루 아래에서 졸고 있는 새끼 고양이가 빈집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마당엔 주렁주렁 열매를 안고 있는 대추나무 가지들이

땅을 항해 흐르듯 한껏 휘어져 있습니다

감당할 수 없는 무게만큼 머지않아

이 가을도 서서히 익어서 휘어지겠지요

 

주인이 없어 국수맛은 볼 수 없었지만

소박한 나무탁자 위에 놓인 투박한 잔을 보면서

이제 막 물들어 가는 대추를 접시 그득 담아 놓고

모차르트나 라흐마니노프가 아닌

장사익의 노래 한 소절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상쾌한 바람이 살 속을 파고드는,

멀리 있는 친구가 아프도록 그리워지는 계절입니다.

배부르지 않아도 넉넉해지고

살아있다는 것이 문득 눈물겨워지는........

그런 계절 가을입니다

 

 

2004.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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