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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는 함정 사랑이라는 것은 일종의 호기심으로 시작된다 호기심이 많은 한 남자가 있다 그는 호기심 때문에 많은 여자들을 만나고 관찰한다 그리고 어떤 한 여자에게 시선을 오래 두기 시작한다 그리고 사랑한다 아니 분명히 말하자면 "사랑하기로" 한다 열심히 그녀에게 관심을 갖고 자신을 보이려고 한다 처음 그녀는 그에게 별 관심이 없다 하지만 자주 만나는 사람이 되기 시작하자 연민을 갖는다 연민이 발전하여 그것이 사랑이라고 느끼게 되는 어느 날 그들은 모든 연인들이 그렇듯이 하나씩 계단을 밟아가고 서로의 기념일을 챙기고 손을 잡고 어깨를 토닥인다... 새로운 욕망의 세계에 눈을 뜨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암시를 건다 사랑은 비로소 완성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들은 그들의 미래에 대해서 생각한다 호기심이란 그 호기심이 .. 2004. 11. 1.
빈집 며칠동안의 외출에서 돌아오니 빈방에 불이 환하다 아, 정신도 참.. 불을 켜놓고 나갔었나 보다 가끔은 불빛 때문에 누군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거란 착각에 빠지곤 한다 모처럼 고깃국을 끓였다 외출에서 돌아오는 날엔 나는 정성들여 한끼의 식사를 준비한다 하루 한두 끼니쯤은 건너뛰기 일수고.. 요리하는 일이 무척 귀찮지만.. 빈집에 오랜만에 돌아오는 날이면 난 왠지 제대로 된 식사를 하고 싶어진다 혼자만을 위한 고깃국.. 며칠간 빈 속에 많은 량의 술을 마셨는데 집에 돌아와서 국물을 한술 뜨고서야 견딜 수 없이 속이 쓰림을 느낀다. 이제껏 돌보지 않고도 큰 탈 없었던 몸이.. 이젠 작은 충격에도 툭하면 반항을 하고 위협을 한다 그동안 내몸은 무수히 경고를 보냈지만 나는 얼마나 무심했던가... ' 아무리 몸이 영.. 2004. 11. 1.
들꽃... 오랜만에 어머니를 모시고 대전근교의 아버지 산소를 찾았습니다 집에서 그다지 멀지 않지만.. 일단 들어서면 인가라곤 볼 수 없는 깊은 골짜기.. 가는 길에 악보처럼 흙길에 찍힌 경운기 바퀴자국이 인적 끊긴지 오래 됐다는걸 말해주고 있었지요 무논에는 모가 제법 푸릇푸릇 자랐고.. .. 2004. 11. 1.
안면도행 지난 주 안면도 꽃박람회를 보고 왔습니다 너무 사람들이 많아서 1억송이의 꽃중에 절반도 못봤지만... 아름다운 5월에 화사한 꽃속에 파묻혀 본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습니다 개미떼 같은 사람들, 주차장을 꽉 메우고 있는 차들 그리고 무질서한 입장객들 때문에 가끔 열받기도 했지만 박람회장에서 바라보이는 탁 트인 푸른 바다가 정말 시원했습니다 벌써 여름기분이 나더군요 19일이후엔 태안군에서 관리를 한다니까 인파를 피하려면 오히려 그때가 좋을 것 같습니다 대전으로 돌아오는 길.. 댐공사를 시작한 청양 칠갑산을 넘다가 장곡사 부근에서 과수원을 하는 친구를 찾았습니다 몇해 전.. 부도가 나서 이혼을 하고 혼자가 된 그는 한동안 방황하다가 낙향해서 농사꾼이 되었습니다 닭들이 돌아다니는 그의 집에 들어섰을 때... .. 2004. 11. 1.
흔들리며 떨어지다 어제 밤 시작된 비가.. 아침까지 내리고 있습니다 노란 물이 들어가는 앞산을 바라보면서 이 비로 얼마나 많은 나뭇잎들이 떨어질까.. 많은 비가 단풍이 들기 전 숲을 텅 비게 해버리면 어쩌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절정이 되기 전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아쉬움... 나뭇잎의 움직임을 보고 세월의 진행을 느낍니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 얼마나 세월이 느리게 혹은 빠르게 지나치고 있는지를... 한장 두장 그리고 우수수--------- 떨어져 나부끼는 그 펄럭임, 숲이 비워질 때까지 덩달아 펄럭이며 전송될 삶의 역사와 편린들... 나뭇잎과 함께 나뭇잎에 앉은 먼지들이 나뭇잎이 살아낸 생애들이 나뭇잎을 바라보았던 사람들의 시선들이 떨어지는 나뭇잎에 편승하여 떨어지겠지요 겨울이 와서 잎이 다 지고난 비워진 숲 사이로 하늘.. 2004. 11. 1.
겨울아침 단상 눈시린 푸른 하늘과 차가운 날씨 때문인지 산빛이 다르게 느껴지는 아침입니다. 얼기설기한 숲이 왠지 모르게 시나브로 생기있는 푸른빛이 되살아나고 있다는 느낌.. 숲을 보면 계절의 변화를 가장 먼저 알게 되지요 앞산에 여전히 단풍의 빛갈이 남아있지만 이젠 완연히 겨울이 왔음을 느낍니다 계절의 진행은 어김없이 계속되고 그처럼.. 숲은 강물처럼 쉼없이 흐르겠지요 땅속 깊은 곳에서 소용돌이 치는 여울로 우리가 한때 밟고 지나간 낙옆 속에서도 작은 씨앗들이 꿈을 꾸고 있다는 생각.. 숲은 쉬지않고 계절의 흐름을 명주실처럼 한올한올 풀고 있으며 그래서 어느 순간 황량한 겨울의 터널을 지나 꿈결인듯 초록으로 숨가쁘게 제몸을 드러낼거라는 생각 그런 봄을 떠올리는건 겨울은 너무 외로워서일거란 생각... 2004. 11. 1.
그 바다 꿈에서 바다를 보았습니다 방파제에 등을 기대고 앉아 편안하게 바다를 바라보는 꿈... 짙은 안개가 바람의 거친 음향에 따라 조금씩 느린 그림으로 이동하고... 동해의 푸른 바다를 생각하다 잠이 들었는데 어느새 내가 그 바다에 누워있더군요 파도와 바람소리... 올이 거친 삼베같은 부두의 안개 속에서 수평선을 수놓는 집어등의 불빛이 보이고.. 그 휘황한 불빛에 속아 퐁당퐁당 몸을 던지는 오징어들의 슬픈 생애... 꿈에서 깨며 난 그것이 꿈이 아니었기를 기대했지요 혹시나 백사장에서 묻어온 모래가 있기를... 상상과 수면의 경계를 밤새도록 오가면서 최면을 걸은지도 모릅니다 나는 지금 바다에 있다.있다 .... 나는 떼어놓을 수 없는 고독과 함께 배에서 내리자마자 방파제에 앉아 술을 마셨다 해삼 한 토막에 소주 .. 2004. 11. 1.
화분 봄은 겨울을 쓰라리게 보낸 사람들에겐 가장 뒤늦게 찾아오는 해빙의 계절이다. 비로소 강물이 풀리고 세월이 흐른다. 절망의 뿌리들이 소생해서 소망의 가지들이 자라서 희망의 꽃눈들을 틔우게 한다. 그러나 아무리 세상의 햇빛이 가득해도 마음안에 햇빛이 가득하지 않으면 아직도 봄은 오지 않은 것이다. 이외수-[봄] 中에서 포근한 봄날씨에 베란다의 유리문을 열다가.. 문득, 난초화분에 물을 준 지가 오래 되었다는 것이 떠올랐습니다 왜 2월 들어 한번도 화분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식물에게도 감각이 있고 감정이 있다던데 몇개 안 되는 난초화분들이 얼마나 나를 애타게 기다렸을까.. 족히 한달은 굶었을 그들에게 촉촉하게 물을 뿌려주는데 화분 안에서 물이 스며드는 소리와 흙내음이 번져왔습니다. 가만히 들여다보니 잎끝이.. 2004. 11. 1.
별을 보며... 여행을 떠났던 첫날밤... 도착한 곳은 어느 한적한 바닷가였다 해질 무렵.. 싸늘한 겨울날씨인데도 해무리가 붉은 왕관처럼 빛나게 번지고 있었다 바다가 보이는 민박집에 숙소를 정하고... 늦은 밤 옥상으로 올라갔다 공해에 찌든 도시에서 살고 있는 나는, 아파트 베란다에서 밤하늘의 별을 찾는걸 포기한지 오래였다 난 쭈그리고 앉아 거울같이 맑은 하늘을 쳐다보았다 아!!.. 시야 속으로 들어오는 소금가루 같은 별무리.. 그때..내게 잠재되어 있던 사랑의 두글자 일부분이 슬그머니 고개를 들고 별무리에 합류하며 반짝이기 시작했다 떨어지는 유성들을 바라보며..... 별들만큼 제 알몸 흔들어 사랑의 빛을 발산하며 몸부림치는 존재는 없을거란 생각을 했다 지금 이 시간에도 떨어져 나간 사랑들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 2004. 11.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