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短想

사랑하다 죽어라

by 류.. 2004. 11. 1.

어떤 시인이 노래했던가? 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다고 또 다른 시인은 그랬던가?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전자의 말은 슬픔이 배어있지만 후자의 말은 축복과 저주를 담고 있다 사랑은 언제나 무한정 넘치게 퍼담을 수 있는 물이 아닌 게 분명하다 목이 타는 이유는 그뿐이 아니다 어쩌면 철저하게 비껴 가는 퍼즐게임.. 타인의 것에 침을 삼키며 광분하는 것도 사랑은 저만치 물러나 있어서 잡힐 듯 하지만 종내 잡을 수 없는 그 무엇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다. 어제 TV로 이산가족들이 수십년만의 상봉후 헤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평생을 붙어서 아옹다옹 티격태격하는 보통의 부부를 생각했다 아니 그조차도 지키지 못하고 혼자가 된 이들을..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나는 적을 만들지 않았지만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다른 사람들은 더러 내가 적이기도 한 모양이다 오늘 아침 나는 나를 적으로 생각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드디어 저주를 퍼붓기 작정했다 사랑하다가 죽어버리라고...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오죽하면

비로자나불이 손가락에 매달려 앉아 있겠느냐

기다리다가 죽어버려라 오죽하면

아미타불이 모가지를 베어서 베개로 삼겠느냐

새벽이 지나도록

摩旨를 올리는 쇠종 소리는 울리지 않는데

나는 부석사 당간지주 앞에 평생을 앉아

그대에게 밥 한 그릇 올리지 못하고

눈물 속에 절 하나 지었다 부수네

하늘 나는 돌 위에 절 하나 짓네

 

-정호승,그리운 부석사

 

 

2004.7.16

              가을 부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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