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短想

흔들리며 떨어지다

by 류.. 2004. 11. 1.

 

 

 

 

어제 밤 시작된 비가.. 아침까지 내리고 있습니다

노란 물이 들어가는 앞산을 바라보면서

이 비로 얼마나 많은 나뭇잎들이 떨어질까..

많은 비가 단풍이 들기 전 숲을 텅 비게 해버리면 어쩌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절정이 되기 전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아쉬움...

나뭇잎의 움직임을 보고 세월의 진행을 느낍니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 얼마나 세월이 느리게 혹은 빠르게 지나치고 있는지를...

한장 두장 그리고 우수수--------- 떨어져 나부끼는 그 펄럭임,

숲이 비워질 때까지 덩달아 펄럭이며 전송될 삶의 역사와 편린들...

나뭇잎과 함께 나뭇잎에 앉은 먼지들이

나뭇잎이 살아낸 생애들이 나뭇잎을 바라보았던 사람들의 시선들이

떨어지는 나뭇잎에 편승하여 떨어지겠지요

겨울이 와서 잎이 다 지고난 비워진 숲 사이로

하늘이 가득 내려와 눈을 시리게 할 때까지

앞산의 소리없는 흔들림에

내 마음도 시나브로 흔들리겠지요

지나간 날의 대한 회한과 미래에 대한 기대가 막연하기에

그냥 물든 나뭇잎을 보며 조금씩 흔들릴 수밖에...

나뭇잎처럼 무사히 한시절을 보내고 제대로 펄럭이며

가볍게 떨어져 나부낄지에 대해 의문을 가지며

나도.. 아울러 저렇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2003.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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