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短想

비..이제 그만

by 류.. 2004. 11. 1.

 

지루한 장마..
비...오늘도 어제도 그제도 내일도...비
올장마는 매우 산발적이다 기습적이며
격동적이고 도발적이다 온종일 오는게 아니라 한동안 퍼부었다가
잠시 조용해지고 잠시 빛이 나는듯 하다가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다

 

어느 해보다 서럽게 온다는 표현이 어울릴 것 같다
하루종일 구질하게 내리는 것도 아니고 가슴앓이처럼 기복이
심하다 잊을만하면 도지는 고질병처럼...


굵은 빗발이 퍼붓는 창밖을 망연히 바라보면
삼류영화의 주인공이 된듯 어쩌면 그리 처량해질까..
아릿한 비냄새, 맨땅에 포르라니 번져가는 이끼,
마르지 않는 눅눅한 옷냄새..
외출시 마다 없어져버린 우산들.....


아파트 화단 큰 나무 아래로
비를 피하려 왔다가 마주치자 나보다 더 놀래서 달아나던
도둑 고양이의 서늘한 눈동자..
보랏빛으로 날이 서서 단숨에 하늘을 가르는 번개
그리고 지축이 흔들리며 관통하는 천둥...
창문 틈에 홀씨로 날아와 뿌리 내린 후 비를 맞고 쑥쑥 자라는
푸른 싹. 열병이 심한 내게 잠정적인 보습을 주는 그러나
고질병을 도지게 하는 오늘도 내일도 비...

 

이젠 끝인가....

 

2004.7월

 

 



옛사람을 기다리는 동안은
창밖에 비가 와도 좋다

밤은 넝마처럼
시름시름 앓다 흩어져가고
자욱한 안개 님의 입김으로
조용히 걷히우면
하늘엔 비가 와도 좋다

세상은 참 아프고 가파르지만
갈매기도 노래하며 물을 나는데

옛사람이 그리울 때만은
창밖에 주룩주룩 비가 와도 좋다
속옷이 다 젖도록
비가 와도 좋다



-비가 와도 좋은 날/채영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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