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短想

친구

by 류.. 2004. 11. 1.
    미국 이민간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고교동창이었을 뿐 아니라 더 어렸을 때부터 한 동네 살았으니
    죽마고우라고도 할 수 있는 친구..
    이상하게도 고교졸업이후 그와는 연락이 끊어졌다
    목사가 되어 잠시 귀국해 청담동의 모호텔에서 묵고 있다는 그와 나는..
    잊고 지냈던 시절의 말투로 서로의 안부를 물었고
    그간의 시간에 대해 두서없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세월의 공백 때문인지 잠시 서먹한 시간도 있었지만
    우린 금새 과거로 돌아갈 수 있었고.. 화제는
    부모님 안부에서 친구들 얘기로 넘어갔다
    누구는 어떻고 누구는 어떻게 산다는 이야기...
    나 역시 순조로운 인생 살진 않았지만..
    다들 왜 그렇게도 우여곡절 많은 인생들일까..
    낯선 땅에서 온갖 궂은 일을 하다 결국엔 목사의 길의 선택한
    그 친구의 인생역경도 만만치 않았으리라..
    학창시절의 그는 예수와 그다지 친하지 않았으니..
    먼저 세상 떠난 친구 얘기를 할 땐 그의 목소리가 가라앉았지만..
    연락이 되는 친구들 소식엔 그의 목청도 활짝 살아났다
    너무 긴 통화가 미안해 전화를 끊고 이번엔 내가 걸었다
    우리의 이야기는 그때부터 새롭게 시작되었다
    그와 난.. 다시 몇 십 년 전의 과거로 돌아가고
    오지도 않은 미래까지도 염려하고 있었다 그러나
    어려웠던 시간에 대해선 말하는 친구도 듣는 나도 힘이 들었다
    누가 뭐래도 쉬이 건너 온 세월은 아니었음이 분명하다
    우리가 서로의 우정을 재확인하며 새로운 다짐이라도 하듯
    마지막으로 한 이야기는 유감스럽게도
    옛날 어른들의 말씀을 흉내내는 것이었다
    그래, 더 이상 불행하지 않으면 행복한 거라고...



2004.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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