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안면도 꽃박람회를 보고 왔습니다
너무 사람들이 많아서 1억송이의 꽃중에 절반도 못봤지만...
아름다운 5월에 화사한 꽃속에 파묻혀 본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습니다
개미떼 같은 사람들, 주차장을 꽉 메우고 있는 차들
그리고 무질서한 입장객들 때문에 가끔 열받기도 했지만
박람회장에서 바라보이는 탁 트인 푸른 바다가 정말 시원했습니다
벌써 여름기분이 나더군요
19일이후엔 태안군에서 관리를 한다니까
인파를 피하려면 오히려 그때가 좋을 것 같습니다
대전으로 돌아오는 길..
댐공사를 시작한 청양 칠갑산을 넘다가
장곡사 부근에서 과수원을 하는 친구를 찾았습니다
몇해 전.. 부도가 나서 이혼을 하고 혼자가 된 그는
한동안 방황하다가 낙향해서 농사꾼이 되었습니다
닭들이 돌아다니는 그의 집에 들어섰을 때...
못보던 여자가 마당에서 빨래를 늘고 있더군요
미안한듯 웃으면서 "그렇게 됐네" 하는 그의 모습에서
새인생이 무척 행복하다는 걸 읽을 수 있었습니다
"배신자 같으니!" 말은 그렇게 퉁명스럽게 나왔지만...
내심 흐뭇하더군요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이유로 솔로가 된 우리...
그래서 금방 가까워졌고, 가끔 칠갑산을 넘을 땐
그와 밤새 술도 마시고 세상사는 얘기도 나눴는데...
이제 새짝이 생긴 그와 전처럼 할 수 없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섭섭했지만...
차 한잔 하고 나오는 발걸음이 무척 가벼웠습니다
그들이 그 산에서 동화처럼
언제까지나 그렇게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들의 집 가까이에 있는 호수 이름...
'天長湖' 처럼 영원히...
2002.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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