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短想

동창...

by 류.. 2004. 11. 1.

 

 

유성 온천장 유흥가, 뒷골목에서.. 친구들과 술을 마셨다

그리 자주 만나는 사이는 아니지만.. 그저 동창이라는 이유 하나로

언제나처럼 술자리는 편하게 시작됐다 유쾌하게 끝났다

 

술에 취해서 팔짱을 끼고 어깨동무를 해보고..

보란듯 고래고래 소리도 지르고..

사람들이 우리를 이상한 눈으로 바라봤겠지만..

평소 안하던 짓을 해보는건 유쾌한 일이었으니...

 

삼겹살집에서 노래방으로 노래방에서 라이브카페로..

장소를 옮겨가며 마시고 또 마셨다 술에 한맺힌 사람들처럼 마시면서..

의례적인 근황이나 안부조차도 묻는 친구가 어젯밤엔 없었다

다들 어렵게 살아가는 시기라.. 술자리에서라도 만사 잊고 싶었던 것일까

 

가장 술이 약한 친구가 대리운전을 불러 나가고..

이내 가장 가까운 곳에 사는 친구도 비틀거리며 어둠 속으로 사라진 후..

나는 가장 술이 센 친구와 리베라호텔 입구 계단에 남았다

 

지난 여름.. 모친상을 당한 친구.. 아직도 실감이 안된다며..

연신 캔맥주를 들이키며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늘 그렇게 현실을 비켜갔고 촛점도 명분도 없는

여흥을 위한 무게없는 우정..

이제는 듣기조차 권태로운 "너 죽은줄 알았다.

뭐하고 살았냐? 언제 한번 찐하게 마셔보자 .....

그런 영양가 없는 이야기로 일관하다가

그 마저 아내가 몰고온 차를 타고 밤길 속으로 사라지자

나는 혼자 남았다. 미아처럼...

 

제법 고운 색조를 띤 가로수와 현란한 조명이 어울어져

아름다웠던 온천장의 밤도..

그렇게 저물어갔다

 

 

 

2004.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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