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短想

계절탓 하지 말고....

by 류.. 2004. 11. 1.

 

 

        요즘 저는 매일 조금이라도 걸으려고 합니다 전에 없이 밖으로 나가고 싶은 유혹에 시달리고 있지요 이건 순전히 계절 탓일겁니다 그냥 책상에 엉덩이를 붙이고 있는 게 왠지 억울한 날들의 연속... 나만 그런게 아니겠지요? 오늘 같은 좋은 날.. 창 밖에 혼자 놀고 있는 햇살이 아까워 미칠 지경입니다 요즘 같은 때 가만히 자리를 지킨다는 건 어째 자연을 지으신 그 분을 모독하는 일 같기도 하고... 며칠 전엔 계룡산에 갔다가 지난 해 태풍때 변을 당했을 산의 절개지에서 노란 산국이 겨우 실 뿌리 몇 가닥만을 흙에 묻고 죽을힘 다해 꽃 피우는 걸보고 그 삶 하도 처절하고 눈물겨워 걸음을 놓을 수가 없었습니다 몇 십 년 아름드리 나무가 뿌리를 허공에 두고 누워있는 건 또 얼마나 억장 무너지는 일인지 모릅니다 요즘은 산을 걸으며 살아남은 자들은 그들끼리 서로 조용히 말 한마디 없이 상처를 안아주고 다독여주는 것을 자주 목격하게 됩니다 정말 눈물겨운 일이지요 흘러서 아름다운 것들도 알고 보면 상처 때문이라 하겠는데 지난 해 태풍에 숲은 너무 많은 상처를 안게 되었습니다 그 상처들 아물어 새살이 돋을 때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것입니다 기다릴 수 없는 인간들은 그것을 끝이라 하고 기다림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은 자연은 시작이라 합니다 같은 것을 두고 시작 혹은 끝이라고 다르게 말 할 수 있는 인간과 자연은 그래서 같기도 하고 다르기도 한 것이겠지요 창 밖이 너무 눈부십니다. 저 맑은 빛 아래에선 모두 그대로 시가 됩니다 이 놀라운 솜씨로 자연을 빚은 신을 욕되지 않게 하려면 어슬픈 어휘로 아름다움에 누를 끼쳐선 안되겠고 그냥 묵묵히 즐기는 것만이 인간이 해야할 몫이고 도리인 듯 싶습니다 계절탓만 하지말고 떨쳐 일어나야겠습니다 뭔가 아름다운 죄 짓고 싶은 가을 아침에는..... 2004.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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