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찔레꽃" 이라는 문패가 소탈스런 삽짝문
돌담 너머 대추가 익어 가는 '찔레꽃'
밀양 표충사 가는 길에 자리잡은 국수집 그집에 들어섰을 때...
사람은 없고 낯선 사람도 반겨주는 강아지 한 마리와
툇마루 아래에서 졸고 있는 새끼 고양이가 빈집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마당엔 주렁주렁 열매를 안고 있는 대추나무 가지들이
땅을 항해 흐르듯 한껏 휘어져 있습니다
감당할 수 없는 무게만큼 머지않아
이 가을도 서서히 익어서 휘어지겠지요
주인이 없어 국수맛은 볼 수 없었지만
소박한 나무탁자 위에 놓인 투박한 잔을 보면서
이제 막 물들어 가는 대추를 접시 그득 담아 놓고
모차르트나 라흐마니노프가 아닌
장사익의 노래 한 소절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상쾌한 바람이 살 속을 파고드는,
멀리 있는 친구가 아프도록 그리워지는 계절입니다.
배부르지 않아도 넉넉해지고
살아있다는 것이 문득 눈물겨워지는........
그런 계절 가을입니다
2004.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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